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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Dec 31. 2022

2022년 회고 - 마흔이 되었다.

역할 중심으로 회고하기

올해, 나는 마흔이 되었다. 인생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시점이기에, 좀 더 성찰적이고 정돈된 삶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이 늘 바빴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역대급 1년이었다. 그 와중에 또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도 있었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하고자 한다. 2022년이 지나가기 전에 업로드하는 것이 목표다. 서둘러 글을 쓰자. 






[일하는 나] EX팀을 리빌딩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속한 EX팀은 완전히 바뀌었다. 리드인 나를 제외하고 팀원들이 대부분 새롭게 채워진 것이다. 2022년은 정말 한치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성취도 있었고 힘듦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배운 점이 많았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된 1년이었다. 인간의 뇌는 지나온 일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지금은 정말 그렇게 느낀다. 


1. 내가 놓친 것 

작은 규모의 팀에서 팀원의 퇴사가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그렇다고 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니까. 기존 멤버들은 거의 2년 6개월 가까이 함께 일했기에 안정감이 생겼고, 서로에게 익숙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만약에'를 놓쳐버렸던 것 같다. 혹시 모를 일을 미리 대비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아야 할 책임이 내게 있지만, 막상 그렇게 준비하진 못했다. 효율적인 팀이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한 번에 흔들릴 수도 있었던, 그리 강건하지 못한 팀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히스토리 관리나 체크리스트, 문서화도 그런 측면에서 평소에 잘해둬야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2. 내가 배운 것 

아무튼 그리하여..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동료를 모시고, 팀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실무를 하는 과정이 올해 8월까지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경험한 적이 없는 급여와 연말정산 업무도 꽤 하게 되었다. 스스로 꼼꼼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닥치면 다 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적지 않은 업무를 새롭게 익혀야 했기에 많은 시간을 써야 했지만. 그리고 새로운 팀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움도 크다. 결코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적절한 멤버가 합류했을 때의 성과 차이는 거의 몇 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점도 배웠다. 그리고 나는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함께 마음먹으면 일이 아무리 많아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일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에너지가 너무 내려가서 1:1 미팅마다 끌어올려야 할 때, 그때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3. 내가 달라진 것

지금 EX팀은 새로운 멤버들, 특히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신 멤버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도전을 받는다. 5년 이상 경력의 멤버들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내가 전달하는 피드백이 적절할지, 팀 목표나 일하는 방식이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맞는 것인지 나 또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같이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면, 올해는 내가 좀 더 먼저 그림을 그리고, 멤버들과 소통하고, 필요에 따라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에 대해서도 더 고민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기존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리더십 스타일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팀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쉽진 않았지만, 어찌어찌 큰 사고나 누락 없이 팀 빌딩을 완결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글 쓰는 나] 우연히, 전자책을 발간했다. 


앞선 이유(팀빌딩)로 인해, 그 외의 역할들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는 몇 년 동안 꾸준히 작성한 월간 성찰도 작년 하반기부터 멈췄고, 매월 1편의 글을 쓰던 인살롱도 마찬가지였다. 브런치에서도 한 동안 글을 작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성취도 있었다. 


1. 전자책을 발간하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브런치에 시리즈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어느 전공포기자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했던 글인데 올해 여름에 터닝비라는 전자책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내용을 엮어서 전자책을 출간해도 되냐는 제안이었다. 사실, 업무가 너무 바빴던 시점이라 새로운 글을 쓴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지만 기존 글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용된다는 건 흥미롭게 느껴졌다. 편집 단계에서 많이 고생해주신 덕분에 나의 전공 해방일지, 독립적인 삶을 위한 11가지 키워드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이 나왔다. 부끄럽지만, 일단은 나의 첫 번째 책이다. 



3년 전에 썼던 글을 검토 차 다시 읽으면서,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다. 그동안 내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던 수많은 문장들은 내가 썼던 문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글을 쓸 때 나는 흩어진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구성하며, 그 생각은 다시 나의 말과 글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내가 쓴 글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2. 여행기를 쓰다. 

올해 브런치에 총 20개의 글을 썼는데, 총 9개의 글이 여행기다. 제주도 보름살이 그리고 유럽 여행의 경험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글을 쓸 시간은 충분치 않았지만, 여행 가서는 반드시 일기를 쓰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그렇게 기록한 글을 공유했다. 


최근에 쓴 파리 디즈니랜드는 뭐가 다른가라는 글은 다음 메인화면에 올라가서, 조회수가 굉장히 높게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글을 쓰면서 조회수나 좋아요 횟수에 특별히 신경 쓰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많이 읽어주시니 힘이 나더라. 


올 한 해 분명히 업무적으로 바빴지만, 그 와중에 제주도와 유럽으로 2주간의 장기휴가를 다녀오기도 한, 역설적인 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22년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3. 외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전반기에는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책에서 인터뷰 형식의 글을 쓰게 되었다. 이지안 작가님의 요청으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조금이나마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버즈빌 블로그에서 4세대 컬처북 비하인드 스토리와 원티드에서 신규 리더들의 리더십 발휘를 돕는 방법라는 글을 작성했다. 




글쓰기는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라스콘이라는 콘퍼런스를 통해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해 봤고, 재단법인 교육의 봄을 통해서 영상 인터뷰를 촬영했다. (교육의 봄이란, 출신학교 차별 없는 기업의 채용 문화를 확산해 우리 교육에 을 이끌고자 하는 멋진 단체입니다.)  올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새삼 쓰면서 느낀다. 





[배우는 나] 44권의 책을 읽고, 영어회화를 시작하다. 


올해 총 44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에 54권을 읽은 것에 비하면 10권 정도 덜 읽었는데, 사실 읽은 권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좋은 책을 읽었는지, 책을 읽고 글을 썼는지, 읽은 내용을 얼마나 실천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선, 올해 학습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억에 남는 책을 3권만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파타고니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워낙 평이 좋은 책이라 기대가 컸지만,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책이다. 물론 경영자가 남긴 메시지 만으로 회사를 이해하는 건 충분치 않지만,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만큼 자신의 철학을 이 정도로 현실에 관철시키는 회사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영역인 만큼, 자신의 지분을 100% 기부한 CEO가 더더욱 존경스러워졌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


-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는다. 

-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 파타고니아의 모든 임직원은 우리의 가치관을 구현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 도시의 승리 

나는 도시를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는 '도시'라는 복잡계의 흥망성쇠를 좋아한다. 이 책의 주제는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도시화가 낳는 문제가 훨씬 더 크게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해묵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 관점에 쉽게 설득당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관점을 책을 통해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책은 위험하다. 책은 도끼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이 내겐 그런 책이었다. (참고로, 작년엔 러쉬! - 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라는 책이 그 역할을 했다.) 


"우리가 녹지에 둘러싸여 살자고 주장할 때 그것은 환경에 주는 피해를 극대화하게 된다. 저밀도 지역은 결국 더 많은 이동을 요구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널찍한 생활공간은 분명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으나 교외 주택들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우리 인간들은 파괴적 성향을 띤다. 소로처럼 우리가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을 때라도 그렇다. 우리는 숲과 기름을 태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변 환경에 해를 입힌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



3. 최초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해였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민주주의를 많이 오해했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수결이나 투표 정도로 이해하지만, 사실 반드시 필요한 개념은 '조화'이다. 지금과 같이 갈등이 양극화되는 시점에, 민주주의를 바로 아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기회는 우리에게 삶의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자유의 길로서 거칠게 시작하며 또한 고된 보행을 요구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부드럽고 평탄하다.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서 기복 없이 시작하나 그 끝은 늘 고되고 위험하다."



더불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일 중에서 잘한 일이 있다면 '영어 회화'라고 할만하다. 재원이가 올해부터 캠블리를 통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여름부턴 주 2회씩 꾸준히 하고 있다. PT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종류의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은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한계가 있다. 그냥 약간의 돈을 내고 1:1로 시작하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임을 배운다. 이왕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자. 이렇게 올해 회고를 서둘러 마친다. 12시 전까지 브런치에 업로드하면,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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