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쥐뿔도 모르면서 말이야
매일 두통과 속 쓰림이 있다, 병원에 가도 딱히 원인이 없고 약 먹으면 증상은 줄어들지만 며칠 지나 다시 반복된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입맛이 없다.라고 말한다.
뭔진 몰라도 어쩐지 건드리고 싶었다.
내가 물었다.
무엇이 너를 힘들게 하니.
그 질문을 듣고 5분을 운다.
예상했던 바라서 당황하지 않고 커피나 한 모금 넘겨본다. 울면서 입을 열어 자꾸 뭔가를 말하고 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울든지 말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해.
내 생각엔 좀 울고 나서 말하는 게 낫다고 본다.
미쳤는지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우는 쪽을 택했다.
툭 건드리면 울 것 같긴 했지만
내가 예상한 정도보다 큰 소리로 그리고 오래 울어서 하려던 질문을 멈추고 조금 기다리기로 한다.
왜 우냐고 물었다.
아이가 말한다. 사연은 아주 길었다.
요점은 삼각관계다.
가장 친한 여자친구와 어릴 때부터 친한 남자친구.
그 사이에 껴서 자신도 남자친구를 좋아하지만
절친도 잃고 오랜 친구도 잃을까 봐 말 못 하고
격정적으로 앓고 있는 여학생. 방년 15세.
이렇게나 아이들의 사생활은 정신 상그럽고 시끌시끌한데 한낯 성적이니 진로니 이 따위 가설을 들이밀며 '꼰대'의 시선으로 아이를 건드려본 내가 참 하찮았다.
이제 와서 하찮은 나는 무안한 마음을 감추고자 스스로에게 사람한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고민해 본다.
그런 노래가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암요 암요.
근데요제가이러면안되거든요그여자애가먼저걔좋아한다고저한테말했구요걔가그애얼마나좋아하는지도제가다알거든요그리고그남자애랑저랑은초등학교때부터친구고아파트같은라인에살아서엄마끼리도친한데요그여자애가그애를포기한다고해도제가그남자애한테좋아한다고말했다가남자친구를한명잃을수도있는거잖아요그남자애가차라리제친구마음받아줘서둘이잘됐으면좋겠는데그남자애는공부만하는애라여자한테관심도없거든요근데제가그남자애랑어릴때부터친해서책도빌리러그반에가고그러는데제친구가질투해서제가그남자애랑말도한마디못하게하고인사하면화내고삐지고막그래요선생님저진짜너무힘들어요하루종일그생각때문에너무속상해요그냥나도그애좋아한다고그여자랑남자애한테말해버리고싶은데제가그러면진짜나쁜사람되는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