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이가 우선일까? _ 육아일기 (D + 55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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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우는 것은 쉽지 않다. 목욕을 시키고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킨 후 아이가 졸려하면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다. 그렇게 한 번에 잠들면 좋으련만 보통은 두세 번 정도 울며 칭얼거린다. 그때마다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 토닥거리고 안아주며 달래곤 했다.


오늘은 아이가 유난히 더 울었다. 두세 번 정도 칭얼거리면 잠들던 게 이미 10번을 넘긴 것 같다. 게다가 계속 달래주고 있어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운다. 아이가 울면 계속 토닥여주지만 어느 시점이 넘어가면 달래는 나 역시도 감정이 격해진다. 배가 고픈 건지, 열이 있는 건 아닌지, 기저귀가 불편한 건지 다 확인해 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 인내심이 바닥이 난다.


그냥 아이를 침대에 두고 방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내가 들어와 아이를 달랬다. 황당하게도 금방 울음을 멈추고 아이는 곧 잠들었다. 달래는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내게 아이가 어떤 입장일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내 말이 맞다. 나는 아이를 달랠 때 아이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오늘도 조금 더 안아주고 달래준 후 침대에 내려놨다면 이렇게까지 아이가 보채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내 감정은 망가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이야기했었다. 아이가 우는데 도저히 달래 지지 않아 부모가 화가 난다면 우는 아이를 그냥 침대에 두라고 말이다. 흔히 아이를 달래지 못하면 내가 부모가 맞는지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아이가 무조건 달래지는 것은 아니며 혼자 울음을 그치는 것도 가끔 필요하다고 말이다.


간신히 재웠다고 생각했는 데 아이는 다시 울었다. 아이를 더 꼼꼼히 살피며 달래주었다. 현재 이 아이의 감정은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얘기해 준 후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아이는 보채지 않고 통잠을 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감정을 느낀다. 아이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 같고 예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 달래고 달래도 계속 울면 속이 부글부글 끊는다. 창밖을 보면 저렇게 사람들이 많은 데. 저 수많은 사람들의 부모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었던 것일까.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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