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을 잡고 걷던 그때 세상이 멈추지 않은 게
오랜만이다
우리가 벌써 남이 된 지도 거의 반년이네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시간의 거의 반을
이제는 모르는 사이로 지내왔구나
나는 다시 돌아왔어
너를 만나기 전 2년 반 동안
이곳에서 그렇게 외로워하고 힘들어했는데
너를 여기서 만난 마지막 6개월 때문에
서울을 떠나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이곳이었어, 신기하지?
넌 정말 멋진 사람이다
나의 세상을 바꿔줬으니
몇 달 전, 마지막으로 너한테 연락했을 때
너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했지
그리고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나는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고
너는 그 말을 믿었을까?
바보같이 너는 그 말을 믿었겠지
아니다, 어쩌면 바보 같은 건 그 말을 지키지 못한 나일까
하나 슬픈 이야기를 해주자면
나는 그 후로도 네가 계속 보고 싶었어
가끔 문득 너에게 전화를 걸어
네 목소리를 듣고, 너의 소식을 묻고,
예전처럼 내 이야기를 재잘재잘해주고 싶었어
일기처럼 그날 일어났던 일들을 나누는 게
어느새 그저 일과일 뿐, 너는 소중함을 잃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삶을 나누고, 네 삶을 듣고 싶어서
가끔 새벽에 네 번호를 누르고선
한참을 쳐다보고는 했어
그러고는 결국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았지
생각해보면 어떻게 다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는데
너도 내 번호를 띄우고서는
통화를 누르지 못한 채 망설였던 순간들이 있을까?
아니면 너는 벌써 너의 새로운 삶에 적응해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아직 새로운 사람이 생긴 건 아니겠지?
한때는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주던 너인데 말이야
옛날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졸업식날 너와 찍은 사진 밑에
‘머물러주길,’ 이라고 써 놓은 글을 봤어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알았던 걸까?
네가 떠나갈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야
오래 머물러주길 바랬나 봐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온 세상을 가진 듯 웃음이 났으니까
나한테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겠지
너와 함께 했던 만큼, 이제 멀어져 버린 거 같은데
네 생각에 여전히 눈물이 날 때면 마음이 아파와
미안해, 아직도 너를 좋아하나 봐
여기로 돌아오니 내가 없는 이곳에서
일 년 동안 얼마나 그리웠을지 짐작이 가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미안해, 그때는 몰랐어
새로운 생활에, 낯선 풍경에,
그저 나의 그리운 마음에 취해
정작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같은 곳에서
그 한 사람만 없는 채 이곳을 지내야 했던
너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나 봐
나와 함께였던 이곳에서 나를 그리며 지내 달라니
내가 너에게 너무 힘든 부탁을 하고 갔구나
이곳을 떠나는 날까지
다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이곳에 우리의 기억을 묻고, 나의 마음을 묻고
잘 지내라며 너를 잊고 갔으면 좋겠다
근데 그럴 수 있을까 걱정이 돼
너는 나에게 제일 소중했던 친구인데
고마워
너랑 있을 때 나는
제일 나다웠고
제일 아름다웠고
제일 행복했던 거 같아
네 손을 잡고 이 캠퍼스를 거닐며
지금 이 사람과 이대로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손을 잡고 걷던 그때
세상이 멈추지 않은 게
가장 슬픈 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너는 정말 멋진 아이야, 기억해
내 세상에 들어와 전부가 되어줄 만큼
넌 너무 멋진 사람이었어
그러니 어디서든, 누구와 든 행복할 거야
고마웠어
그때도, 지금도
또 오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은 것처럼
한때 너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내가
너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2015년 9월 20일
89.1 KBS Cool 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My old diary – 10cm 권정열, 이지형
글&사진.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