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첫인상은 친절이었다. 길을 모를 때 덴마크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준다. 덴마크 여행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네 번째 옮길 때 길을 헤맸다. 구글맵을 보고 근처에 찾아갔는데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목적지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다가 정차했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중년 여성이었다.
“어디 찾아요?”
“예, 여기 찾습니다.”
구글맵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도를 보더니 친절하게 알려줬다. 차를 세우면서까지 친절을 베푸는 덴마크 사람들. 만난 덴마크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사뭇 다른 경험을 했다. 덴마크가 물가가 비싸서 마트를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마트 계산대 직원이 계산 후 영수증을 던져놓듯이 내려놨다. 종이도 약간 구겨져 있었다. 한국이라면 이런 행동은 상당히 불친절한 행동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있는 곳은 덴마크였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사실 이런 문화는 덴마크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문화가 한국만큼 발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면에는 고객을 어떻게든 만족시켜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듯하다. 고객과 마트 직원은 대등한 입장이라고 본다는 뜻이다. 단지 마트 직원은 마트에 근무하고, 고객은 제품을 구매한다는 처한 상황 차이만 있을 뿐. 서로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서로 대등하기에 과잉 친절 또는 공손하지 않은 듯하다. 기본적인 업무 역할만 수행하는 듯하다.
덴마크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만났을 땐 친절했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고객과 직원은 동등한 입장이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본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대등하고 평등한 입장은 범위를 확장해서 대다수 직장에서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물 때였다. 집주인은 이란 사람이었다. 저녁에 그의 친구가 놀려왔었다. 집주인이 나보고 같이 위스키 한잔하자고 했다. 라면을 끓여 먹고 같이 합석했었다. 집주인 친구는 덴마크 사람이었다. 여러 얘기를 하다가 궁금한 질문을 덴마크인에게 했다. 덴마크 인구는 5백만 명 정도. 한국은 5천만 명. 인구는 한국보다 훨씬 적은데 덴마크는 1인당 GDP가 한국보다 훨씬 많다. 이어서 질문을 했다.
“어떻게 덴마크는 잘살게 되었죠?”
“덴마크 사회는 평등하기 때문에요. 직장에서 사장과 직원은 평등해요.”
그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은 위계질서가 엄격해요.”
“그러면 당신이 바꿔봐요.”
“나는 못 해요.”
“그럼 당신이 회사를 설립해서 사장이 되세요. 그리고 평등한 관계를 구축해봐요.”
이런 얘기를 그 덴마크 사람과 했었다. 진짜 평등한 사회가 경제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를 술자리에서 했었다. 그에 말에 공감한다.
덴마크 사회가 평등하다는 것은 대학교정에서도 존재했다. 어느 미국인 교수가 덴마크 대학교수로 부임했다. 첫 수업 시간에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말했다.
“수업 시간을 조정해주세요.”
과목의 수업 시간 조정을 교수에게 요청한 대학생. 미국인 대학교수는 이런 질문을 미국에서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라디오에서 들은 일화이다. 얼마나 덴마크 사회가 서열문화 없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의 일화인가.
서비스는 가히 꼴찌라 할 수 있는 덴마크의 가면 속을 들여다보니 평등한 사회를 이룩했다. 그들의 평등한 사회가 오롯이 자유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