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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 Oct 14. 2021

10. 유명한 것으로 유명해지는 시대

유명하다고 따라가지 말자. 이 노래의 중심은 나다

킴 카다시안.

그녀는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킴 카다시안이 돈을 버는 방법은 그녀가 유명하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녀가 유명해진 이유는 유명하기 때문이다.


참 이상한 인과관계이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이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 유튜브라고 소개 받은 상위 채널 몇 개는 유명해서 유명해진 채널이 더 많다. 일단 유명해지고 나면 '돈이 돈을 버는 것'처럼 채널은 알아서 굴러간다. 밤 새가며 본인이 컨텐츠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유명해진 덕분에 구독자수가 개런티되는 채널이 되었고, 그런 채널에 한 번 나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출연료를 주는 방송국과 달리 그런 채널은 출연을 위해 출연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좋은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채널 덕분에 일어서게 되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날 수도 있으니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채널에 나온 사람의 이야기가 오류 없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내고 출연해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했다. 그걸 믿고 어떤 의사결정을 하다가는 예기치 않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아침마당의 비극'은 더 빠르게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다. 


TV에서 본 한강이 보이는 집. 이런 소망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소망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모르고 정부는 그저 땜질만 했다. 그 사이, 유명해서 유명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많은 이들의 조바심을 자극했고, 덕분에 투기가 재테크로 용인되고 재테크가 곧 투자의 전부인것처럼 오인되어 투자가 결국 일확천금하고 현금 플렉스 통장을 인증하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다. 그 덕분에 월급 모은 돈 금융상품으로 굴려 안전하게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고 있다. 모두가 투기 레이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모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눈 뜨고 자기 전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의 오장칠부라는 이 스마트폰을 열기만 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나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정보들이 쏟아지는 세상. 갭투자로 몇 배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점을 화면에 통장을 흔들어 보여주는 사람들.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의 전형이다. 초기의 제한적 정보를 통해 얻은 비일상적 수익, 많은 사람들은 '치고 빠지는' 그들을 보고 배우고 있다. 투기를 재테크라고 포장하고, 재테크의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며 강의를 개설한다. 박사학위 없어도 눈을 반짝이는 학생들을 앉혀두고 과거의 짜릿했던 투기 테크닉을 전수해주면서 강의료를 받는다. 그 강의는 새로 나온 책을 파는 마케팅 현장이 된다. 재테크의 신이라는 분들의 주요 수익을 살펴보았을 때, 월세와 맞먹는 수입원은 강의료와 책 인세이며, 마치 다단계의 먹이사슬처럼 처음에 치고 빠지는 사람들을 받아주는 다음 사람을 유입시키는 흐름은 '강의를 들어서 재테크에 도움이 되었다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강의를 들으러 와서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되었다'는 간증 영상이 담긴 유튜브를 통해 더 공고해지고 있다. 


이렇게 위태로운 환경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이런 환경이다. 정부의 화력은 보살핌이 필요한 곳에 더 집중되었으면 좋겠다. 


'투자'라는 단어가 곧 '재테크'가 되고, '재테크'로 아파트 투자했던 사람들이 성공한 투자자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된것은 '금융'이라는 산업 자체에 좋은 현상은 아니다. 투기가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재테크가 투자라는 이름으로 더 좁고 왜곡된 개념으로 변형되어 인식된 채, 투자를 한다는 명목으로 개인 재테크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극대화된 선택이 결국 투기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투기적 성향이 시장을 지배하면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자본 조달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막상 필요한 곳에 자본이 조달되어도 그 기능은 과소평가될 것이다. 자본은 필요한 곳으로 흐르고, 그 흐름은 혈액처럼 흘러 하나의 생명체처럼 기업이 일어서고,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한다. 급하기 때문이다.


투기는 혈액이 될 수 없다. 투기와 투자는 다르다. 그 두가지의 차이점을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살피는 역할에 손이 모자란다. 이렇게 되면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자되는 돈의 흐름은 제때 조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전국민이 적금대신 코인을, 코인 대신 부동산으로 일년에 몇 프로 벌었는지 레이스를 펼치는 요상한 시대가 되었기에 ESG 투자라는 다소 지루하고 덜 화끈한 투자는 저평가될 수도 있고, 외면당할 수도 있다. ESG 투자는 외면당해서는 안된다. 누차 언급한 것처럼 내 국민연금과 내 퇴직연금은 해외의 ESG 펀드에 투자되거 있다. 그래서 우리는 ESG에서 눈을 떼면 안된다. 단, ESG가 마치 강남 아파트 청약처럼 대단한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처럼 포장되어서도 안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미국 SEC가 올해 4월 발표한 Risk Alert Paper 에서 말했든, 무엇이 정확한 ESG 펀드인지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유명한 펀드라니까 가입해야될것만 같이 마케팅으로 남용되어서도 안된다. 이 어려운 일은, ESG 규제를 설계하는 정부가 꼭 맡아주면 좋겠다.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안전장치 없는 코일이 떨어져 내가 깔려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 정부에게 지원금을 기대하진 않는다. 



요즘의 초등학교 한 반에는 미국을 다녀온 적 없는 학생이 한 두명 뿐이라고 한다. 서울만의 이야기 일수는 있으나, 지난 시절과는 완전 다른 세상임은 확실하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초등학교 6학년때 하와이를 간 것이고 그 때 그 학년에서 비행기를 탄 적 있는 학생은 3명이었다.  


외국인이 무섭지 않고,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토론하는 세상,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해외에서 한다니까 허둥지둥 ESG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SG 플랜의 목표가 우리가 잘 하는 것, 우리가 더 유리한 것, 그리고 우리가 장악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촘촘하게 설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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