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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한 장

by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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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그녀가 나에게

대뜸 복권 한 장을 내밀었다.


“오빠. 내가 어제

엄청 좋은 꿈을 꾸었어.

그래서 복권을 몇 장

샀는데 말이야…

이거 가져.”


그녀는 내 것 외에도

언니와 언니 남자 친구의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 몫까지

여러 장의 복권을 사 들고 와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때 나는 그것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것은 그저 나에게 단순한

복권 한 장일 뿐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단순한 천 원짜리

복권 한 장.



그 후로 수년이 지났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복권 명당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선 것을 보고

나 역시 복권 몇 장을 구입하게 되었다.


자랑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줄 겸

꽤 많은 양의 복권을 구입했는데,

돌아와서 막상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니

선뜻 나누어 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남에게 준 이 복권이

당첨이라도 되면 어떡하지…?’


‘수십억, 수백억 원의 큰 당첨금…

나에게도 얼마쯤은 나누어 줄까…’


‘아니, 이 복권을 애초에 주지 않았다면

그 돈이 모두 내 것이었을 텐데…’


‘정말 당첨되면 어떡하지…?’


복권이 당첨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런 ‘욕심’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보이는 돈도 아니고

만질 수 있는 돈도 아니었지만,

실체가 없는 당첨금에 대한 생각이

내 마음을 너무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날 산 복권을

아무에게도 나누어 주지 못했다.




어쩌면 사람의 욕심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금붙이나

손으로 셀 수 있는 돈다발이 아닌,

우리의 ‘생각(앎)’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욕심이나 걱정거리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또 거듭하다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마련이다.


많은 것에 대한 생각과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도 만들지만,

가끔은 끝없는 욕심을 만들어 내는

불행의 창구가 될 수 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그때 나에게 복권을 선물한 그녀는

이후 내 앞에서 복권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 복권이 당첨되었는지,

아니면 당첨되지 않았는지…


나 역시도 그 복권이 당첨되었는지,

당첨되지 않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그냥 단순한

천 원짜리 복권 한 장을

주고받았을 뿐,

수십억, 수백억 원의 당첨금 따위

우린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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