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던 거야

그 사람 마음이, 하루하루 깊어져 가고 있었다는 걸

by 일요일은 쉽니다


그 사람 마음이

하루하루 깊어져 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


저녁에 같이 밥을 먹거나

도서관에서 같이 과제를 하거나

같이 잠깐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갈 때면

항상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는 했거든


처음에 바래다줄 때는

우리 아파트 정문이 보이면

내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낼 때

잘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고는

휙 돌아서서 바람처럼 갔거든


그러다 시간이 얼마 지나

집을 바래다 줄 때 보니

내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고 문을 열 때까지 서 있다

들어가는 걸 보고서는

돌아서서 가더라고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우리의 마음이

어쩌면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서로 많이 깊어진 후에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건데


그날도 어김없이

네가 나를 우리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고

나는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그때 우리 아파트 구조가 어땠냐면

4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는데

밑에 1층이 다 유리로 되어있고

나는 2층에 살았기에 밑에 1층 현관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우측에 있던 계단을 올라가야 했거든


근데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열쇠를 한 손에 쥐고선 계단을 올라가다

그 날따라 왜인지 계단 중간 즈음에서 뒤를 돌아봤는데


밖에 서 있는 거야, 네가

벽에 반쯤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데

네가 여전히 그곳에 서서

올라가던 나를 보고 웃고 있더라구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았던 시간이

점점 마음에 와 닿기 시작해서였을까

너는 늘 내게 나무 같고 든든했었지만

그 날따라 네 모습은

왠지 어딘가 아련하고, 슬퍼 보였어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그 날 왜 계단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봤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


누군가 끝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어 줘서

그 날, 우리 집 앞에서도

그리고 그 후, 공항 안에서도

네 덕분에 나는 혼자 떠나던 길이

늘 덜 외로웠던 거 같다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우리 어떻게 잊을까”


돌아본 그곳에는

네가 서 있었으니까

손을 흔들며

그 자리에 그대로



“다시 올 거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이제는 역으로

내가 이 자리에 남아서

떠나던 너의 뒷모습에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고선

아직도 머무른 채 남아있지만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어쩌면 이별은

처음으로 네가 멀어지고

내가 남겨졌던

일이었던 거 같다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 다시 걸어나갈걸

다시 너에게로 달려가

얼른 가라며 손 흔들어줄걸

그런 아쉬움이 이제는 대신 남지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고마웠어

정말 든든했거든

내가 더는 안 보일 때까지

아니 안 보이는 그 후에도

그 자리에 머무르던

네 모습이, 또 네 미소가



“흠뻑 젖은 두 마음을”


그때 알았던 거야

깊어져 가던 네 마음을

깊어져 가던 우리의 인연을


“우리 어떻게 잊을까”


IMG_20160826_235817.jpg




Reference. “슬픈 인연,” 박윤하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