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돌아보는 일이 다 그런 거겠죠
Q.
돌아가니까 어때요?
A.
좋아요
아련하고, 애틋하다
마음이 한없이 미어지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고
한길 한길 걸으면서도 이 길이 그립고
어쩌면 몇 년 전 걸었던 그 길이 그립고
아니 어쩌면 함께 걸었던 그 사람이 그립고
그런 거겠죠
추억을 되돌아보는 일이
다 그런 거겠죠
소중했던 곳으로 돌아와서 그런 걸까요
둘이 함께 이곳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저라도 돌아와
잠들었던 추억들과 마주하게 돼 다행이에요
한때 함께 걸었던 이 길을 지금이라도 다시 거닐면
그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 같거든요
그 사람 손 꼭 잡고 같이 걸어가는 것만 같은데
재잘재잘 떠드는 내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옆에서 웃어주는 것만 같은데
씩씩하게 지내야 하는 데 말이죠
혼자만 그리워하는 건 너무 외로운 거 같아서요
함께한 기억을, 혼자 돌아가 지키려는 건
어쩌면 내 욕심이었을까요
모두에게 상처였을까요
좋아하는 가사의 한 부분처럼
그 사람을 기억해내고,
또다시 지워 내는 일이 말이죠
왜 자꾸 걱정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있는 동안 행여라도 돌아올까 봐 말이에요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오지 않을 것이 두려운 걸까요
아니면 지금의 우리가 다시 마주친다면
예전의 우리가 가려질까 두려운 걸까요
많이 좋아했는데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말이죠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많이 주고, 더 많이 주고
그렇게 내 마음을 한 톨도 남김없이
다 주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나 봐요
그 사람이 훨씬 더 어른스러웠네요
바보같이 다 주지 않고 말이죠
생각보다 괜찮다며 웃던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장난처럼 웃어넘기던 내가
어제 오후,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다
우리가 만나야 했던 이유가 있겠죠? 라 묻고서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이별이 현명했던 거겠죠 - 라 물었을 때
입술이 떨리는 걸 보고 거기서 멈췄어야 하는데
그다음 질문을 하지 말걸 그랬나 봐요
우리가 꼭 만나야 했던 인연이 아니었겠냐는
그 질문 말이죠
어떡하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지났다 생각했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다가
또 그 사람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나버렸네요
가릴 수 없는 빈자리를 손으로 막은 채
또 눈물을 닦고 있었네요
이런 내 모습을 그 사람이 본다면
미련하다 생각하겠죠?
아니다, 그래도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자기가 더 아파할 텐데
자기가 더 미안해할 텐데
입술을 깨물고 돌아서서 자기가 눈물을 흘릴 텐데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렇죠, 그런 사람이었어요
나 대신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돌아서서 울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내가 언제부터 그 사람을 몰랐던 걸까요
전화하면 안 되겠죠
이제 연락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나 안 하고 있잖아요, 한 번도 안 했잖아요
그리워하는 마음 누르고, 참고, 지우려 하다
그냥 그 빈자리 내가 끌어안고 지내잖아요
끌어안을수록 내 마음을 더 갉아먹는 걸 알면서도
가시처럼 콕콕 더 깊숙이 찌르는 걸 알면서도
연락하지 않는 대신
그 그리움, 내가 다 안고 지내잖아요
“기억해내고, 다시 지워내고”
그래요 나 우리를
기억해내고, 다시 지워내고
또 기억해내고, 다시 지워내고
그렇게 우리를
오늘도 또 우리를
“기억해내고, 다시 지워내고”
Reference. “그런 날이 오겠죠,” 신승훈, 노래 / 심현보, 작사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