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요일은 쉽니다 Oct 31. 2016

마음이 어려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자꾸 인연들이 스쳐 가는 것만 같아



“두 마음이 맞기가 참 어렵다, 그지?”


유난히 마음이 어려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자꾸 인연들이 스쳐만 가는 거 같아 그랬던 걸까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정말 옷깃만 스친 채 지나가는 거 같아 그랬던 걸까요


“맞아”


그래서 또 한 번 두 마음이 엇갈리고는

그 후 얼마를 계속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이럴 때면, 이럴 때일수록

자꾸 돌아가니까요

내 생각이

내 마음이


“그 사람도

내가 억지로 인연이라 조각을 맞춰서

우리가 만났던 거겠지?”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진심이었던 만큼

그 사람도 진심이었으니까요

근데 자존감이라는 게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희원아, 잘 들어”


아직도 제자리인 모습이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봅니다

힘없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내가

시간을 일 년 반 되돌린 듯

다시 깊숙이 떠내려가려던 내가


“솔직히 난 같은 여자로서

네가 왜 그 사람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


내가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근데,


근데 네가 만난다 하길래

그 사람도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했어


그래서 나는 방금 네가

그 사람도 억지로 인연이라 조각을 맞춰서 만난 게 아닐까라고 한 말이

이해가 안 돼

사실 지금 제대로 들었나 귀를 의심했어”


이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떼고 있는데

다시 주저앉지 말라고

다시 가라앉지 말라고


“너 정말 멋진 사람이야

내가 널 지켜봐서 알아


현실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아무도, 아무것도

네 가치를 바꿀 수 없어”


바람이 차가웠는데 말이죠

모르고 얇게 입고 나온 옷에

생각보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온도가

안 그래도 그 사람이 맨날 차갑다 하던 내 손을

더욱 차갑게 굳히고 있었는데

따뜻하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I wish you could see what I see

What I see in you”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물들었네요

그 사람이 떠날 때 내게 다시 돌려주고 간 내 가치가

한동안 참 형편없고, 보잘것없어 보였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 됐구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괜히 나를 미워하고, 나를 원망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는 그랬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모습을 기억해주는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나와

그 사람과 헤어진 지금의 나를 아는

한결같이 옆에 머물러주었던 든든한 내 편을

만나러 갑니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고, 고칠 건 고치고

조금 충전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먼 길을 떠납니다


그동안 이곳 서울도

안녕하길


그리고


고맙습니다

나를 믿어주어서

내 곁을 지켜주어서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이전 05화 조금만 엇갈려도, 조금만 스쳐 가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