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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n 23. 2024

개념과 구체성, 뭐가 중요한가?

[Weekly OD Insights] 조직커뮤니케이션(2) 개념과 구체성

소통은 어렵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단 둘이서 마음을 맞추는 것도 이렇게나 어려운데 하물며 조직이라뇨. HR 담당자 입장에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늘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에, 아무리 ‘아’라고 여러 번 말해도 듣는 사람들은 ‘어’ ‘우’ ‘애’ 등 다양하게 해석하고, 오해하고 또한 상처받습니다.


제 경력은 세일즈로 시작하는데요. 그때 결국 모든 업의 본질은 ‘설득’,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어렴풋 느꼈습니다. HR을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을 느끼고 있죠. 아무리 제도나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도, CEO를 비롯한 리더들과 구성원을 설득시킬 수 없다면 끝끝내 조직 변화를 추동할 수 없을 테니까요. 너무 어렵지만, 또한 재미있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글의 주제는 개념과 구체성입니다. 


첫 번째 글: 원칙과 예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법


 





개념과 구체성 


"우리에겐 꿈도 필요하고 빵도 필요하다."


HR을 하면서 가장 많이 되뇌는 말이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입니다. 특히 CEO와 구성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역량의 문제가 아닌, 위치와 관점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문제입니다. 

CEO는 꿈과 비전을 쫓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작은 이슈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그다음 단계를 봅니다. 꿈을 꾸는 이들은 드물기에, 그래서 전 CEO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관점은 다릅니다. 그러한 꿈에 호응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내 업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으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구성원도 많습니다. 중간에 자리한 리더들은 그러한 CEO와 구성원 사이에서 목표를 관리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부단히 애를 쓰게 되죠.  

이러한 딜레마로 인해, 조직에서 소통을 할 때 '어디를 향하고 있고 왜 해야 하는지' 큰 개념과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성은 늘 함께 언급되어야 합니다. 업무의 구체성이 곧 지시와 통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세 업무에 대해서 얼라인을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이를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된다면 더욱 좋겠죠. 구성원들의 성향도 저마다 다르기에, 누군가에겐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누군가에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이 더 낫기도 합니다.  



핵심가치와 일하는 방법


예전에 컬처덱을 만들 때, 핵심 가치만 다룬 적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언제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3~4개 가치만 강조하자는 것이 목적이었죠. 물론, 기억하기 좋았고 핵심가치가 만들어진 배경도 충분히 공감해 주셨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쉬운 점은 '구체성'이었습니다. 판단과 방향성의 기준은 되지만, 당장 해야 할 행동에 변화를 주긴 어려웠죠. 

반대로, 구체적으로 일하는 방법만 강조하고 핵심가치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조직은 너무 구체적인 것까지 간섭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꼭 나타납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점과 성향을 감안한다면, 둘 다 필요한 법이죠.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가장 나은, 그리고 현실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요한 핵심가치 정하기

첫 번째 우선 중요한 개념을 정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에서 꼭 지켜져야 할 가치들 (도전, 높은 목표, 고객 중심, 성장 등)을 3-4개 정도 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반에는 CEO와 주요 리더들의 철학이 잘 반영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우리 조직은 이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나가면서 성공할 것이라는 선포에 가까우니까요. 단, 구성원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가치들로 만들어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참여감을 충분히 불어넣기 위해서 설문이나 대화, 질의응답을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2. 구체적인 일하는 방법 정하기

두 번째로, "핵심가치를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구체적인 액션을 정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원팀이라는 가치를 외쳐도, 실제로 어떻게 해야 (우리 회사에서 말하는) 원팀이 되는 것인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암묵지가 다르고, 같은 단어로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쓰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배민의 <우아한 형제들>에선 ‘잡담이 경쟁력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잡담’이라는 행동을 권합니다. 그 조직만의 특수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죠. 어떤 조직은 ‘솔직한 피드백을 적극 요청하고 공유한다’는 식으로 피드백을 강조하기도 하고요. 그것이 무엇이든, 핵심가치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해석하여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핵심가치와 일하는 방법이 얼라인 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하고 싶은 동료'로 정의할 수 있겠죠.


3. 제도와 프로세스로 내재화하기 

앞선 핵심가치와 일하는 방법은 어떻게 행동으로 내재화되고 습관화될까요? 입사부터 퇴사까지 구성원들의 여정에 하나하나 반영되고, 루틴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입사 과정, 즉 채용과 프로베이션, 온보딩 프로세스에서 항목별로 반영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죠. 구체적인 액션까지 사례로 공유될 필요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일 년에 적어도 한두 번씩 컬처톡과 같은 별도의 시간을 갖고, 우리에게 ‘왜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지금 우리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등 관점을 나누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에겐 개념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인 행동이 모두 필요하며, HR 입장에선 그러한 과정을 잘 챙기는 과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와 방식에 호응하는 사람을 선발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피드백하거나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포함하겠죠. 



개념과 구체성: N(직관형)과 S(감각형)


마지막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MBTI로 이야기해 보자면, 개념은 N(직관형)으로 구체성은 S(감각형)로 대표되는 성향입니다. 메시지는 늘 CEO 성향에 따라 좌우될 때가 많은데요. CEO가 N 성향이 너무 높으면 구체성이 떨어져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지켜본 많은 CEO들은 그러한 성향이 많았는데, 주위에 정말 뛰어난 S 성향의 꼼꼼한 관리자를 잘 두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S가 높은 관리형 리더십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구성원들과 보다 구체적인 언어로 소통하기에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높을 경우 너무 지엽적인 대화들만 나누기도 합니다. 눈앞의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비전에 대한 물음표가 떠오를 수 있겠죠. 결국, 우리에겐 꿈과 빵이 모두 필요합니다. 소통에 있어서, 많은 리더들이 각자의 성향에 갇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의식적으로라도 개념과 구체성을 함께 떠올려보고, 좋은 소통을 위해 노력해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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