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인연들이 스쳐 가는 것만 같아
“두 마음이 맞기가 참 어렵다, 그지?”
유난히 마음이 어려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자꾸 인연들이 스쳐만 가는 거 같아 그랬던 걸까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정말 옷깃만 스친 채 지나가는 거 같아 그랬던 걸까요
“맞아”
그래서 또 한 번 두 마음이 엇갈리고는
그 후 얼마를 계속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이럴 때면, 이럴 때일수록
자꾸 돌아가니까요
내 생각이
내 마음이
“그 사람도
내가 억지로 인연이라 조각을 맞춰서
우리가 만났던 거겠지?”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진심이었던 만큼
그 사람도 진심이었으니까요
근데 자존감이라는 게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희원아, 잘 들어”
아직도 제자리인 모습이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봅니다
힘없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내가
시간을 일 년 반 되돌린 듯
다시 깊숙이 떠내려가려던 내가
“솔직히 난 같은 여자로서
네가 왜 그 사람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
내가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근데,
근데 네가 만난다 하길래
그 사람도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했어
그래서 나는 방금 네가
그 사람도 억지로 인연이라 조각을 맞춰서 만난 게 아닐까라고 한 말이
이해가 안 돼
사실 지금 제대로 들었나 귀를 의심했어”
이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떼고 있는데
다시 주저앉지 말라고
다시 가라앉지 말라고
“너 정말 멋진 사람이야
내가 널 지켜봐서 알아
현실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아무도, 아무것도
네 가치를 바꿀 수 없어”
바람이 차가웠는데 말이죠
모르고 얇게 입고 나온 옷에
생각보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온도가
안 그래도 그 사람이 맨날 차갑다 하던 내 손을
더욱 차갑게 굳히고 있었는데
따뜻하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I wish you could see what I see
What I see in you”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물들었네요
그 사람이 떠날 때 내게 다시 돌려주고 간 내 가치가
한동안 참 형편없고, 보잘것없어 보였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 됐구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괜히 나를 미워하고, 나를 원망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는 그랬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모습을 기억해주는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나와
그 사람과 헤어진 지금의 나를 아는
한결같이 옆에 머물러주었던 든든한 내 편을
만나러 갑니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고, 고칠 건 고치고
조금 충전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먼 길을 떠납니다
그동안 이곳 서울도
안녕하길
그리고
고맙습니다
나를 믿어주어서
내 곁을 지켜주어서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