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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Aug 18. 2019

그 도시는, 그 밤은 -
퇴근 후 우리의 저녁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많이 보고 싶을 때에는


2017년 5월의 도시는  

그 여행의 테마는 아이유의 '밤편지' 였고 

네가 살고 있던 도시에 마침 네가 없는 시기에 가게 된지라

그곳까지 가서 너를 만나지 못했지만 

많은 게 좋았던 '밤편지'와 밤낮이 다른 시차를 두고 오히려 시간이 더 잘 맞았던 너와 매일 연락을 하며 

그리움을 달래었고



2018년 7월의 도시는 

이즈음 되면 네가 몇 년 살던 그 도시를 떠나고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정승환의 '밤편지'를 들으며 

유독 그해는 저녁 너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날들이 많았으며 

우리는 만나지 못할 듯했지만 재밌게도 매일 만났으며 

누가 봐도 친구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지만, 친구라고 불렀으며

그리움을 달랬는데 



2019년 7월의 도시는 

그 도시는 

그 밤은 

퇴근 후 우리의 저녁들은 



너를 만나러 갔던 그 시간들 

너를 만나러 간 것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가서 너를 최대한 많이, 최대한 오래 만난 시간들이 모여 

나는 늘 헤어지기가 아쉬워 너를 보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고

너는 공원 밖으로 나가는 길과 다시 공원 안으로 한 바퀴 더 걷는 길에서

공원 밖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공원 안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돌리는 걸 보며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는 유독 네가

그 어느 해보다 나에게 솔직했고 

네가 솔직했다는 말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위로가 아닌 너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했고

학생 때였더라면 그게 나름 마음의 상처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너의 속 깊은 뜻을 이해하는 지금은 

네가 넘어주는 그 선이 좋기도 했다 


2019년 8월, 네가 없는 이 도시에서

가을이 다가오는 것 같은 저녁 시간, 사랑하기 좋은 날 라디오를 켜고

불이 꺼진 방에 앉아 창 밖을 보며

오늘따라 유독 네가 보고 싶어  

'밤편지'가 참 듣고 싶다, 

들으면 네 생각이 나고 네 생각이 나면 듣는 '밤편지'가 참 듣고 싶다,

혹시 문자를 보내볼까 하던 찰나 

노래가 끝나고 흘러나오던


"이 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너무 설레서 웃음이 나와 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많이 보고 싶을 때에는 


이제까지 당연한 부분이라 

당연한 정도라 받아들여왔던 그리움보다 

그 파도가 높아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봤으니 

일 년을 더 기다리면 되는 걸까 

네가 좋은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 

조용히 머물다 가면 되는 걸까  


그런 우리는 

모르는 척을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걸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나의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좋은 꿈 이길 바라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감정을 앞세우다 

너를 잃어버리기엔 

네가 너무 소중해져 버렸다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라 

너를 내 옆에 두지 않아도 

너를 내가 꼭 갖지 않아도 


전화번호부에서 네 이름 석자를 찾아 번호를 누르면 

그러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게, 너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일 년을, 한 달처럼 만들어 버리는 

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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