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더 쿡쿡 아프고는 했어
올해는 독감 주사를 안 맞았어
작년에는 하나둘 병원 앞에 예방접종을 한다는 안내가 올라갈 때 바로 맞았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그냥 안 맞았더라고
굳이 챙기지 않으면 잊은 채 흘러가는 그런 것들 있잖아
독감 주사가 그랬던 거 같아
그러다 정말 독감이 걸리면 큰일이겠지
열은 자꾸만 오르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한가득 처방된 약을 보며 후회할 거야, 맞았을걸
근데 또 안 아플 수도 있잖아
안 아플 수도 있는데, 괜히 미리 하는 걱정일 수도 있잖아
물론 이건 다 핑계겠지만
너는 독감일까, 예방주사일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독감이라는 생각이 오랜 시간 자리 잡은 후
어쩌면 다음 사람을 위한 좋은 공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려 했지만
너라는 사람을 통해서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또 깨달은 것도 많은 만큼 -
아니, 오히려
너 때문에 더 쿡쿡 아프고는 했어
조금만 엇갈려도
조금만 스쳐 가도
아닌가 보다 쉽게 겁먹고, 물러서고, 돌아서고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했어
걱정과 두려움
그런 게 말이야
그날 저녁, 친구들을 기다리며
어쩌다 보니 우리 둘만 남았던 건물 입구에서
“밥 한번 먹자”
지나가는 인사가 아니라
우리 진짜 마주 앉아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자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그래서 친해지고 싶다는
그랬던 용기 있던 모습은 다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조금만 엇갈려도
조금만 스쳐 가도
마음을 접고 시작하는
그런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