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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y 03. 2017

종잇장만큼 얇아서

마음이 딱 종이 두 장만큼이라도 두꺼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날



왜 그런 날 있지 않아?

누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툭 하고 터질 것 같은

위태위태하고 불안 불안한 그런 날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나도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날


예전에는 그랬거든

참고 버티다 눈물이 점점 가득 차버린 내 안에

누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툭 하고 터질까 봐

그나마 애써 혼자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손으로 구멍을 막다가

집에 뚜벅뚜벅 걸어와서 방에 들어오면

그제야 주저앉아버리는 그런 날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찢어지고 터질 때마다 그 위에 테이프를 붙였더니

어느 순간 온몸이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는 것만 같은 느낌 있잖아

그 위에 또 찢어져서 다시 테이프를 붙일 때도 있고

테이프가 점점 떨어져서 새로 붙일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온몸이 테이프로 칭칭 감긴 것 같은 기분

그렇게 겨우 꾹꾹 눌러 담고 버티는듯한 기분



마음이 종잇장만큼 얇아서

그래서 자꾸 여기저기 구멍이 나서

그래서 단단해지자고 마음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거의 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마음이 종잇장만큼 얇아서

그래서 오늘도 테이프를 붙이고

붙인 곳 위에 또 붙이고 다시 붙이고


마음이 딱

종이 두 장만큼이라도

두꺼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날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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