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雨)와 비(非)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 “그게 무슨 말이야?”
▶ “저 떨어지는 빗방울들 너머 어딘가에는
무엇이 있을까.”
▷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인데?”
▶ “일기 예보에서 보면
중부 지방에는 비가 내리는데
남부 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잖아.
그렇다면 비가 내리는 곳과
비가 내리지 않는 곳 사이에는
무엇이 있겠냐고…”
▷ “뭐, 경계선이 있겠지.”
▶ “그 경계선을 중심으로
위로 한 발짝만 올라가면
비가 마구 쏟아지고
아래로 한 발짝만 내려가면
환한 하늘이 나를 비출까.”
▷ “하하, 그거 재미있겠네.”
▶ “비(雨)와 비(非)의 경계선…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호수? 강? 바다?”
▷ “지금 한번 걸어 볼래?
비가 내리지 않는 곳까지.”
▶ “피, 바보 같아.
걷다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곳이 비의 경계선인지
비가 그친 것인지
어떻게 알아?”
▷ “하긴 정말 그러네.
그래서 사람들은 비(雨)와 비(非)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사는가 봐.”
비가 내리는 곳과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 사는 세상 속,
꿈과 현실의 경계선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을
묵묵히 살아갈 따름이다.
걷고 또 걷다 보면
비가 그치는 시간이 오고
비가 내리지 않는 장소에 다다르듯,
살고 또 살다 보면
꿈과 현실의 경계선 역시
어느새 흐려져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