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족자 여행 6

좀블랑동굴

by Scott Choi

좀블랑동굴


족자카르타 여행을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 좀블랑 동굴이다.

거대한 싱크홀 두 개가 서로 연결된 곳인데 로프를 이용하여 싱크홀을 수직으로 내려간 후 700미터 동굴을 걸어 반대편 싱크홀의 빛 내림을 보고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싱크홀의 환상적인 빛 내림을 배경 삼아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오후에는 태양의 위치 변화로 동굴의 빛 내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전에 50명씩 두 팀만 받고, 10시 30분 이전에 도착해야 동굴투어가 가능하다.

첫 번째 그룹에 속하면 대략 12시 30분 전후로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족자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50km 떨어져 있지만 교통체증이 심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메인 도로에서 좀블랑동굴까지 약 700미터 정도는 비포장 자갈길로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바이크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하다.

외국인 입장료가 인당 50만 루피로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편이다.

참고로 족자카르타 호텔에서 좀블랑 동굴까지 차량 한 대(4인 기준) 왕복 가격이 50만 루피이니 투어비가 만만치 않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일행 중 한 분이 고소 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좀블랑 동굴은 60미터를 밧줄로 의지해서 내려갔다 올라와야 하는데 행여 갔다가 체험도 못하고 돌아오면 낭패이기에 가능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을 본 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며 도전하겠다고 해서 다들 박수로 응원해 줬다.

우리는 좀블랑동굴 투어 후 발리행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셈이 복잡해졌다.

전날에 말을 튼 호텔 직원을 통해 15인승 차량을 가지고 있는 현지 여행사와 딜을 했다.

오전 7시에 모든 짐을 싣고 출발, 좀블랑 동굴 투어 후 족자카르타 시내를 거치지 않고 공항으로 직행, 오후 4시 공항 도착 보장을 조건으로 120만 루피(한국 돈 10만 원)에 가기로 했다.

호텔직원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여행사 사장과는 번역기를 써야 했는데 호텔 직원이 근무가 야간이라며 고맙게 우리와 동행하면서 통역을 해주었다.

둘 다 30대 초반으로 친구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이곳 족자카르타, 발리, 자카르타 전역에 친구들이 있으니 혹 다음 기회에 방문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 달란다.

혹시 족자나 발리에서 차량을 렌트하거나 투어 할 일이 있으면, 중간 마진 없이 진행해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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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4_083709.jpg 하강 로프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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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교통체증 없이 좀블랑 동굴에 8시 30분 도착, 접수번호 7번을 받았다.

번호순으로 투어가 진행되므로 일정이 빠듯한 분은 가능하면 빨리 도착하면 된다.

우리는 지급받은 장화를 신고 동굴 입구 별도의 대기 장소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헬멧과 로프 하강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제대로 장착이 되었는지 여러 번 확인 작업을 걸친다.

오전 9시부터 좀블랑 동굴팀들이 로프 하강 장비를 세팅하고 팀의 최고 연장자가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번호표 순으로 자리에 착석,

안전로프를 걸고 낭떠러지로 이동, 철제봉을 잡고 선다.

준비가 되면 안전로프를 하강 로프로 교체하는데 이때 들리는 철컥~ 철컥~ 소리가 주변의 공기를 짓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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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례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하강로프는 안전하게 몸통 앞 뒤로 두 개를 체결한다.

하강을 하기 위해서는 꼭 붙잡고 있는 철제봉을 놓고 허공에 몸을 날려야 하는데,

다들 긴장되어 몇 초 동안 봉을 잡고 놓지를 않는다.

이때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을 전문 카메라맨이 촬영을 하고 투어가 끝난 후 판매되는데 사고 안 사고는 선택이다.


수직으로 60미터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맘껏 소리를 질러도 된다고 했지만 긴장한 탓에 다들 얼음이 되어 로프만 꼭 잡고 조용히 내려간다.

난 조용히 침묵했는데, 강심장 우리 마나님은 유일하게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내려온 순서대로 급경사 길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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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바닥은 진흙밭으로 발을 잘못 디디면 발이 푹 꺼지면서 진흙 속에 파묻혀 옴짝달싹을 못하니 11자로 깊게 파인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한다.

발을 옮길 때마다 인절미 떡메를 들어 올릴 때처럼 진흙이 장화에 들러붙어 쩍 ~ 쩍~ 소리가 난다.

길 중간중간에 깊게 파인 곳이 있다.

갑자기 발이 쑥 들어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여기저기서 악 ~ 소리를 지르며 진흙밭에 주저앉는 사람이 속출한다.

우리 앞에 있는 중국인 여자는 서 너번 넘어지면서 온몸이 진흙투성이로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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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길을 700미터쯤 가면 빛 내림 포인트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 커다란 석순이 있는데 옆에서 한 명씩 서면 좀블랑 동굴 팀 중 한 분이 폰을 받아 인증샷을 찍어준다.

구름이 해를 가릴 경우 빛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짧게는 수십 초 길게는 몇 분 동안 빛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으니 혹 날씨가 흐려 사진을 못 찍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빛이 들어오는 곳을 올려다보니 나무가 싱크홀을 덮고 있고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러운 강약의 톤이 만들어져 환상적인 빛 내림이 연출되었다.

나중에 찍어준 사진을 보니 전체를 찍기 위해 폰의 초점을 광각으로 찍어 인물이 길쭉하게 나와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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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데, 중간에 다시 사진 찍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오히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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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온도는 초입에는 습하고 덥다가 목표지점에 가까울 수로 물소리가 들리면서 시원한 맞바람이 불어온다.

동굴이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습하고 더웠다.

얇은 옷에 반바지 차림으로 투어 하는 것이 최선일 듯싶다.

들어간 순서대로 거의 비슷하게 다시 로프를 타고 올라온다.

올라갈 때는 이곳 주민들이 총동원되어 줄다리기할 때처럼 위에서 끌어올려 준다.

동굴 안과 밖 어느 곳에도 전기시설이 없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자연을 보호하면서 실제로 주민들에게 파이가 돌아가도록 하는 진정한 공정여행(Fair trade)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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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별도의 샤워실은 없다.

수돗가에서 몸에 있는 진흙을 씻어낸 후 식탁에 현지 음식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고, 시간이 되어 공항으로 출발했다.

20250824_121059.jpg 제공되는 점심

좀블랑 동굴 투어를 마친 후,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일행분이 좀블랑 동굴 체험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단다.

암담했던 지난날 자신들의 모습이 마치 좀블랑 동굴과 너무 닮았단다.

7년 전 10억 부도를 맞았단다.

돈을 떼일 상황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 공장 사장을 찾아가 받을 돈 대신에 물건을 달라고 했는데 다행히 물건을 내주었단다.

큰 창고를 임대해서 물건을 쌓아 놓은 후, 매주 주말이면 사모님은 창고로 출근해서 팔 물건을 분류하고 정리했단다.

남편은 분류한 것들을 트럭에 싣고 7년 동안 전국 상품 박람회를 찾아다니면서 물건을 처분하여 최근에 빚을 다 갚았단다.

주위에서는 파산 신고 후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왜 무식하게 빚을 다 갚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나 편하자고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며 조금씩 조금씩 빚을 갚아 나갔단다.

그리고 빚을 다 갚고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선산을 지키게 되어 너무 뿌듯했단다.

두 분은 좀블랑 동굴투어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단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안은

10억 빚에 갇혀버린 깜깜한 인생이었고,

발이 떨어지지 않은 진흙탕 길은

빚을 갚기 위해 힘겹게 살아온 지난날과 똑 닮았고

동굴 속 어둠을 뚫고 맞이한 밝은 빛은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면서 빚을 다 청산하고 맞이한 자신들의 현재 모습과 너무도 똑같아 큰 위로를 받았단다.

두 분의 끊이지 않는 웃음과 유머는 암울한 시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이제는 두 분의 소중한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함께 시련을 이겨낸 두 분이 너무 귀하게 보였다.

우리는 동굴 투어를 마치고 여유롭게 족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도착 전에 들린 아래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인도네시아 전통식당으로 분위기도 독특하고 가격도 착해 추천합니다.

Starprog Coffee(클릭하면 구글맵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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