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덴 블루 Aug 03. 2023

진정한 상남자의 본모습

오르후스에 도착했다. 덴마크 제2의 도시인 오르후스는 코펜하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코펜하겐은 수도답게 대중교통이 발달하였고, 주요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오르후스는 전체적으로 조용한 느낌의 도시였다. 중심지는 사람들로 활기찼지만,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했다. 중심지에서 에어비앤비 숙소까지는 도보로 40분 거리였다. 에어비앤비 숙소 주변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낭만적인 곳이었다. 코펜하겐 인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단독주택 중심가였다. 아주 예쁘고 알록달록한 단독주택들이 모양을 뽐내듯 자리 잡은 동네였다. 처음 들어보는 새의 지저귀는 소리는 주변의 고요함을 깨우는 하나의 몸짓이었다. 

    

오르후스에는 코펜하겐에서 항상 볼 수 있었던 자전거 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없었다. 인구가 많지 않아서 없을 뿐 대한민국보다 많이 타고 다녔다. 오르후스에는 놀랍게도 지하철이 없었다. 제2의 도시지만, 인구가 많지 않아서 없는 듯했다. 경전철이란 것이 있었지만 가고자 하는 곳에 경전철이 다니지 않아서 타볼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오르후스의 주요 대중교통인 버스를 많이 타고 다녔다. 코펜하겐과 마찬가지로 오르후스에서도 모두 저상버스였다.     


시간은 흘러 오르후스 여행을 마치고 코펜하겐으로 되돌아가는 날이었다. 오르후스 중앙역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 중간쯤 왼쪽에 앉았다. 오른쪽 앞을 보니 버스 하차 문 앞에 덴마크 남자가 서 있었다. 키 크고 덩치 좋은 전형적인 덴마크 남자였다. 그는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잡고 있었다. 한국 사람인 나에겐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 한국의 대중교통에서 유모차를 태울 수도 없다. 가끔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 아기들을 산책시키기 위해 유모차를 미는 남자들을 봤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공공장소에서는 아직 본 적은 없다.      


덴마크 남성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저상버스에서 먼저 내렸다. 이어서 아기가 탄 유모차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그의 모습은 다정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러운 걸 보니 우연한 기회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자주 유모차를 밀어본 솜씨인 듯했다. 상당히 가정적인 덴마크 남자였다. 이런 모습이 어쩌면 덴마크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알고 보니 덴마크 남성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이유가 있었다. 덴마크에서 남자도 육아휴직이 일상화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된 자료도 찾아볼 수 있었다. '덴마크에서는 육아휴직에 관대하다. 여성은 출산 전 4주와 출산 후 14주 동안 유급휴가를 받는다. 남성은 출산 후 2주 동안 유급휴가를 받고, 부모는 최대 32주까지 유급휴가를 나눠서 받는다.‘     


’덴마크 아빠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때도 많다. 그리고 덴마크 남자들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 남자들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최근 OECD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남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라는 내용도 접하게 되었다.    

 

덴마크는 양성평등에서도 상당히 앞서가는 국가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성평등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참고로 한국은 덴마크보다 점수가 매우 낮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버스에서 유모차와 함께 있는 덴마크 남자를 본 것이었다.      


'아주 남자다운 남자'

상남자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렇듯 상남자는 통상 육체적인 강인함이나 남자다운 모습을 의미한다. 덴마크 남자는 키 크고 덩치도 크니 상남자라고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상남자의 모습도 보았다. 덴마크 남자가 유모차의 아기를 돌보는 가정적이면서 다정한 모습이 진정한 상남자는 아닐까? 

이전 07화 공개된 은밀한 장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