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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 Oct 11. 2021

7. 진도개 정부 지원금과 K-ESG 펀드의 미래

지원금은 안 줘도 되니, 세금만 더 걷지 마라

ESG 를 외치는 정부의 슬로건이 심화될때마다 걱정은 하나로 좁혀진다. 


K -ESG 펀드를 조성해서 생태계를 돕겠다는 말을 할까봐.


지금까지 조성되었던 기금과 펀드들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시장에는 자금이 넘쳐나고 투자할 곳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 판에 정부까지 세금 모아다 펀드를 만들어 자기돈 가져가 쓰라고 한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마땅한 곳이 없어서 문제인데 자꾸 펀드를 만들어 돈을 주겠다고 한다.


모태펀드가 조성되고 운용되는 것을 보거나 국부펀드들이 조성되어 운영되는 것을 보면 (뛰어난 구성원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의사결정의 특징들이 금융이라기 보다는 관공서 조직들과 유사점이 더 많다. 그러니까 무겁고,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못하는 게 더 많고, 기계적으로 생각하고 일단 안전하게 튀지 않도록 운용하는게 '장땡'이 되고 원래 조성의 목적과는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을 봐왔다. 


일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다. 조성된 자금의 경영권이 정부이다 보니 그렇다.

그랬던 정부가 또  K-ESG  펀드를 조성해 착한 투자의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면 어쩌나. 가뜩이나 공시하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갑자기 ESG의 성공을 위해, 투자를 활성화할 국부펀드를 만들겠다고 할것만 같다. 그냥 시장에 맞는 규제인지 조사역님들 충원이나 좀 더 해줄 것이지. 안 하던 사업 좀 벌이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을 지경이다.




10월은 국감의 계절. 상반기 내내 안 보이던 (그래서 좋았던) 국회의원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계절이이지만, 반갑지는 않다. 하라는 국정 감사는 안하고 엄한 기업 총수들만 불러다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아무말 대잔치만 하던 분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데 지난 주 TV동물농장에 나온 '국견 진도개의 개농장 직행' 편을 보고 나니 입법자들이 제대로 일해주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요지는 이랬다. 지옥같은 개농장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개체번호가 내장칩으로 등록된, 달님이, 가을이 기타 수많은 국견 진도개들이 식용개농장으로 팔려와 도축당하기만을 기다렸다는 것. 어떻게 등록된 천연기념물이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는지 보니 정부 지원금이라는 제도가 무용지물이었던 것. 개를 들이밀면 돈을 주는 것으로 지원 끝. 지급만 할 뿐 그 이후에 대한 관리는 없었다. '지원'에는 여러가지가 있건만 우리나라 정부 정책에서의 지원은 1950년대 6.25. 참변 시절, 구호용품을 '지원'해주는 것 마냥 시혜적으로 '노나주는' 형태의 지원 밖에 모른다. 후진적인 행정이 낳은 국견 진도개의 식용 농장 직행버스 지원 사업이랄까. 


이게 무슨 말이냐고. 지원해준다는 좋은 뜻을 곡해하는 것을 보니 너도 '시민단체'라도 되냐고.


아니다. 그냥 돈 걷어간 걸 저렇게 2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운용하는 것을 보니 내 세금이 아까워 죽을 것 같은 마음과 국견이라는 말 안들어도 귀엽게 느껴졌던 죄없는 진도개들이 케이지에 갖혀 언제 목이 따일지 모르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던 상황을 바라보다보니 열이 받아서 써 보는 것이다.


행정청의 잘못으로 진도개가 식용 농장 직행 버스를 타도록 부추겨 졌다는 것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중의 하나인 진도군에 대해서 진도개의 종을 보존하고 육성하라며 지원금을 예산으로 배정해줬다. 천연기념물진도의진도개관리지침 이라는 거창한 법령까지 제정해가면서 마치 진도개로 태어나기만 하면 모든 것을 지원받으며 보호 받으며 살 수 있을 것만 같도록 만들라며 배정된 예산이다. 


그런데 진도군의 예산 집행은 기계적이었다. 일단 진도개로 등록한다. 등록되면 강아지 예방 접종 등등의 돈드는 여러가지를 지원해준다. 끝. 그러므로 일단 누군가 진도개라고 진도군에 등록해두면 그 다음 행방이 개농장에 가든 말든, 등록칩 들이밀며 사료비 타러 오지 않는 이상 진도군은 모른다는 얘기.


그러니까 암컷 진도개 달님의 인생은 태어나자마자는 주인에게 사료비 명목으로 지원금 앵벌이의 수단이 되어주다가 새끼 열심히 증식해서 지원금 받을 거 배로 불려주다가,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해지면 개농장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쇠창살에 갖혀 있던 달님이라는 진도개는 6살이었다. 개 인생으로 치면 40대. 한창 재미있을 나이인 달님이는 눈 앞에서 같이 잡혀온 개들이 도살당하는 것이 보이는 케이지에 갖혀 지냈다. 카메라에 잡힌 심난한 표정은 참 잊을 수 없는 그림이었다.




국감의 한 장면처럼 그저 국회의원 한 사람이 진도군수 불러다가 "이러면 되겠습니꺼?"를 외친다고 될 일인가.  아니다. 애초에 예산의 설계가 잘못되어서이다.


하지만 재정 돌아가는 걸 보면 이해도 된다. 각 부처는 일단 예산을 받아둬야 다음에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 예산이 두둑해야 보도블럭을 갈아 엎든, 군청 건물을 (군청의 소재지가 산촌 마을이라 하더라도) 거주민들 주거지랑은 하등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아방가르드 모던 앤드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리모델링도 가능하고, 각중 교육센터 빙자한 쌍팔년도 스타일 시멘트 건물들이 증식될 돈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예산은 많이 확보될 수록 좋다는 인식이 생긴다.


진도의개 진도개, 우리의 국견 진도개. 얼마나 예산 받기 좋은 테마이던가.

일단 몇 억 챙기기 딱 좋다. 그리고 다들 박수친다. 귀여운 진도개 새끼, 진돌이 진순이라고 명찰 한 번 달아주며 사진을 찍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진도개로만 태어나주면 꽃길이 열리는 줄로만 알고 박수치며 그 예산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그래서 받은 예산은 어떻게 쓰나. 일단 소진해야한다. 이만큼 나눠좋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소진'되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족이다. 등록된 개체의 수가 몇인지 얼마나 늘었는지 줄었는지, 강아지의 생애 주기가 어떤식으로 흘러가는지, 우린 그딴거 모르겠고 일단 하라니까 예산은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거다. 등록번호 들이밀면 사료비 주고, 등록번호 들이밀면 심장사상충 접종비 주고. 그 칩 수가 400개인지 4000개인지 그저 내 줄뿐이다. 그러니까 국견 달님이는 그 칩을 달고 도살될 수 있는 거고, 도살 되어도 모르는 거다. 담당자들의 말은 이해가 간다. 우리 지침에 없으니 거기까지는 관리할 의무가 없었고, 그래서 몰랐다. 지침을 봤냐. 규정을 봤냐. 그건 면피이다. 규정을 봤냐, 규정에 없으니 못한다 이런 말은 비겁한 변명을 일삼는 '철밥통'일 때 자주 하는 말들이다. 일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을 'closing'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로 접근하지 않고 그저 규정대로 하자는 말을 듣다보면,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 규정은 그래서 완벽한가.

그 규정 만든 사람들은 뻔한데. 그냥 위에서 하라니까 구색을 맞추는 규정을 적당히 만든건데. 그래서 실제와는 다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규정대로 했다며 대단한 근거처럼 제시하다니. 규정이 뭔가. 암행어사 마패인가.


진도개의 문제뿐만 아니다. 


정부가 나서는 대부분의 정부지원금이라는 것이 '소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그 지원금을 토대도 일으켜 내야할 하나의 생태계에 대한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 Top-down으로 '동물을 보호해봐버려!'라는 지령(?)이 떨어지면, 부랴부랴 동물을 위해 사료비를 줍시다 정도의 얄팍하고 돈 만 잡아먹는 아이디어가 보고서 지옥을 거쳐 '쓸만한 사례'와 '유사한 통계', 그리고 '기사 를 통한 사례'자료의 살을 붙여져 진짜 뭐라도 대단하게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상한 정책이 되는 것이다.


피 같은 세금 거둬서 정부가 집행하라고 가만히 있는 것은, 나 살기 바빠 미쳐 신경쓰지 못할 곳들이 무탈하게 잘 살아지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앞장서라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겨우 진도개를 위한 사료비 집행으로만 이루어지라고 한다면, 사실 사료회사에 기부 받고 기부금은 세액 공제받고 해결해도 될 일이다. 굳이 지방세, 국세 그렇게 악착같이 올려 받아서 할 일인가.


정부가 시행한 수 많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도 한국판 뉴딜정책도, 4대강 사업도,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렇다. 소진하고 끝날 것이다. 돈은 피처럼 돌아야 되는데, 그렇게 돌도록 하는게 금융인데, 정부의 펀드는 주로 한쪽에 갑자기 쏟아붇다가 끝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증세이다. 일단 다 소진된 재원이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고 흐르는지는 관리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그 다음 현금흐름은 어떻게 발전하게 되는가. 수익은 어떻게 터져오르나. 와, 여기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구나. 그럼 이렇게 더 도와주면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런 일은 민간자본이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일단 다 퍼주고, 다음 돈 펀드레이징 하려면 그 전에 퍼준 돈이 잘 운용되었는지 수치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엄한 곳에 투자했다가는 Track Record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고, 그 다음은 돈을 유치하지 못하고, 투자업 간판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다르다. 일단 세금을 올릴 수 있다. 이러저러해서 꼭 필요하다고 일단 올린다. 불만이 폭주해도 도달할 길은 없다. 국회의원들은 선거때 민생을 잡겠다고 악수를 하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내 세금은 또 오른다. 그 돈은 또 펀드로 조성된다. 다음 성적표같은 건 없어도 되는 펀드. 그런 펀드의 운용역은 참 부럽기도 하고 안되어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예상되는 반박이 있다. EC도 펀드를 조성한다는 말. 


그런데 Social Climate Fund와 같이 EC가 조성한 펀드들은 일단 회원국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자본이 조달되어야 하는 국가에 먼저 쓰기 위한 목적이 크고, 그리고 민간 자본처럼 운용될 것이다. 지금까지 매년 조성되지만 어떻게 소진되었는지 알길 없는 각종 특별기금들에 비해서는 돈의 흐름에 대해 성적을 매길 수 있게 집행된다.


어쨌든 내년은 세금을 더 내게 되고, 그래서 뭐가 좋아졌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또하나의 펀드 K-ESG라면 정말 걱정이다. 환경 조건도 안 맞는 풍력 발전단지 짓는데 돈 들이고 끝이라면 한숨이 나온다. 걸국 웃는자들은 발전단지 건설하면서 돈을 벌게 된 외국계 재생에너지 회사들 뿐일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나 하게 될 푸념이다. 우리는 세금만 더 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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