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이죠, 정말
며칠 전에 브런치 홈에 떴던 글이었다, ‘그런 남자는 잊어요.’
한 줄로 마음을 울리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한참 시선을 두었다.
제목 참 잘 지었다. 문장 참 잘 썼다.
많은 걸 한 줄에, 고작 세 단어에 충분히 담았다.
마음에 비가 내렸다. 아, 우산을 두고 왔는데...
‘그런 남자는 잊어요.' 누가 떠올랐던 걸까. 아니면 내가 떠올랐던 걸까.
서울 한복판, 비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었던 그날. 멍하니 서 있었던 그날.
하나가 믿기지 않아서 많은 게 믿기지 않았던.
하나로 인해 많은 게, 어쩌면 모든 게 희미해졌던 그 날.
많은 사람들이 권했는데도 왜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남자는 잊으라고.
맞아요. 이 정도면 그만할 때도 됐죠. 이즈음이면 그럴 때도 됐죠.
돌아보면 한 시간도 안 가던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나 그래도 많이 아무렇지 않아졌어요.
그 사람 앞에서 한 송이의 꽃이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 남은 건 살아남으려는 뿌리. 또 그래서 견뎌낸 뿌리.
그런데 정말, 그 사람 옆에서 빛나던 시절이 있었네요.
나를 가장 아름답게 해주었던 사람.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었던 사람.
함께 있으면 숨이 트이고 별이 보이고
한낱 같은 순간도 무한한 의미를 띄던, 그랬던 날들.
나는 예전처럼 다시 강해요. 이제는 적어도 우산 아래서 비를 맞으니.
잊을 거예요. 아니, 이미 잊었어요. 그 사람도 나를 다 잊은 것처럼.
그냥, 오랜만에 생각이 났어요. 그뿐이죠, 정말.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