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만 걸을 수 있게

그 사람도, 나도

by 일요일은 쉽니다


오랜만이라 반갑다고 다들 웃으며 인사하고는

뜨거워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고

한 주간의 이야기, 회사 이야기,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누다가


“남친구는 잘 있어?”


오랜만에 만난다고 티 내는 거예요?

만나는 사람 없는데 말이에요


“정말? 만나는 사람 있었잖아. 그때 있지 않았어?”


그때는, 있었죠


“그 사람은?”


헤어졌어요

그 사람이랑


“언제?”


사실 조금 됐어요

벌써 겨울에 접어들었고 봄에 헤어졌으니

거의 2년이 다 돼가네요

시간 참 빠르죠


“근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말했으면 좋은 사람 소개해줬을 텐데”


그러게요

말할 걸 그랬어요, 그죠?

한동안 아무한테도 말 못했어요

말하면 정말 헤어진 게 돼버릴 거 같아서

그러면 정말 끝이 돼버릴 거 같아서



“왜 헤어졌는데?”


거리가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졌다 해서요

그 말에 대꾸할, 혹은 반박할 주장이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어떻게 했을 텐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잡았어?”


아니요

그 사람이 전에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혹여나 자기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면

잡지 말아 달라고

그 말을 잊지 못해서

단호했던 그 사람 목소리에

알겠다고 약속한 게 생각이 나서


“그런 게 어딨어, 나쁜 놈이네”


그죠?

그래서 잡지 못하고는

그 대신 기다렸어요, 꽤 긴 시간을

그게 내가 그 사람을 잡는 방식이었으니까

그 사람 말이 계속 떠올라서

내가 잡을 수 있는 방식은 기다리는 것 외엔 없었어요

거리 때문에 그런 거라면

시간이 좀 지난 후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헤어지고 꽤 긴 시간을 기다렸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해서

그때는 기다림이 그런 의미인 줄 알았어요

결국에는 돌아올 사람의 자리를 비워두는 것


그 시기가 길어지면서

조금 더 기다리면 돌아오겠지, 결국 돌아오겠지

기다림의 끝을 정해놓지 않고 기다렸기에

한없이 돌아오겠지, 곧 돌아오겠지

올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렇게 기다렸어요

다시 올 줄 알고

다시 올 거라 믿고

다시 올 테니까

그렇게 시간을 보냈네요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


그 사람은, 잘 지내요

잘 지내는 거 같아요

새로운 삶에, 새로운 생활에,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해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요

행복하길 바랐는데

정말 나랑 있을 때보다 그러한 거 같아요

잘된 거겠죠?

이게, 맞는 거겠죠


그래서 나도

잘 지내려고요


이제는 그래도

되는 거겠죠?


“그럼, 잘했어

괜찮아, 잘했어”


이제는 정말

보내줘도 되는 거겠죠

그 사람도, 나도

행복한 길만 걸을 수 있게

그럴 수 있게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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