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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chy foot Sep 28. 2023

추석, 시험 그리고 뎅기열...

- 싱가포르 정보: 추석에 먹는 문케이크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추석이 다가오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난다. 그 일은 코로나가 한참 심하던 추석연휴 하루 전날이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많다 보니 추석이 특별한 날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쉬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학교와 회사는 쉬지 않고 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 회사나 중국 회사는 쉰다. 또 중국 직원이 많은 슈퍼마켓이나 식당, 상점 그리고 병원, 약국은 추석연휴 전날 오후 5시부터 문을 닫는다. 공휴일은 아닌데 꽤나 문 닫는 슈퍼마켓이나 상점, 병원, 약국이 많다 보니 거의 연휴와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추석 전에 장도 미리 봐 놔야 한다.


어쨌든 추석과 상관없이 회사도 가고 학교도 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 추석연휴와 겹친다. 쉬지도 않는 데다가 시험과도 겹치니 나에게 여기에서의 추석은 정말 특별하지 않은 날이긴 했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체온계로 재보니 38도에 가까운 정도였다. 애 말로도 시험 시간에 무슨 정신으로 시험을 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대충 끝내놓고 시험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잤다고 했다. 그럴 정도로 애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우선 급한 대로 집에 있는 열 내리는 파나돌(여기에서 감기 관련 약은 다 파나돌 시리즈다)을 먹이고 재웠다. 간간이 열을 확인하는데도 열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코로나인가. 그래서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코로나 증상과 매치를 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콧물도 기침 증상도 전혀 없이 열이 미친 듯이 오르고 온몸이 쑤시다는 애의 증상은 코로나와는 증상이 사뭇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추연휴 전날이라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기 시작할 때였고(연휴 전날 반나절만 하는 병원도 많다) 코로나 검사라도 하게 되면 그 당시는 무조건 결과가 나오는 3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의 시험은 내일인 금요일도 있었고, 주말이 지나서 월, 화까지 계속 있었기에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약을 뒤지기 시작했다. 약이라도 충분해야 오늘 밤이라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나돌이 몇 개밖에 남지 않았고 집에 있는 파나돌은 효과가 없었다. 결국 집 근처 쇼핑센터의 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마다 돌아다니면서 해열제를 찾는데,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여긴 한국처럼 해열제 성분만 가진 약을 팔지 않는다는 걸. 파나돌 감기약에 다른 추가 성분을 더 넣은 약만 팔고 있다는 걸. 몇 군데 약국을 다 돌고서 결국 마지막 약국의 약사에게 해열제 같은 약은 안 판다는 걸 듣고 해열 성분이 추가된 약을 막 집어 들었다. 그때가 오후 4시 30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지금이라도 애를 데리고 응급실을 가는 게 맞을지, 응급실에 가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텐데 애가 그 몇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지금 사 가지고 가는 약이 효과가 없으면 어쩌나, 내일 시험은 볼 수 있으려나, 물도 잘 못 마시는데 저녁은 어떻게 해 줘야 할지...


집에 돌아와 열을 재보니 39도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죽을 만들어 먹이고 약을 먹였다. 제발 열만 좀 떨어지기 바라면서. 그나마 파나돌 해열제 약이 약간의 효과는 있는지 38도 근처까지 내려갔다. 그래도 더 이상 열이 안 떨어져서 밤새 물수건으로 얼굴과 온몸을 닦아서 열을 식혀 줬다. 그 와중에 혹시라도 코로나일지 몰라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간호를 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잰 열은 약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다시 올라 39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체온계 온도를 찍어서 보내니 절대 학교에 오면 안 된다고 하셨다. 결국 시험이 물 건너가니 마음은 편해졌다. 인터넷을 뒤져서 문 여는 병원을 찾아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열이 높다고 하니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의사를 만났다. 그런데 진찰을 한 의사는 전혀 예상밖의 진단을 내렸다. 코로나가 아닌 뎅기열라는.

뎅기에 물렸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는 들어 봤지만 뎅기열 환자를 보는 건 진짜 처음이었다. 열이 미친 듯이 나서 39도, 40도까지 올라가는 건 뎅기열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온몸의 근육이 하나하나 다 쑤시고 아픈 데다가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고 목도 퉁퉁 부어서 밥도 잘 삼킬 수 없어했다. 그래서 탈진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아 물이 아닌 구아 주스나 코코넛 주스를 계속 마셔서 탈진을 예방해야 했다. 그리고 심하면 내출혈이 일어나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딱히 뎅기를 치료할 정확한 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병원에서는 약국에서 파는 약보다 더 세고 뎅기에 좀 더 맞는 약을 처방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일주일을 끙끙 앓았다. 밥도 못 삼키고 계속 주스를 마시면서 약을 먹으면 약에 취해서, 열에 취해서 하루종일 잠만 잤다. 자고 일어나도 온몸이 아프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주일이 넘어갈 때쯤에서야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뎅기 이후로 거진 한 달 동안은 일상생활도 버거워했다. 뎅기가 이렇게 무서운 모기라는 걸 경험하고 난 후로는 한동안 밤에 잘 때 창문 안 열고 에어컨을 켜고 잤다.


뎅기열은 한 번 물렸다고 면역력이 다 생기는 게 아니다. 뎅기열 종류는 4가지 종류가 있어서 감염됐던 뎅기열 종류에만 면역력이 생긴다. 그런데 두 번째 다른 뎅기열로 감염이 되면 첫 번째보다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뎅기열에 감염됐던 이력이 있는 경우 모기에 물리지 않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다시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매해 무탈한 추석을 보내기 바라면서.



싱가포르 정보 - 월병, 문케이크(Moon Cake) 선물은 어떤 거?


사진 출처: Intercontinental hotel Singapore mooncake

한국에서는 추석에 송편을 먹는데 싱가포르에서는 문케이크(월병)를 먹는다. 문케이크는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중화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나라에서 추석 때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문케이크는 좀 특별하다. 문케이크를 주로 선물용으로 사기에 그 포장이 화려하고 소장용으로도 특별하다. 그래서 추석 한 달 전부터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의 1층에는 문케이크만 파는 부스들이 열려 다양한 문케이크를 구경하고 시식할 수 있다.


 

사진 출처: Le Levain Singapore

문케이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름달 모양을 따서 만들었는데 그 안에 달달한 콩이나 팥소를 넣기도 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주로 달걀노른자가 들어있는 문케이크를 판다. 또 두리안 마니아들을 위한 두리안 문케이크도 있다. 하지만 문케이크는 너무 달아서 커피나 차와 같이 마시는 게 좋고 지나치게 많이 먹게 되면 살이 찔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출처: Raffles Hotel Singapore SnowSkin Mooncake

요즘에는 스노우 스킨(Snow Skin)이라고 해서 안에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크림, 그리고 트러플을 넣어 차갑게 먹는 문케이크도 있다.

일반적인 문케이크에 질렸다면 한번 시도해 보면 좋다.

-> 스노우 스킨 문케이크 정말 맛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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