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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r 18. 2016

그거면 돼요, 정말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용기와,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얼마 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졸업을 몇 달 안 남긴 상황에서

하나둘씩 인사하고 정리해가던 그즈음에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주게 되었는데

이미 그때는

남자는 그곳에서 대학원이라는 길이 정해져 있었고

여자는 졸업 후 귀국이라는 길이 정해져 있었죠


여자는 애초에 남자한테

장거리 연애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을 했으므로

남자는 결국 학교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확정된 것 없이

졸업 후 같이 귀국을 했대요


그리고 그즈음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남자의 친구는

남자의 결정이 얼마나 미련하고 바보 같은 것이었는지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고

결론을 내리더군요



그렇게 함께 돌아온 후

한 번은 막아냈지만 두 번은 막아내지 못한

그들의 결말까지 안다면

더욱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들은 헤어졌거든요

남자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했고

여자는 견디기가 힘들었으므로

결국 둘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가장 비싼 값은 치렀는데도 말이죠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제 머릿속에 맴돌았던 질문을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그 둘의 마음은 진심이지 않았냐고

그래도 여자는 남자를 정말 사랑했고

남자도 여자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냐고


남자의 친구는

물론, 그렇다 했어요

그 둘의 마음은

늘 진심이었다고


그러나 여전히

어차피 그렇게 헤어질 것이었으면

애초에 사랑 때문에 진로를 포기한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덧붙이면서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남자는 여자를 정말 사랑했고

여자도 남자를 정말 사랑했다면

그래서 그 둘의 마음은 늘 진심이었다면

그럼 그걸로 충분한 것은 아닌지요

큰 결정을 내리고, 큰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그 둘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결정이었던 게 아닌지요


제가 그 남자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남자의 선택이

미련하거나,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친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야 언제든 다시 지원하면 되지만

사람은 꼭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사람은 내 인생의 다른 일들을 처리할 동안 기다리게 해도 된다는

혹은 떠나가더라도 더 좋은 사람이 올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한 해를 기다려야만 다시 볼 수 있는 수능도 부담되는데

한평생을 기다려도 오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남자의 선택이 과연 헛된 것이었을까요



정현주 작가님의 책에 그런 구절이 있어요

“행복해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용기와

사랑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 남자는

자신의 진로를 놓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놓고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행복은

잠시 머물렀다 다시 떠날 학교보다는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것도 인연이라면

매일 곁에 있어줄 한 사람 말이에요



세상은 자꾸

빨라지고, 어려워지고, 낯설어져서

많은 곳을 가리키고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사실 그거면 돼요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용기와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그거면 돼요

정말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아, 그리고 남자는 그 후

원래 가기로 예정돼 있던 학교보다도

더 인정받는 회사로 가게 되었어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언제든, 어디서든 길이 열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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