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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덴 블루 Jul 31. 2023

공개된 은밀한 장소

나는 약간 계획적인 인간이다. 얼마 전 유럽 여행을 떠날 때도 그랬다. 전체적인 일정을 잡고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예약했다. 출발 여정은 인천-비엔나, 도착 여정은 프라하-인천이었다. 최종 목적지는 덴마크였기에 유럽 내에서 이동할 비행기 예약했다. 에어비앤비 숙박 예약과 코펜하겐에서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까지의 왕복 기차 예약을 했다. 이것들이 계획의 전부였다. 나머지 식사, 여행지 등 모두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덴마크 DSB 기차 홈페이지에서 기차 예약을 한국에서 미리 했다. 코펜하겐에서 오르후스까지 여정이었다. DSB 어플도 있으나 일정과 자리 예약 단계까지만 볼 수 있고, 한국에서는 결제가 안 되었다. 덴마크 기차 시스템이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특정 여행지를 선택 후 별도 좌석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었다.     


코펜하겐에서 오르후스행 왕복 기차 좌석은 Standard seat(일반 좌석)을 선택했다. 그 아래에 Silent zone seat(조용한 좌석)이라는 좌석이 있었다. 예약할 당시에는 여행 준비에 바빠서 이런 좌석이 있는지 제대로 못 봤다.      


시간이 흘러 코펜하겐 중앙역에 도착했다. 오르후스행 기차를 탔다. 우리나라의 KTX급 기차인데, 속도는 KTX 정도로 빠르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가는 동안 덴마크인 승무원이 직접 티켓을 검사했다. 한국은 모든 게 온라인이라 빈자리만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해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덴마크는 일일이 개별적으로 티켓 확인을 하였다. 덴마크 사람들은 모바일 티켓을 제시했다. 나는 프린트한 티켓을 보여줬다.      


기차는 오르후스에 도착했다. 내리면서 보니깐 일반 좌석과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여기는 뭐지?"

하면서 내렸다. 오르후스를 여행하고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왔다. 코펜하겐에서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코펜하겐 카드를 이용해 코펜하겐 권역인 크론보르성(Castle)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였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를 탔는데 이때 기차는 좌석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출발할 때는 일반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코펜하겐으로 돌아올 때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 좌석에 앉았다가 복잡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이 몇 명 없고 조용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혼잣말을 했다. 조금 후 인도사람 세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얘기했다. 그러자 앉아있던 덴마크 여자가 그들에게 말했다.

"여기는 조용한 좌석이니 얘기하면 안 돼요."

공손한 영어 말투였다. 조금 후 인도사람들은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정면을 쳐다봤다. 기차 벽면에 그림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용히 해’하는 모양인 ‘쉿’하는 사람 형상이었다.    

  

"여기가 조용한 좌석이구나. 그래서 조용하네.“

”코펜하겐에서 오르후스행 기차 예약할 때 본 그 좌석 문구. 오르후스행 기차를 탔을 때 몰랐던 그 공간. 그것들이 조용한 좌석을 말하는구나.“

”우리나라 KTX도 조용한 좌석 좀 만들어주지.“

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덴마크 기차에서 조용한 좌석을 직접 경험해보았다.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딱 좋은 선택인 은밀한 장소였다. 일반 좌석도 시끄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얘기 소리를 들었다. 그런 소리마저 방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조용한 좌석을 선택하는 듯하다. 조용한 좌석에서 달리는 기차 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덴마크에서 느껴보는 또 다른 운치였다. 기차의 조용한 좌석에서 복식호흡을 한 후 몸이 이완하듯 편안한 여행을 즐겼다. 평화로운 덴마크를 온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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