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요즘 세럼 찾으세요?"
회사 개인 컴퓨터로 업무를 설명하는 중 신입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최근 즐겨쓰던 N사 화장품 배너가 내 인터넷 창을 여기저기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치부가 드러난 것 같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켠으론 드는 생각.
'맞다. 나 에센스 필요했지!'
인터넷 상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흥미가 있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똑똑한 인터넷 기술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마케터의 바쁜 일상 -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쇼핑 리스트까지 친절히 리마인딩해주는 마케팅 기술이 신기하기도 한켠으론 얄밉기까지 하다.
이번 편은 작은 배너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리마케팅 효과에 대한 이야기다.
마케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마케팅 경험이 있다면 '배너 광고'가 아닐까? 광고의 소재 - 마케팅에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라고 부르는 - 를 기준으로 마케팅을 분류하였을 때 배너는 '디스플레이 광고(Display Ad)'에 속한다. 네이티브 광고, 영상 콘텐츠 광고 등 최근 새로운 마케팅 기법들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배너의 비중이나 중요도는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전세계 마케터들은 배너의 힘을 알고 있다. 적재적소 사용하였을 때 배너가 갖는 위력을 말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광고가 탄생한 시점부터 존재해온 배너가 오늘날 디지털 마케팅 세계에서도 여전히 효력을 갖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혹시 무심코 클릭한 상품이 며칠 후 다른 브라우져 배너가 되어 따라다닌 적이 있을까? 이러한 광고기법을 '리타겟팅 광고(Retargeting Ad), 좀더 크게 본다면 리마케팅(Remarketing) 전략 중 하나'라 말할 수 있다. 배너가 여전히 전세계 많은 마케터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 - 바로 배너 뒤에 숨겨져 있는 광고 기술력(애드 테크, Ad Tech*)으로 리마케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애드 테크란, 애드 테크놀로지(Advertising Technology)의 약자로 디지털 광고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과 인프라를 총칭한다.
리타겟팅 광고의 핵심은 바로 고객정보에 있다. 리타겟팅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들을 살펴보자. 개인적으로는 아래 'WHO'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는걸 추천한다.
1. What : 어떤 고객정보를 수집하여 활용할 것인가? 수집한 정보는 얼마나 정확하고(Precise), 최신성(Recent)이 있는가?
2. How : 수집한 정보들을 어떻게 결합하여 활용할 것인가? 얼마의 기간 동안, 얼마의 주기(Frequency)를 가지고 사용할 것인가?
3. Objective : 노출된 배너는 어떤 기준을 목표로 운영할 것인가? 1회 목표달성 당 비용은 얼마가 들어가는가?
예를들어, 회사에서 부끄럽게 날 따라다녔던 N사의 배너를 기준으로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다. (이 또한 나의 직업병이다.)
1. What
. 현재 집행 중인 SNS광고를 보고 [제품 페이지에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리타겟팅 한다.
. 홈페이지에 방문한 소비자 외에도 [구글, 페이스북에서 제품명을 검색한 사람들]까지 확장하여 타겟팅 대상의 모수를 개선하여 배너를 집행한다.
2. How
. 타겟팅 그룹은 [A: 페이지 방문 그룹]과 [B: 관심사 그룹] 두 가지로 구분하여 분리하여 운영한다.
. A그룹은 자사 페이지를 이미 방문한 소비자들로, 직접적으로 제품구매를 유도하는 소재를 사용한다.
. B그룹은 가격할인 이벤트를 소개하는 내용 등 제품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배너를 사용한다.
. A, B 타겟팅 그룹 모두 한 달에 평균 7회까지 노출될 수 있도록 설정한다. (한 명의 소비자에게 7회 이상 노출될 경우 해당 월에는 더이상 노출되지 않는다.
3. Objective
- A 리타겟팅 그룹의 목표는 [제품구매], B 그룹은 [홈페이지 방문]을 목표로 한다.
- A 그룹의 1회 구매당 평균 소요되는 광고비는 8,000원이다.
- B 그룹은 1회 홈페이지 방문당 300원의 비용이 든다.
이렇게 배너가 한 명의 소비자의 눈에 들어올 때까지 다양한 마케팅 데이터와 아이디어, 운영전략과 분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이렇게 효과좋은 배너란, 위의 세가지를 얼마나 적절하게 설정하여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인터넷 상에서 만나는 배너가 어떤 마케팅 요인(What, How, Objective)에 의해 나에게 노출되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마케팅스러운 생각을 단련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리타겟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보가 방문 페이지다. 마케터 자사의 홈페이지(제품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리타겟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배너는 소비자가 특정 홈페이지에 방문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소비자가 특정 사이트를 방문했는지를 트랙킹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바로 '쿠키'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두 주인공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쿠키를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리타겟팅에서 말하는 인터넷 쿠키가 바로 헨젤과 그레텔에서 유래한 그 '쿠키'라는 사실.
쿠키란 소비자가 인터넷 브라우저 상에서 어떤 사이트에 방문했는지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작은 정보이다. 이 정보는 브라우저 HTTP 헤더 값 안에 저장이 되게 되는데, '어떤 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브라우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일종의 꼬리표'다.
지금 여러분이 웹 상에서 브런치를 방문했다는 정보가 꼬리표로 달렸다고 치자. 마케터 입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좋아하고 자주 방문하는 소비자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글을 좋아하는 학구적인 소비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마케팅 관련 글이니 마케터이거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마케터는 이러한 소비자 중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세그먼트를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꼬리표가 달린 소비자의 정보를 모아서 광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광고 기술이 필요하다. 마케터들은 기술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활용하여 리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게 된다. 작은 배너 안에 숨겨진 엄청난 기술과 마케팅 전략이 우리가 흔히 만나는 배너 뒷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업계에서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이라고 할 때 흔히 리타겟팅 배너를 많이 떠올린다. 그 이유는 구매전환과 같은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리타겟팅 배너가 자주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타겟팅 소재의 배너는 일반 배너에 비해 평균 클릭율 면에서 3배 ~ 10배까지 높은 성과를 보인다.
그러나 리타겟팅 배너•광고에서도 여러가지 제약사항이 존재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첫번째로 모바일, 노트북, PC등 여러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멀티 스크린 환경 속에서 고객정보가 끊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리타겟팅이 모수가 유실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PC 웹 브라우저로 제품을 검색하다가 모바일 앱으로 구매한 경우 이 소비자는 웹 상으로는 구매로 전환되지 않은 소비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모바일과 웹 브라우저의 고객정보를 매칭시키는 기술도 있어서 이러한 정보의 유실을 개선해왔지만 여전히 국한된 디바이스와 고객정보만 적용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사항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구글이다. 구글 크롬은 사용자가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정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구글의 디스플레이 배너광고인 GDN*은 타배너 대비 높은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고객데이터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의 힘은 광고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 GDN(Google Display Network) : 구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는 구글이 운영하는 사이트 및 매체(gmail, youtube, playstore 등)와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제휴 사이트를 포함하는 광고 노출영역(광고매체)입니다. 이 영역에는 디스플레이 배너가 노출되게 됩니다.
두번째로 위 상황을 이어서 생각해보면 이미 다른 디바이스를 통해 구매를 했으나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마케팅 기술은 기구매자에게 제품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럴 경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대안적으로 노출횟수(Frequency)를 조절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리마케팅이란, 앞서 진행한 마케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부스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단에 홈페이지를 유입시킬 수 있는 스토리나 이벤트와 같은 유인책이 없는 상태에서 리타겟팅 광고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매우 협소한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기술적 제약사항과 소비자 인터넷 환경, 마케팅 전략을 이해한 뒤 리타겟팅 광고를 운영해야만 진정한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능하다.
최근 리타겟팅 광고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마케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유의미한 사례들이 종종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리타겟팅 광고의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에 대해 이해해보았다면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근 디지털 마케팅에서 주목해볼만한 리마케팅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 글을 통해 배너가 더이상 네모난 광고영역으로 보여지지 않는, 특히 리타겟팅 배너에 숨겨진 광고기술과 기능을 이해해볼 수 있는 사고의 확장과 생각의 결이 생기길 바라며. 자, 지금부터 만나게 되는 배너가 어떻게 나에게 노출됐는지 역추적해보면 어떨까? 하루에도 몇 십 개씩 흔하게 만나는 배너이겠지만 어떤 마케터에게는 매우 심사숙고한 리마케팅 전략일 수 있으니 말이다.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모먼트> 브런치북 내용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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