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도, 이별도 조금 더딘 것 같다
있잖아
며칠 전에 핸드폰에 음악 앱을 키고 새로 나온 곡들을 보다가
가끔 보는 프로그램의 음원들이 떠서
별생각 없이 틀어놓은 채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어
어떤가요 내 곁을 떠난 이후로
그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있나요
낯설지 않은 도입부에
한 번쯤은 들어본 거 같은데
인기 많았던 곡 같은데 싶어서
좀 더 집중해서 듣다가
아직까지 당신을 잊는다는 게
기억 저편으로 보낸다는 게
너무 힘이 드는데
알잖아
나는 특히나 가사를 좋아하는 거
이쯤 되니 별생각 없이 듣기 시작한 곡이
별 생각나게 하는 내용의 가사더라
하루 종일 비 내리는 좁은 골목길에
우리 아끼던 음악이 흐르면
잠시라도 행복하죠 그럴 때면
너무 행복한 눈물이 흐르죠
생각보다 음악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안 했던지
같이 듣고 좋아했던 곡은 크게 기억이 안 나
네가 제이레빗을 좋아했었는데, 그 정도
그래서 내가 괜히 질투를 좀 하지 않았나, 그 정도
근데 난 너를 좋아하면서 같이 좋아하기 시작한 곡들이 몇 개 있었어
그때 한창 유행하던 썸이란 곡도
별에서 온 그대 OST인 효린의 안녕이란 곡도
가사를 따라 부르며, 또 혼자 씁쓸해하며 듣던 곡들이었는데
가끔씩은 당신도 힘이 드나요
사람들에게서 나의 소식도 듣나요
글세, 너는 내 소식을 가끔 전해 들으려나
모르겠다, 소식을 전해 들을 통로가 거의 없었으니
만약 들었다면, 여전히 잘 지내더라,
혹은 그래도 잘 지내더라라는 말이었기를 바라지만
당신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댈 아프게 하지는 않나요
그럴 리 없겠지만
나는 솔직히 네 소식을 몇 번 못 들었어
애들이 말을 안 해주더라구
상처받을까 봐, 또 혼자 울까 봐
꽁꽁 싸매서 마치 네가 없는 사람인마냥 알려주지 않더라
네 옆에 그 사람이 얼마나 예쁠지, 얼마나 귀여울지
하나도 말 안 해주더라
이젠 모두 끝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우리 약속했던 많은 날들은
이상하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래도
우리가 평생 한 번 있을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네 옆자리를 벌써 대신하고 있었구나
이제는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 사람이 그립고
그 사람하고 있으면 행복하고, 그 사람하고 있으면 다 가진 듯 좋아할 네 모습이
내 옆에 있을 때랑 더 이상 겹치지 않는 거 같아서
나를 사랑했었나요 아닌가요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
너는 나를 사랑했다 말했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 말했기에
그러나 그 둘 다 이제 너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일 테니
알고 있어요 어쩔 수 없었다는 걸
나만큼이나 당신도 아파했다는 걸
알아, 너도 힘들었던 거
나도 알아, 다
너도 그 후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를 동안
힘들어하고 아팠던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원망 안 해
이젠 모두 끝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우리 약속했던 많은 날들은
다만
나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데
만나서, 정말 너를 보내줘야 하는데
나는 사랑도, 이별도
조금 더딘 것 같다
나를 사랑했었나요 아닌가요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
두 번은 하지 말자, 이런 이별
한 번으로 충분한 것 같으니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
너로 충분한 것 같다
이제는
행복하기만 하자
듣고 있나요 우습게 들릴 테지만
난 변함없이 아직도 그대를
행복하자
행복하자
Reference. "어떤가요," 불광동 휘발유 (복면가왕)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