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팀의 기대관리] 3부. 어떻게 약속된 플레이를 할 것인가?
성공하는 팀은 자기만의 성과를 내는 방식이 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원칙은 조직 방향성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중요한 것은 명령과 통제다. 위험한 상황이 상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명령에 따른 일사 정연한 움직임은 필수적이다. 이런 조직에서 ‘자율성’과 같은 가치는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 팀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 주어진 포지션을 100% 수행하면서 이타적으로 서로 돕는 자세다. 아무리 개인 역량이 뛰어나도 이기적으로 플레이하는 순간, 감독의 눈 밖에 나기 마련이다. 이처럼 고성과 팀의 구성원들은 조직의 핵심가치를 단단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춰 실행하길 요구받는다.
핵심가치는 결코 진리가 아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그저 조직 관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인정하며, 궁극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이때 중요한 키워드가 ‘선택과 집중’인다. ‘핵심가치를 지킨다'는 것은 그 가치를 선택했을 때 단기적으로 불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집착(Wow the Customer)’을 위해서 쿠팡은 로켓 배송 및 일주일 내 무료 반품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감내할 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토스 역시, ‘사용자 경험(특히 단순함 Simplicity)’을 위해서, 수많은 상세 기능들을 잡다하게 보이지 않도록 한다. 심플함이란 가치로 인해 금융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안정성’이 해쳐진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토스는 그러한 핵심가치를 지켰을 때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비즈니스를 관철시킨다. 더불어 스타트업 초반에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안정성’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이것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선택하고 집중하여 책임지는 것에 가깝다.
조직 운영에 있어서, ‘명확한 기대 관리’는 필수다. 이때 단순히 목표를 공유하고 달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평가 시 우리는 목표 달성 여부만 따지지 않는다. 팀원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동료들과 어떻게 협업하는지, 전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지를 종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듯, ‘일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대도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 각 팀의 리더들도 저마다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적어도 어떤 행동을 발휘하길 기대하며, 어떤 행동은 지양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밝혀야 혼선이 적다. 즉, 팀의 목표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공유해야, 팀원들 역시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의도한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몇 번의 팀 빌딩을 거치면서, 나만의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중에서 일부 문장을 옮기자면 아래와 같다. 특히 강조하는 표현이 “서로 하기로 한 것은 하고, 못하게 되었을 때는 그 즉시 커뮤니케이션한다.”이다. 신뢰의 속도라는 표현이 있듯, 서로가 “하기로 한 것을 한다”는 것을 믿을 때 팀의 속도는 몇 배가 된다. 하지만, 하기로 한 것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통마저 이뤄지지 않을 때, 신뢰는 무너지고 몇 번의 확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칫 마이크로매니징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즉, 신뢰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선, ‘먼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그라운드 룰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 조직이 구성원에, 구성원이 피플팀에, 피플팀이 각 개인에 우선한다. 단, 함께 시너지를 낸다.
- 일잘러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와 ‘스마트한 문제해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다.
- 하기로 한 것을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은 평범한 방식이며, 예상치 못한 영역까지 발견하길 기대한다
- 관점을 종합한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고,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결정되었다면 헌신한다.
- 서로 하기로 한 것은 하고, 못하게 되었을 때는 그 즉시 커뮤니케이션한다.
팀 그라운드 룰은 통상적으로 ‘지향해야 할 행동’이 담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결코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다. 리더로서 팀을 이끌다 보면, 함께 일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 팀원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원칙이나 기준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팀 전체적으로 사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또 한참 동안 말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정적 피드백을 듣게 되면, 팀원 입장에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바엔, 리더가 허용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고, ‘팀의 경계’를 미리 선언하는 것이 낫다.
개인적으론 이런 경우에 함께 일하기 힘들더라. 첫 번째는 에너지 레벨이 너무 낮거나 부정적인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러한 상태가 반복되는 경우다. 일에 대한 동기부여는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라고 느낄 때 힘이 빠진다. 두 번째는 업무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져, 본인 역할을 지나치게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다. 그런 경우 피드백을 하는 편인데,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협업이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우선시하지만, 조직 관점에서 해야 하는 일은 등한시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신뢰가 낮아지고, 결국 팀 전반적인 성과가 저하되는 것을 경험했다.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팀으로서 기대하는 결과물과 목표, 팀원으로서 기대하는 태도와 행동,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 사전에 정의되어 있고, 잘 소통되어 있는지.” 결국, 팀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뛰어난 리더들은 자신들의 기대사항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들이 실제로 전달되는지 정기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목표만으론 충분치 않다. 약속된 플레이로 의도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