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너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내가

우리가 손을 잡고 걷던 그때 세상이 멈추지 않은 게

by 일요일은 쉽니다


오랜만이다

우리가 벌써 남이 된 지도 거의 반년이네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시간의 거의 반을

이제는 모르는 사이로 지내왔구나


나는 다시 돌아왔어

너를 만나기 전 2년 반 동안

이곳에서 그렇게 외로워하고 힘들어했는데

너를 여기서 만난 마지막 6개월 때문에

서울을 떠나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이곳이었어, 신기하지?

넌 정말 멋진 사람이다

나의 세상을 바꿔줬으니


몇 달 전, 마지막으로 너한테 연락했을 때

너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했지

그리고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나는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고

너는 그 말을 믿었을까?

바보같이 너는 그 말을 믿었겠지

아니다, 어쩌면 바보 같은 건 그 말을 지키지 못한 나일까


IMG_3972.JPG


하나 슬픈 이야기를 해주자면

나는 그 후로도 네가 계속 보고 싶었어

가끔 문득 너에게 전화를 걸어

네 목소리를 듣고, 너의 소식을 묻고,

예전처럼 내 이야기를 재잘재잘해주고 싶었어

일기처럼 그날 일어났던 일들을 나누는 게

어느새 그저 일과일 뿐, 너는 소중함을 잃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삶을 나누고, 네 삶을 듣고 싶어서

가끔 새벽에 네 번호를 누르고선

한참을 쳐다보고는 했어


그러고는 결국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았지

생각해보면 어떻게 다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IMG_3978.JPG


사실 궁금하기도 했는데

너도 내 번호를 띄우고서는

통화를 누르지 못한 채 망설였던 순간들이 있을까?

아니면 너는 벌써 너의 새로운 삶에 적응해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아직 새로운 사람이 생긴 건 아니겠지?

한때는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주던 너인데 말이야


옛날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졸업식날 너와 찍은 사진 밑에

‘머물러주길,’ 이라고 써 놓은 글을 봤어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알았던 걸까?

네가 떠나갈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야

오래 머물러주길 바랬나 봐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온 세상을 가진 듯 웃음이 났으니까


IMG_4442.JPG


IMG_4444.JPG


나한테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겠지

너와 함께 했던 만큼, 이제 멀어져 버린 거 같은데

네 생각에 여전히 눈물이 날 때면 마음이 아파와

미안해, 아직도 너를 좋아하나 봐


여기로 돌아오니 내가 없는 이곳에서

일 년 동안 얼마나 그리웠을지 짐작이 가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미안해, 그때는 몰랐어

새로운 생활에, 낯선 풍경에,

그저 나의 그리운 마음에 취해

정작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같은 곳에서

그 한 사람만 없는 채 이곳을 지내야 했던

너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나 봐

나와 함께였던 이곳에서 나를 그리며 지내 달라니

내가 너에게 너무 힘든 부탁을 하고 갔구나


IMG_3980.JPG


이곳을 떠나는 날까지

다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이곳에 우리의 기억을 묻고, 나의 마음을 묻고

잘 지내라며 너를 잊고 갔으면 좋겠다

근데 그럴 수 있을까 걱정이 돼

너는 나에게 제일 소중했던 친구인데


IMG_4011.JPG


고마워

너랑 있을 때 나는

제일 나다웠고

제일 아름다웠고

제일 행복했던 거 같아


네 손을 잡고 이 캠퍼스를 거닐며

지금 이 사람과 이대로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손을 잡고 걷던 그때

세상이 멈추지 않은 게

가장 슬픈 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IMG_4403.JPG


너는 정말 멋진 아이야, 기억해

내 세상에 들어와 전부가 되어줄 만큼

넌 너무 멋진 사람이었어

그러니 어디서든, 누구와 든 행복할 거야


고마웠어

그때도, 지금도

또 오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은 것처럼


IMG_4250.JPG


한때 너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내가

너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IMG_4466.JPG


2015년 9월 20일

89.1 KBS Cool 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My old diary – 10cm 권정열, 이지형




글&사진.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