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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1년

by 미니쭌

지금까지의 이야기

백수가 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나름 거창한 이유를 대며 회사를 나왔건만, 그동안의 성과라고는 삽화작업 딱 하나였다. '외주를 하려고 나온 건 아닌데', 싶다가도 이거라도 해낸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집안일 때문에 매주 주말이면 본가집으로 간다.

갈 때마다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다.

"도대체 언제 취직할 거냐?, 사람이 이렇게 놀면 안 돼"

회사를 나오고 논적이 없는데,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사실 결과물을 내놓은 게 없으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지금은 취직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하는 사람인지 알리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저 혼자만의 외침이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맞게 가고 있는 건지, 15년 넘게 해 오던 일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는지 싶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나는 나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를 알리고, 그 좋아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생각만 하고, 준비만 한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이 조금은 후회가 되는 그런 날, 어제는 그 자존감에 바닥을 찍은 날이다.

후회는 어쩔 수 없고, 다시 정리해서 달려보자 마음먹었건만, 주변의 말과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이럴 땐 걷는 게 최고다.

그냥 무조건 걸었다. 땀을 쭉 빼고 나니 뭔가 억울해졌다. 내가 내 돈 들여 내 시간 들여,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데, 왜 주변 눈치를 보고 흔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닌데, 난 회사 다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라고 혼자 외쳐보지만, '내가 진짜 열심히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결심이 섰다.

지금 가는 길을 꾸준히 기록해 보기로. 그날의 감정, 생각, 작업과 콘텐츠에 관한 생각과 작업 과정을 말이다.

언젠가는 이 글을 읽으며, 그래도 끝까지 해본걸 칭찬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백수의 하루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백수의 생존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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