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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Apr 28. 2017

인생이 살아질까

인생이 살아질까? 아니면 인생이 사라질까...



너는 헤어졌다며 연락이 왔어

사실 네가 누구를 만나고 있다는 것도 몰랐기에

나는 더욱 덤덤하게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를 건네고 있더라

일 년 전, 이년 전에는 누가 헤어졌다는 연락을 해올 때면

내 마음이 그 사람의 마음 마냥 너무 아파서 괜히 내가 울고 그랬는데

오늘 네가 전한 소식에 나는 되려 덤덤히 괜찮아질 거라며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을 위로를 건네고 있더라


정말 덤덤했어

너는 큰마음 먹고 나한테 말한 거였을 텐데,

너의 노력이 무색해질 만큼 나는 너무 덤덤했어, 덤덤한 내가 미안할 만큼

근데 어쩔 수가 없더라

지난 시간 나는 내 아픔을 너무 열심히 잊으려 했기 때문에

드디어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것만 같은 지금

그런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게 두려웠거든

그래서 아예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묻어버린 것 같아

누군가 나에게 헤어졌다며 연락을 해도

형식적인 위로밖에 건넬 수 없을 만큼



근데 있지, "인생이 살아질까"

너의 그 한 문장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인생이 살아질까. 인생이 살아질까...

그 질문이 깊이 무겁게 가라앉았어, 인생이 살아질까

이렇게까지 무덤덤한 내가 신기할 만큼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너의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지더라

인생이 살아질까, 나 그 마음 뭔지 알 것 같아서

아무리 잊으려 잊으려 애를 써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런 기억, 그런 느낌 있잖아

나한테는 어떤 게 그런 감정들인지 몰랐는데

인생이 살아질까란 너의 문장이 그걸 건드린 것 같았어

그러면서 옛 기억을 굳이 되살리지 않아도

그 한 문장에 생각이 어디론가 흘러갈 즈음

상상만으로도 너무 힘들더라

인생이 살아질까? 아니면 인생이 사라질까...


우리는 왜 한순간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마음 쏟아 좋아하고는 할까

이제 두 번은 마음을 안 줘야지 하고 또 기다리고

혹은 다른 사람을 만나 또 같은 과정을 겪고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또 한 번 겪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네 말을 들으며

문득 이제는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 순진했구나 싶기도 했어

인생이 살아질까라는 질문에 아무런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뭐 그런


오늘 밤 잠에 들기 힘들 거야

그러고 인생이 살아지는 것과 별개로

또 한 주가 시작되면 해야 할 일들은 여전할 거고

그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울 텐데 미안해, 내가 더 공감해주지 못해서

곁에 머무를 줄 알았던, 혹은 그러길 바랐던

그 사람의 기억을 다시 꺼내기가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덤덤함을 깨버릴 수가 없었어

나는 강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안해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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