#부부의사랑#연민#그럼에도결혼을장려합니다
시아버님은 특별한 화풀이 방법을 가지고 계신다.
화가 났을 때,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그 화를 표현하신다.
보통은 부부싸움을 할 때 언성을 높인다.
더 거친 방법을 사용하는 부부도 많다.
아버님은 집안 살림살이의 위치를 바꾸신다.
예를 들어 수저통에 담겨 있는 수저들을 다른 곳에 싹 옮겨두신다거나 거실에 있는 시계의 건전지를 빼두신다거나 하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으잉?' 하며 당황스러웠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아버님을 잘 몰랐고, 그저 어렵기만 했기 때문이다.
십 년이 지나서야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그것은 어머님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님의 특별한 화풀이는 어머님을 향한 연민이었다.
보통 부부싸움은 서로를 향한 불편함과 억울함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곧 전쟁이 되기도 한다. 부부간의 전쟁, 혹은 아이들까지 합류한 편 가르기.
그래서 가장 큰 피해자는 곁에 있는 약한 아이들이 될 때가 많고, 배우자에게 서로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를 입는다.
불편한 마음을 적당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행동과 감정을 적절하게 나타내지 못하면 결혼생활은 불행해진다.
각자의 지옥 혹은 둘이 함께 지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불편한 마음을 적당한 지점에서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애써 괜찮다고 다독이는 것도, 괜찮지 않은 마음을 앞뒤 없이 모두 다 쏟아내는 것도 자신과 상대에게 해롭다.
부부생활에서 꼭 필요한 마음이지만, 시간이 필요한 이 마음은 '연민'이다.
서로를 향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이 마음은 서로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화가 난다고 무작정 상대를 향해 그 감정을 다 쏟아버리지 않는다.
'화'라는 감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옳고 그름이 있다.
상대의 아픔을 의도적으로 찔러본다든지, 무력을 사용해서 상대를 제압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분명하게 틀린 것이다.
특별히 가장 가까운 부부는 서로를 잘 알게 된다. 상대의 아픔과 약함이 무엇인지 가장 잘 이해하는 관계가 된다. 그래서 때로는 가장 많이 아프게 할 수도 있다.
그때에 상대를 향한 연민의 마음은 내 감정을 잠시 멈추게 하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결혼했을 때 어머님이 여러 번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안쓰럽게 여겨야 한다고.
그래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시간이 필요한 마음이기도 했다.
많은 일들을 함께 겪고, 함께 지나가며 그 마음이 무엇인지 가늠이 된다.
아버님의 특별한 화풀이 방법이 미소 지으면서 보게 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