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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y 07. 2023

예술의 섬, 나오시마 여행하기1

땡땡이 천국, 나오시마

올리브 섬인 쇼도시마를 여행하고 일본 소도시의 작은 섬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쇼도시마 이외에도 어떤 섬들이 있는지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깜짝 놀랐는데,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카가와 현 타카마쓰앞 동부에 있는 섬이라는 것이다. 세상에나. 그렇다면 당장 가봐야지. 그런데 악기를 가지고 갈까 말까가 고민이 된다. 이 섬은 섬 전체가 예술 섬이라는 데,  구석 구석 예술적인 볼 거리가 얼마나 많을까 그러니 악기들고 다니며 버스킹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기없이 떠나기로 결정하고 가벼운 에코백 하나 메고 나오니 홀가분하다. 그렇게 행복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건 무거운 거다. 이러니 오랫동안 연주하고 노래하려면 정말 건강해야한다 다시 느낀다. 나오시마도 역시나 배를 타고 가야하니 다카마쓰 항으로 향한다. 쇼도시마와는 달리 나오시마는 쾌속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아마도 배타고 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이다. 그러나 티켓 금액은 1220엔, 쇼도시마의 두배도 넘는 금액이다. 쾌속선이라 그런지 커다란 페리에 비해 아주 작아보였다. 2023년 3월 8일 수요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쾌속선안을 가득 채웠다. 역시나 인기 많은 섬, 나오시마! 속도가 빠른 만큼 쾌속선이 가르는 바다의 물살또한 아주 경쾌했다.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한 시간 가량 즐기며 달리다 보니 초록의 다리가 인상적인 나오시마의 항구가 드디어 보였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여기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예술의 섬이야! 라고 말해주 듯,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호박이 푸른 바다를 뒤로 하고 내 시야에 나타난다. 멀리서 봐도 그 존재감이 얼마나 크던지 모든 사람의 발걸음이 저절로 그 쪽을 향하게 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빨간 호박의 안과 밖에서 사진들을 찍느라 분주하다. 나오시마의 호박중 빨간 호박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오늘도 기분이 좋다'는 표시로 손을 흔들며 셀프로 사진을 한 컷 찍고는 나오시마의 골목을 탐방을 시작했다.


골목 골목 운치있는 담장들, 목조 건물들, 정갈함은 기본이고 세월과 자연의 공동 작업 그리고 사람이 애써 귀기울여 그 소리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20세기 초 일본의 한 회사가 중공업단지를 건설하면서 오랫동안 아황산가스 등 치명적인 산업 폐기물을 배출하였고 급기야 1980년대에 이 섬은 쓰레기 섬으로 버려졌다고 한다. 그랬던 섬이 이젠 세계인이 언젠가 꼭 가봐야 할 명소의 반열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니, 참으로 감동스런 섬의 히스토리아닌가.


그러나 그건 그거고 점심시간을 이미 넘어서니 배가 점점 고파온다. 그러니 예술작품이고 뭐고 순서가 뒤로 밀리며 그저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없나 하며 식당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식당을 검색해서 일부러 찾아 가려니 한숨나오고 그러다 발견한 편의점. 세븐 일레븐! 편의점이 이렇게 반가울 수도 있는가? 쇼도시마를 여행할 때 물을 하나 사먹고 싶어도 편의점 하나가 없어 난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터라 나오시마에는 무려 편의점도 있구나 하며 아까받았던 섬의 히스토리보다 더 큰 감동이!라고 하면 너무 한가? 하여튼 무척 반가웠다.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샀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 말이와 다양한 나물 반찬들이 들어 있는 일본 도시락. 태생적으로 겸손한 입맛으로 무엇이든 맛있게 감사히 잘 먹는 나에게 흠잡을 거 없는 도시락이다. 벤치에 앉아서 맛있게 먹는데, 오오! 세상에나, 너무나 예쁜, 빨간 땡땡이와 야요이의 호박이 그려진 버스가 내앞으로 지나간다. 그 이후에도 볓 번 만나게 되는 나오시마 섬의 버스들이 모두 땡땡이 버스였다. 참으로 신박하다. 이 땡땡이 시리즈는 버스 뿐 아니라 섬을 돌며 땡땡이 자전거도 만났고 땡땡이 주차금지대도 만나며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줬다. 땡땡이가 이 섬에 얼마나 큰 활기를 불어 넣는지 그 땡땡이들은 알고 있으려나?


이 섬이 일본의 건축가 안도타다오와 협업하면서 더욱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인지 조금 걷다보니 안도 뮤지엄이 나타났다. 작고 소박한 일본의 주택을 이용해 그의 건축 세계를 응축해서 보여주는 곳 같았다. 일본어도 모르고 건축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지라 나에겐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장소로 기억에 남는다. 더군다나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여기 저기서 이미 접해본 바라 이 뮤지엄은 딱히 신선한 감동을 주는 포인트가 별루 없었다.


이 섬은 야요이나 안도 외에도 다양한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거기에 우리나라 이우환작가가 있다. 그래서 이우환 미술관을 꼭 보고 싶었다.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  3월 초순이지만 드문 드문 시골집이 보이는 산 길, 작으마한 호수를 끼고 있는 산길등을 한참 걷다보니 위에 입은 가벼운 패딩자켓이 더웠다. 벗어서 허리춤에 둘러 묶고 한참을 걷는데 뚜벅이는 나뿐인건가, 자꾸만 자전거족들이 내 옆을 신나게 질주하며 지나간다. 시우너한 바람을 일으키며 씽씽 달리는 그들이 부럽다. 나도 자전거를 대여해야했나... 속으로 잠시 생각해보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찍고 싶은 사진이 너무 많아 몇걸음 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전거를 어떻게 타나. 사진 찍는 걸 즐겨하고 여행오면 사진 찍을 게 이렇게나 많은 나같은 사람은 그저 뚜벅이 여행이 제격. 그저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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