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딱 종이 두 장만큼이라도 두꺼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날
왜 그런 날 있지 않아?
누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툭 하고 터질 것 같은
위태위태하고 불안 불안한 그런 날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나도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날
예전에는 그랬거든
참고 버티다 눈물이 점점 가득 차버린 내 안에
누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툭 하고 터질까 봐
그나마 애써 혼자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손으로 구멍을 막다가
집에 뚜벅뚜벅 걸어와서 방에 들어오면
그제야 주저앉아버리는 그런 날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찢어지고 터질 때마다 그 위에 테이프를 붙였더니
어느 순간 온몸이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는 것만 같은 느낌 있잖아
그 위에 또 찢어져서 다시 테이프를 붙일 때도 있고
테이프가 점점 떨어져서 새로 붙일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온몸이 테이프로 칭칭 감긴 것 같은 기분
그렇게 겨우 꾹꾹 눌러 담고 버티는듯한 기분
마음이 종잇장만큼 얇아서
그래서 자꾸 여기저기 구멍이 나서
그래서 단단해지자고 마음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거의 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마음이 종잇장만큼 얇아서
그래서 오늘도 테이프를 붙이고
붙인 곳 위에 또 붙이고 다시 붙이고
마음이 딱
종이 두 장만큼이라도
두꺼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날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