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난 뒤
작게 고인 물웅덩이를 보고 있자면,
내게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양 싶다.
힘들고 아팠던 지난 기억들,
마치 어제 내린 비처럼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양 싶다.
밤새도록 매섭게 퍼붓던
세찬 빗줄기,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던
요란한 빗소리.
하지만 아침이 되어
집 밖으로 나와 보면
하늘은 언제 흐렸었냐는 듯
환하게 개어 있고,
그 아래 잔잔히 고여 있는
작은 물웅덩이 하나.
비가 그치고 난 뒤
작게 고인 물웅덩이를 보고 있자면,
내게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또 힘들고 아팠던 지난 기억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양 싶다.
잠시 스쳐 간 비바람처럼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양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