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너를 아꼈고, 네게 마음 준 사람이었는가
“그러더라
아직도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커피 한 잔씩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 이야기에
“아직도?”
특별히 친하지도, 잘 알지도 못해서
헤어진 지 좀 됐다는 것뿐
한 번도 그들과 아직도라는 단어를
같이 붙여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다더라
나도 몰랐어”
시간이 좀 됐을 텐데
왜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인지
“얼마 전에 다른 애들이랑 같이 만날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난 별생각 없이 이름을 꺼냈거든
근데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설마, 너 아직도 좋아하냐고 그러니까
그렇다 하더라
가끔 꿈에도 나온다고”
내 이별에 취해서
다른 이별의 아픔은 볼 줄 몰랐지만
또 내 이별에 취했기 때문에
이별에 취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떤 심정일지
조금은 이해가 가서
“어… 어… 잠깐만”
마주 앉아 같이 커피를 마시던 친구가 놀라서
카운터로 얼른 걸어갈 때
친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했지만
아,
너도 나처럼
바보같이 지내고 있었구나
“괜찮아?”
네 마음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알 거 같아서
너는 갑작스러운 나의 연락에 놀랐겠지
오랜만에 돌아온 선배가
밥이나 먹자고 안부를 묻는 정도의 연락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지만
너도 나처럼 알았을 거야
그 밑에 무언가 더 있었다는 걸
학교 얘기, 공부 얘기, 미래 얘기
지금만의 주제들로 서론을 풀고
“요즘에는 어때?”
“뭐, 전공 때문에 좀 고민인 거 말고는 괜찮아요”
“그래? 이제 괜찮고?”
“네?”
“나는 아직 안 괜찮거든
너도 그런가 싶어서”
네 마음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고
누구에게서 어떻게 들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아…
어떻게… 아셨어요?”
“들었어
네가 여전히 힘들어한다고”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겠지?”
“저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이었어요
상처받고 밉고 할 것도 없어요”
“그렇게 생각해?”
“너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만나면서 더 그렇게 느꼈고”
그런가
또 그렇게 기억되는구나
“혹시,
기다리고, 그러는 건 아니지?”
좋은 모습으로 마지막을 간직하는 것과
그 좋은 모습이 돌아오기를 소원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으니
“뭐, 다시 만날 수도 있겠죠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또다시 마주친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내 친구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를 보며
아 저 미련한 자식-이라 말하며
이런 마음이었을까
도대체 왜, 네가 뭐가 못나서
네가 모르는 너희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네가 뭐가 못나서
네 마음을 다 주고도
또 줄 수 있다 말하는지
살짝 화도 나려 하지만
그래도 넌
그제야 좀 웃어 보이더라
그 날 우리
커피 한 잔씩 앞에 두고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기보다는
창가에 앉아 같은 풍경을 내다보며
한 번도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 없는 우리가
오후 일찍 마감한다는 말에서야 자리를 일어났을 때는
네 시간의 길고 긴 대화를
“있잖아
내가 그 아이 마음, 네 마음
그 속 이야기들, 감정들, 약속들
다 알 수는 없지만
너도, 나도
우리
지나간 사람은 놓아주고
더 좋은 사람 만나자
그럴 수 있어, 충분히
그 아이들이 좋은 사람이었던 게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다 내어줬던 거니까”
오늘도 너는
그 사람 생각하고 있을까
정말 네가 그렇게 그리워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네가 그러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나의 기준은
그 친구가 얼마나 잘났고 못났고 가 아니라
얼마나 너를 아꼈고, 네게 마음 준 사람이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는
너의 사람도, 나의 사람도
우리가 여전히 이렇게
그리워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꼭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
너도, 나도
우리
꼭 그러자
약속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