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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 Oct 17. 2021

8. 게임물등급위원회와 3N

K 유니콘과 K-ESG 펀드의 비전

3N.

요즘은 전국민이 주식공부를 하고 있으니 3N이라는 단어만 봐도 안다. 엔씨소프드, 넥슨, 그리고 넷마블.


택배 상자처럼 어마어마하게 자리를 차지하던 데스크탑 컴퓨터 시절. 랜선 깔아서 버퍼링 참아가며 컴퓨터로 게임을 만들어오던 회사들, 모두를 홀리는 신작들을 쏟아내던 마법사같던 그들은 변했다, 나쁜 방향으로. 돈은 많은데 신작은 내지 못하는 요상한 회사들이 되었다. 게임회사가 세계를 호령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한다고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회사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힘을 못 쓰게 된 것은 정부탓이다. 이제와 K 유니콘을 만들겠다고, 세금으로 vc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보니, 그 때,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가만히만 뒀어도 한국에는 텐센트가 3개나 있을 뻔 했다. 


정부마다, 혹은 같은 정부내 각 부처마다 다른 목표, 다른 방향을 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남들의 시그널에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시그널에 휘둘리면 지휘자가 아니다. 지휘자 믿고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잘못이 없다. 지휘자가 휘젓는 바람에 성장의 맥이 끊긴 게임 회사들을 보니 안타깝다. 


게임물등급위원회였던가, 허무한 판결들이 기억난다. 판결이 기억나는 것은 게임 산업의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악의 무리인 게임회사가 게임을 너무 사악하게 잘 만들어서, 착한 우리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정신질환을 겪고 있으니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게임은 곧 정신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은 게임이고, 자제력을 잃고 게임을 오래한 아이들에게는 자제력이 부족하니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은 마약이며 근절해야할 악한 것이 되었고, 게임회사 경영진은 모두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정부는 게임을 만드는 자들에 대해서 잠재적 범죄자처럼 다루었다. 이 내용은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 나는 게임은 즐기지 않지만 게임 산업이 망해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 때, 정부가 학부모들의 자녀를 교육시킬 권리만 보지 않고, 게임산업이 가져온 경제적 가치들에 관심을 좀 가졌다면 3N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외국인들 중 10대 20대 남자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e-스포츠인데,  '페이커'는 박지성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플레이어인데, 그 때 그렇게 맥이 끊기지만 않았으면 어땠을까. 전세계를 호령하는 중국의 vc 중 텐센트의 돈이 안 들어간 곳은 없다. 중국 정부가 판호 가지고 비겁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우리나라 과기부, 산통부, 외교부 등등 고관대작들이 계신 곳에서 판호 문제의 부당성을 토로하는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줬으면 중국의 텐센트는 지금의 텐센트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시진핑 주석 덕분에 자체적으로 자멸의 길로 접어든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산업은 정부가 키워내긴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망치기는 쉽다. 물길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강을 만들고 바다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K 스타트업 몇 개가 3N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망치긴 쉽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같은 것으로 물길을 막으면 그걸로 끝이다. 




자리가 만들어지면 위에서 내려오는 분이 있고, 그 분이 그 분야 업력이 짧거나 전무하다면  그의 잠재력이나 열정, 노력과는 무관하게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 정부가 K-유니콘을 스스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으머ㅕㄴ 좋겠지만, 스스로 만든다고 나선다 하더라도 몇 가지만 지켜주면 좋겠다. 내 세금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증세 하고 그렇게 쥐어짠 내 세금가지고 또 무슨 육성 펀드를 만들거나, 창원 지원금을 조성해서 온갖 사람들에게 몇 천만원씩 나눠주지 않길 바란다. 


특히 그렇게 잔잔하게 뿌려지는 돈을 받아가는 행태가 굳어지면, 창업이란 말이 곧 사기꾼들처럼 폄하될까봐 걱정이다. 이것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운영되는 펀드들은 마치 창업이란 그걸 빌미로 누구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건수로 보인다. 기업가 정신은 월세 보증금 빼서라도 사업을 일으켜보겠다는 정신이다. 남이 하면 쉬워보이지만 막상 한달 운영비 출렁거리기 시작하면 쪼그라드는 심장 부여잡고 접을 생각을 하기 쉽상인 그 일, 그 일을 그렇게 겪어가며 결국은 해내는 그 저력은 칭송받아야 한다. 기업가, 창업가. 칭송받아 마땅한 이름들은 요즘, '기금 체리 피커' 등으로 조롱받고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남으면 낼 세금을 깎아줘도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세금으로 돈을 나눠주고 있다.  그래서 K-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보니 아찔해졌다. 정부와 혁신은 참 상극인것 같은데, 혁신의 DNA가 없는 조직이 유니콘을 이야기하다니.


정부와 혁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창립한지 50년을 넘긴 우리나라 상업은행들, 5대 금융지주들은 요즘 핀테크와의 전쟁처럼 디지털을 부르짓고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혁신과 거리가 멀다. 앱을 만든다고 혁신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다 뒤집을 수 있는 DNA가 필요한 것이다. 하물며 상업은행들이 돈을 걸고 하는 혁신도 이렇게 어려운데, 정부가 가능할까.


혁신을 글로 배우면, 혁신을 구글 사례로 보고하기 시작하면 혁신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이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 그 생래적 성격상 어렵다고 생각된다. 혁신이란 현재의 불편함의 원인을 두고 못 보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해내는 경향이 있다. 그게 왜 안되는가? 질문할 수 있는 DNA가 필요하다. ‘안된다니까요.’를 말해야하는 포지션에서는 사실 이 혁신을 주도적으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 ‘문자 보내는게 20원이라니, 무료로 문자를 보낼 수는 없나. 문자를 주고 받은 내용을 PC 메신저에서 대화한 것처럼 갈무리해둘 수는 없나?’ 왜 안되는 걸까? 라는 질문이 없었으면 전국민이 노란색 카카오톡 메신저를 쓰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모험자본의 투자자 (LP)가 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가령, 모태펀드, 혹은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주도하는 각종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 모험자본으로서의 태생적 DNA가 없는 사람에게 변신을 강요하는 것이다. 오히려 모험 자본은 투자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강조되면, 그 돈은 어차피 잃어도 탈이 없는 돈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똥파리’가 꼬이게 된다. 그 돈을 직접 투자 받는 파리뿐만 아니라, 그 돈을 받게 해주겠다는 똥파리도 생긴다. 순수한 사람들은 누가 파리인지 누가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 이상한 블랙 마켓이 형성되고, 점점 수근거리게 된다. 100에 하나 꼬인 똥파리가 발견되면 언론은 ‘투자=사기’와 같다고 오인하게 된다.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다.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가진 건 월세보증금 밖에 없는 창업자를 알아봐주는 건, 그들의 사업에 대하여 경제성을 볼 수 있는 투자자들이다. 이 사람들은 이것을 직업으로 하는 것이다. 회사원이라 주말에나 겨우 골프를 치면서 ‘프로 골퍼’처럼 치고 싶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간과하는 것은, 프로 골퍼는 회사원이 8시간 근무하듯이 8시간은 연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8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죽도록 연습하지만). 프로골퍼는 그것이 직업이다.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직업의 목표가 있다. 투자가 직업인 경우에는 그 목표는 이윤이다. 정부는 목표를 이윤으로만 세팅하기에는 생각할 일이 많다. 그러니까 정말 프로다운 결정을 못할 수도 있다. 쟤만 준다고 하는 말을 들을 수는 없으니, 잘게 쪼개고 많이 준다. 될성푸른 떡잎에게 몰아줘도 될까말까한 일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갖기 시작한다. 애초에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1년치 임대차비용 정도가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나마 똥파리가 생기면 다시 경직된다. 모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보기 시작한다. 제출할 자료가 많아지고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딩(seeding) 받기 어려워진다.


이제 기존의 벤처투자, vc, 엔젤투자자, 임팩트 투자로 지칭되었던 창업가에 대한 초기 투자는 ESG라는 새로운 포장지를 쓰게 될까봐 걱정이다. 스타트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라고 생각한 태양광 역시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그 기업은 ESG 기업으로서 투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다. 정부가 하라니까,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등 기존의 투자에서 꼼꼼하게 체크되던 부분들이 정성적인 평가로 대체되는것인가. 그런다고 그들이 3N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수천명의 사람들의 4대보험료를 지급하는 그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철 반짝 지원금을 타먹고 소리없이 사라질까.


시장에서 잘 하는 투자자들을 뽑아서 정부 주도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도록 하면 되는거 아닌가. 사람은 뽑으면 된다는 생각, 이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정부의 그 자리에 가도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공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 어쩌라고?

생태계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세금으로 모은 펀드 멋지게 론칭해서 자잘하게 뿌리지 말고 그 배경을 튼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인도의 예를 들어보자.

카스트 제도의 짙은 잔재 덕분에 도저히 이번 세상에서 해소되지 않을 것같은 빈부격차가 있다는 곳.
14억 인도인 누구에게나 손에는 스마트 폰이 들려있다. 월 3000원 (미화 3달라) 이면 LTE 지원 스마트폰 요금이 해결된다. 월 30만원 버는 이른바 하층민도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다. 대형 통신사들을 잘 설득한 정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Reliance 같은 '재벌기업'은 통신료 가지고 부를 축절적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라의 부패로 아스팔트 도로도 미비하고, 그렇게 미비한 도로는 당연히 중앙선도 보이지 않는 상황인것이 인도의 인프라 수준이지만, 인도의 통신인프라는, 그 누구도 뒤쳐지지 않게 하는 (Nobody left behind)의 생태계를 뒷받침해주어, 소득에 상관 없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 있다. 그 결과,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조성하지 않아도, 전세계 vc money 들은 인도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한 가지 대표적인 예는 배달업이다. 그 결과 전세계를 Uber eats가 지배할 때, 인도는 토종 배달앱 Swiggy가 14억의 도시락을 책임지고 있다. Ubereats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인도 시장을 도전했고 급기야 2위 배달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그들이 이기든 지든 사실 모든 투자의 혜택은 인도인들이 누리게 된다. 황폐한 골목에 날리는 흑먼지 먹으며 할 일 없이 앉아 있던 하층민 청년들은 소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저 버티던 삶은 무엇인가 사고 싶어진다. 좋은 신발을 쳐다보게 되고, 좋은 옷을 쳐다보게 되고, 좋은 집을 쳐다보게 된다. 흑먼지 날리던 빈민가 골목이 좋은 주택을 원하는 수요 덕분에 건축업체가 붙는다. 건축업체는 또다른 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긴다. 그 때 그 골목은 예전 소 똥이 뒹굴던 골목이 아니다. 요즘 인도는 이렇게 돈 맛을 보는 골목 덕분에 매달 지도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과 Swiggy는 대단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광고앱이었지만, 여기는 그 유명한 AI 업체이다(무, 물론 식당과 유효고객을 연결하는 알고리즘 등에는 당연히 AI의 도움을 받는 기재가 있지만 주요한 성격만 보자면).
아스팔트 없는 복잡한 길목을 배달하러 가는 라이더들의 경로를 본사에서 데이터화 한다. 거미줄 같은 길 사이에서도 최적의 경로가 있다. 라이더에게 최적의 경로를 가이드해준다. 약속된 시간 안에 배달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라이더 한명이 그 도시락을 끝까지 들고 가는 것도 아니다. 가는 길에 더 가까운 지점에 동료 라이더가 있으면 라이더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렇게 전달 받은 라이더는 근처에 도시락 2개를 배달한다. 이런 디렉션을 내리는 것은 본사에서 한다. 그냥 배달비 주고 도시락 맡기며 끝나는 비즈니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된다.

유사한 앱 가운데 인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앱1mg의 예도 있다. 일단 사는 곳에 병원은 당연히 없고 약국도 찾기 어려운 지역이 대다수인 인도. 병원이 근처에 있다 하더라도, 약국이 있다 하더라도 가는 길이 천리길이고 대중교통은 엉망진창인 인도에서 무슨 헬스케어인가? 이 기업은 이렇게 열악한 인도의 인프라를 극복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본인의 증상을 기입하고 증상에 대한 대강의 진단을 듣고 (물론 이 나라 특유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전제는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필요하면 병원과의 진료를 예약하고 처방이 내려가면 이 앱을 통해 처방전이 전달된다. 그리고 약 타러가는데 3시간 걸리던 현실을 뛰어넘어, 무려 '드론'이 약을 배달해주거나, 택배로 배송해주는 줄기이다. 우리처럼 각 건물에 병원, 약국은 하나쯤 다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름길을 제공하는 이런 스타트업은, 그 기반에 14억 인도인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지 않으면 그렇게 유용한 솔루션이라고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다.

생태계의 조성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울에 살고 싶어하고 지방은 소멸한다고 난리이다. 그러자 세금을 1조 쏟아붓겠다고 한다. 지방의 어르신들의 삶은 이 모든 K 드라이브로부터 소외된지 오래다. 창업 자금도, 스타트업 지원도 자영업 지원도 모두 서울의 젊은 세대, 10만원 상당의 통신비를 자의반 타의반 내가며 이 루프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들에게만 베풀어지는 정부의 손길이다. 어르신들은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도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외된다. 어르신 뿐만아니라 농촌의 아이들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외된다. 생태계 자체의 조성은 칼라가 똑같은 사람들만 남는다.

1mg의 CTO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Rural 농촌지역 출신이라고. 그 말을 왜 하나 했는데 본인 신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완곡하게 하는 말이라고 나중에 들었다. 그는 ITT 인도 공대를 나왔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인도 공대 떨어진 사람들이 미국 MIT를 간다고. 그렇게 공부한 사람들이 뒤쳐진 나라의 산업 단계를 모조리 뛰어넘어 디지털 생태계를 리딩하며 전세계 자금들을 빨아들인다. 여기에 정부 자금은 없다.

민간이 잘 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만 잘해줘도 된다. 굳이 정부가 이렇게 투자금을 많이 줬습니다! 라고 소리지르는데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 가지는 좀 내려 놓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지원금으로 K 유니콘을 우리 정부가 탄생시켰습니다! 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 받아들여야 한다. 급하게 나서면 진돗개지원금이 된다. 전쟁통 시대의 구호물자 나눠주는 수준의 ‘비용지원금’을 뿌리는 것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


일자리도 그렇다. 산업을 주도하는 사업가들이 일자리를 만든다. 이 일을 해야하니까 사람을 뽑는 것이다. 정부가 갑자기 만드는 일자리는 한시적이고 단기적인 직역일 수밖에 없다. 그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이 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어디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들어서 아는 수준에서 더 알기 어렵다. 그러니까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기보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게 더 필요하다. 갑자기 스타트업 육성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있는 기업들 중에 잘 할 수 있는 기업들을 더 신나게 일하게 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부펀드에서 ESG 투자 전담 팀은 이런 비전을 제시했다.  E, 환경은 재생에너지와 같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거나 폐기물처리, 수자원 관리에 일조하는 투자대상을 찾고, S, Social 사회적 책임은 사회 소수민족 등 약자를 배려하는 사투자대상을 찾고, G, Governance 지배구조는 이사회, 주주총회 참석등을 통해 건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투자대상을 찾겠다고. 


원래 ESG는 세상에 없던 투자가 아니다보니 모든 전략이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ESG 투자팀의 전략이라는 것이 도대체 그 전의 투자들, 가령, 구조조정을 위한 펀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투자와 무엇이 다른가. 그 투자는 정말 투자로서의 방향이 맞는가, 그 투자를 통해 얼마나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돈은 얼마나 수익을 보게 되는가. 잘 모르겠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의사결정체계를 투명하게 한다는 '공자님 말씀'이지만, 누구를 위한 투명성인지, 그 투자를 통해 내 자금은 어떤 수익률을 갖게 되는지 모르겠다. 가령,  KCGI Fund는 정말 이기는 투자를 했는가. 들인 돈 만큼 KCGI 펀드의 투자자들이 행복해졌는가.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는데, 혹시 돈 번것은 로펌 아닌가. 주주총회니 주권행사니 법률에 기반한 각종 테크닉들이 난무하니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자문사들은 많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인데, 정말 그게 주주와 투자대상회사 모두에게 해피한가. 주주가 해피하려면 수익률인데, 정성적인 수치이외의 정량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ESG 투자로 인해 주주는 어떤 효익을 갖게 되나.  사실 EC에서도 이 부분은 그렇게 develop 되지 못했다.  


S 사회적 책임은 더 난이도 있는 분야이다. 사회적책임이라는 말때문에 착한 결과를 도출해야 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이라고 번역되기 시작하니 더 힘든 이 분야는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번역하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하다보니, 그동안은 소외되었던 사회적 그룹, 가령 소수민족 (Minority) 사회적 진출을 더 장려할 수 있는 투자인지 보기도 하고, 그들의 고용이 더 촉진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인지를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민감해 하는 부분도 있는데, 가령 지금 고용된 인력들의 근무환경이 안전한지, 그들의 고용은 얼마나 보장되는지 등등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단기적인 수익성 문제는 물론 기업의 생산성 문제와도 직결되니 크게 보면 지속가능한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고용의 보장과 고용을 통한 생산성이라는 것은 그 어렵다는 노조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저 온건한 노선을 택하려면 필연적으로 수익성은 망가진다. 정규직이 보장되고 정년이 보장되는 순간 생산성의 문제는 상당히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을 박탈하려면 정말 어려울 것이다. 사모펀드가 들어와서 우리를 해고한다. 그래서 저 악랄한 사모펀드를 물리치자. ESG 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시작하는 이 투자가 기존의 구조조정 펀드들과 어떤 전략이 다른지,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단, ESG 투자라고 수치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아, 그럼 내 돈은 날아갈 수도 있단 말인지 무섭다. 비재무적인 평가로 낮은 수익을 감수하라는 말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정부가 지침을 만든다니 기다려봐야겠다. EC에서도 진도가 안 나가는 이 테마를 우리 정부는 어떤 지침으로 해결해줄 것인가.



이 글의 모든 이야기를 다 잊어도 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라고 하고 싶다.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정부가 직접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모태펀드, 스타트업 지원금 등 민간 vc들이 하는 일을 정부가 직접 하고 싶어 벌여둔 일들, 민간에서 뽑아놓은 사람들이 결국 해 놓은 일들을 보라. 민간만큼 효율적일 수가 없다. 정부의 화력은 그들의 생태계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데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엄한 곳에 세금을 쓸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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