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알아본다 _ 육아일기 (D + 89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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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한시도 혼자 있지 못한다. 잠시 뉘어두고 다른 일을 하면 이내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할 수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가서 달래준다. 신생아 때는 달래주더라도 한참을 안아줘야 울음을 그쳤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다. 자기 앞에 내가 나타나기만 해도 울음을 멈춘다.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리해졌다고 해야 할까. 언제 어떻게 울어야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된 느낌이다. 그전에는 온 힘을 다해 떠나가라 울었다면 지금은 딱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운다. 굳이 힘들게 울지 않아도 웬만한 건 알아채서 해주니까. 처음보단 성장한 것 같아 좋지만 뭔가 아이의 수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른 체중계로 아이의 몸무게를 재봤는데 7kg이 넘는다. 아내가 얘기하길 여자아이 치고 상위 1% 라고 한다. 아찔하다. 책에 찾아보니 4개월이 될 때까지 일정 이상의 몸무게가 되면 소아비만으로 판정된다던데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마르고 작은 것보다야 낫지만 너무 퉁퉁한 것도 좋지 않다. 분유를 늘리는 속도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 된다. 먹고 싶어 하는 만큼 먹이고 있는데 너무 잘 먹어서 문제다.


곧 있으면 100일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큰 사건 없이 잘 자라준 아기에게 고맙다. 새벽에 갑자기 아프면 부모가 정신없이 허둥댔을 텐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걱정됐던 건 예방접종하고 열이 잘 안 내려갔을 때 정도였다. 특히 밤에 잘 자는 게 정말 고맙다. 밤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수유를 위해 잠깐 깨는 것 외에는 쭉 잔다. 부모의 밤잠을 보장해 줘서 참 기특하다. 눈빛도 똘망똘망한 게 커서 뭐가 되려나 은근히 기대도 된다.


계속 이대로만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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