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었다 _ 육아일기 (D-day)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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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태어난 감동에 운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 입원하고 8시간 진통을 겪은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심한 진통에 어쩔 줄 몰라하던 아내. 그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옆에 있던 나는 알 수 없었다. 목을 받쳐주고,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아내의 호흡을 같이 쉬며 함께할 뿐이었다. 간호사님이 갓 태어난 아기를 아내의 가슴 위에 올려주자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울었다. 아내는 펑펑 울었지만, 나는 숨죽여 울었다. 목이 막히고 울음이 터져 나왔지만 꾹 참았다. 분만실에서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사람은 아내뿐이라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이 아내에게 분만 후 처치를 해주시는 동안 간호사님은 내게 아기를 확인하라고 했다.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확인하자 간호사님은 아이를 좀 울릴 거라고 하며 등을 문질렀다. 엉엉 우는 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아내의 배속에 있던 아기가 세상에 나오고 내가 아빠가 되다니. 아기를 능숙하게 안는 간호사님과 함께 분만실을 나왔다. 신생아 실로 따라가려 하자 간호사님이 말했다.


"아빠는 밖에서 기다리세요."


비어있는 분만실 문에 기대어 양가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 다들 안도하며 축하해 줬다. 아빠가 된 걸 축하한다는 문자를 읽자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전에 처형이 이야기했다. 아이는 알아서 크는 거라고.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아내는 그나마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간호사님은 배를 문지르며 자궁이 수축할 수 있도록 마사지를 해주라고 했다. 아내의 배를 문지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얼마나 아팠는지, 포기하고 수술을 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다행인 건 마지막에 훌쩍이며 울던 내 모습에 아내가 감동했다고 했다. 출산 때문에 바가지 긁힐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아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이다.


자연분만 후에 소변을 봐야 입원실로 옮길 수 있다고 해서 한동안 분만실에 있었다. 아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아무도 없는 분만실을 둘러보았다. 침상 시트 곳곳에 피가 묻어있었다. 진통에 괴로워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가 태어날 때 어머니도 같은 고통을 겪으셨을까. 그 당시엔 무통 주사도 없었다고 하니 훨씬 힘겨웠을 것 같다. 숙연해진다.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는 짐을 챙겨 따로 입원실로 가고 아내는 휠체어로 움직였다. 몸조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텐데. 묵직한 책임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