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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투쟁

by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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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결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많이

아픈 일을 겪은 날.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날.


그저 가만히 누워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말끔히

치유되어 있는 듯하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아프고 슬픈 일을 겪어도

한숨 자고 일어나면,

또 시간이 제법 지나게 되면

마음속이 개운해진다.


이것이 내가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

이처럼 간단하고 편하고

쉬운 방법이 또 있을까?



하지만, 어쩌면 나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 펼쳐지는

그 무엇보다 치열하고

고요한 투쟁을…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몸 상태가

호전되어 있다.


나는 단지 약을

한 알 먹었을 뿐이지만,

내 몸은 딱히 무엇 하나

크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감기는 이내 완쾌되고 만다.



그러나 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감기약을 먹게 되면

평온해 보이는 내 몸 안에서는

치유 세포와 병균 세포가

엄청나게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나는 그저 가만히 멈추어 있지만,

내 몸 안에서는 세계 대전보다 거대한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마냥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 몸은 가만히 있지만,

내 마음은 내 무의식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게 내 안에서 펼쳐지는

그 치열하고 고요한 투쟁 끝에

나는 다시 평안을 되찾게 되고,

내 마음은 한 단계 성숙하게 된다.




오늘도 가만히 또 멍하니 누워서

내 안의 ‘고요한 투쟁’을 지켜본다.


“잘하고 있어. 내 마음아,

오늘 이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면

너는 또 한차례 멋지게

성장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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