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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신호등

by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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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적,

우리 동네 교차로에는

큰 신호등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등·하굣길에

이 신호등을 이용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린 내 눈에

참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신호등이 분명

빨간불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여느 때가 되면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잠시 뒤에는 어김없이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습니다.



‘신호등의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는 시간을 무슨 수로 알았을까.’


‘다들 시계로 시간을

재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어떻게 초록불로 바뀌는

그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이처럼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빨간불과 초록불 사이에는

노란불이라는 하나의 단계가

더 존재했습니다.


저 높이 있는 차도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지면

사람들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뀔 것을

미리 예측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만남과 이별에도

신호등의 빨간불, 초록불, 노란불처럼

각각의 단계가 있습니다.


이별 그 후의 아픔과 슬픔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빨간불’이라면

‘초록불’은 새로운 사랑의 시작과

앞으로의 진행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별 후에 가지는

잠시 동안의 마음 추스름과 준비,

그 단계가 바로 ‘노란 불’일 것입니다.



이별을 경험한 뒤,

너무 성급하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빨간불에 길을 건너려다가는

차에 치이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옛 추억에만

매달려 있는 것 역시

좋은 일은 아닙니다.


초록불이 켜져도

길을 건너고 있지 않다가는

영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는

노란불의 단계에서 자신을 추스르고

마음의 문을 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물론 그 하나하나의 단계를

밟아 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신호등 앞에 서서

수많은 시간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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