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마케팅과 이에 열광하는 코어(Core) 소비자
"이야~ 이거 우리 수주했다!"
발표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대표님이 소리치셨다. 긴장이 스르르 풀리고 피곤함이 밀려와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앗싸 일찍 퇴근이다!' 손이 바쁘게 노트북과 꼬깃꼬깃한 발표 스크립트, 가방을 챙기는 나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해주시는 대표님이 밝게 웃으신다. 떨어져도 괜찮다며 마음 편하게 발표하라고 말씀하시던 분이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셨나보다. 아이처럼 해맑게 기뻐하시는 얼굴이 여전히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제안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 정적이 짧게 시간이 흐른 뒤 심사자 한분이 '이 사업을 이런 방향으로 실행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질문 아닌 극찬을 받자마자 우리 팀원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마음속으로 쉬고 있었다. 대표님의 '수주 촉'도 이때 발동했으리라. 대기업 컨설턴트 출신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하셨던 대표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감이기에 나 역시 수주했겠거니 안심했다. 제안 발표를 마치고 나오는 길. 회사 앞 탁 트인 광장을 걸어 나오는 내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순간 마음 속에 드는 생각.
"아! 마케팅 재밌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처참히 빗나갔다. 우리 회사는 수주하지 못했다. 질의응답 내내 이어진 긍정적인 피드백과 실행방안에 대한 호기심 섞인 질문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마케팅 에이전시 출신 마케터로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그에 따라 수주를 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험은 사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별일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만큼은 아쉬움이 컸다. 며칠 뒤 떨어진 이유를 주변 관계자분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페이스북과 같은 마케팅 채널만 관리해줄 수 있는, '업무범위'에 적합한 용역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었다.
아쉬우면서도 수긍이 갔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제안한 것은 그들의 업무 '스콥(Scope)'을 아주 완벽하게 맞춘 기획 안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영상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도 아니었다. 반면 용역이 선정된 업체의 경우, 공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SNS채널을 운영하는 전문업체였다. 우리가 제안한 안은 그들 사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그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발생되도록 하는 구조였다. 단순 영상만 만들어서 채널에 뿌리는 업무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사업 전체 판을 기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맛있게 생긴 '사과 한 알'을 원하는 광고주한테 우리는 사과가 주렁주렁 자연스럽게 열리는 사과나무를 가지고 왔으니. 요청사항은 마케팅 용역이었는데 우리가 제안한 것은 거의 비즈니스 전체 사업구조를 바꾸는 용역과 다름이 없었다.
마케팅 에이젼시에서 제안 프로젝트가 수주되지 못하는 경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실력이 물론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기는 하지만 외부 요소들이 작용하는 부분도 간과할 순 없다. 아이디어가 좋지만 실행할 자원이나 인력이 없거나, 실행자들은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최종 결정권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덜 만족하는 안을 선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혹은 유관부서와 업무가 겹치는 관계로 기획안 일부를 도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용역업체를 선택하느냐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광고주의 경우 당시 핫하게 실행되고 있는 무난한(?) 기획 안을 좋아하기도 한다. 제안한 프로젝트가 이러한 다양한 장애물 없이 승인이 되고 실행이 되는 것을 보는 일이란 천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위의 다양한 변수들을 다 만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광고주가 나와 유사한 마케팅 성향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에이전시 담당자로서 눈치와 센스가 필요한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제안서 쓰는 시점이다. 한두 번의 광고주 미팅, 메일로 전달받은 제안 관련 브리프(Brief), 애매해서 전화통화로 확인한 내용에서 뉘앙스로 언뜻 비치는 내부 사정이나 광고주의 선호도와 부차적인 요구사항까지 고려, 80% 이상 만족할만한 제안서로 단번에 제안하는 것. 그리고 한두 번의 수정으로 최종 컨펌이 나는 것 - 그것이 바로 깔끔한 제안서이자 훌륭한 업무방식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한 마케터임을 고백한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안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선도적인 제안서가 많았다. 클라이언트의 궁극적인 목표에 충실하며 내가 가진 실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노력했다. 대행사 직원이 아닌 그들의 사업 컨설턴트라고 생각하며 마케팅 제안서를 썼다. 기존에 실행했던 이벤트나 기획내용은 다시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 마치 세공이 덜 끝난 크리스탈처럼 어색했다. 하지만 그 안에 반짝거리는 매력과 '한방'이 있는 제안서였다. 많은 경우 제안서는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깎이고 다듬어져 무난하게 바뀌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조각의 아이디어라도 실행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감사했다. 실행하지 못한 마케팅 아이디어가 사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화려한 컨설팅이나 계획보다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실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인지라 실행까지 연결된 사례들이 그렇게 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치 자식을 낳는 것과 같은 고통을 가진' 최고의 제안서를 쓰는 열정과 노력을 포기하진 않았다. 그 열정은 나를 각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들과 함께 앉아 제안을 하고 논의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투박하긴 해도 힘이 있는 숨겨진 '한 방'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안 되는 부분을 되게끔 고칠 수 있는 분이셨다.
최고의 마케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세계는 변화했다. 그러나 마케팅은 변화하지 않았다.
시대는 변했다. 밀레니얼 세대 - 기성세대와는 다른 그들의 가치관과 소비문화 등장이 마케팅 인더스트리에 끼치는 영향에 전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는 지금. 뿐만 아니라 셀 수 없는 신생매체들과 이를 개인의 취향대로 다양하게 소비하는 마케팅 채널 다이내믹스는 전체 마케팅 인더스트리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마케팅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해왔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았고, 누구다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굳이' 그것을 변화시키려 시도하지 않았다.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했으며,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편안함'에 안주했다. 조직 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고 모든 이의 따가운 주목을 받는 일이며 일을 더 많이 해야 함을 의미한다. 마케팅 기술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소비자도 변화했고 마케팅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마케팅 인더스트리는 진화발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마케팅에 안주해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도전이 되는 책을 만났다. 내가 가진 마케팅 개념을 철저히 뒤집은 놓았는데, 바로 세스 고딘의 'This is Marketing'이라는 책이다. 본 칼럼은 그의 예리한 시선과 건설적인 비판이 크게 참고가 되었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추가로 내가 마케팅 업으로 일하면서 좀 더 크게 느꼈던 문제를 중심으로, 직접 경험하거나 스크랩해둔 관련 사례를 같이 녹여 풀어내고자 한다.
2020년 1월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모든 기업과 마케터에게 이 글이 변화의 작은 불씨가 되길 바라며. 어쩌면 그 혁신은 어느 누군가 마케팅 업무 속에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6월. 개인 블로그인 브런치에 <불편함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플라스틱 과소비와 관련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독려하는 글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12월. 지금 내가 앉아있는 S카페 매장에 일회용 컵을 찾아볼 수 없는 국가 정책과 기업의 행보를 경험한다.
내 글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개인의 목소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울림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었다.
각 기업의 마케팅은 자본주의 시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전 세계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 빨대가 매일매일 절약되고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겠는가? 각 국가별 스타벅스에게 스트로우를 납품하는 제조업체는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전면 바꿔야만 했을 것이다. 혹은 친환경소재로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새로운 스타벅스 밴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한 기업의 혁신은 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소비문화를 한순간에 변화시킨다. 또한 해당 기업과 연결되어 생산활동을 하는 관련 기업들의 생산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경제의 다이내믹스로 작용한다. 자본주의 사회, 기업의 행보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 우리는 소비자로서 매일매일 삶의 현장 속에서 경험하는 중이다.
스타벅스는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브랜드라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밀레니얼 시대 소비자가 열광하는 방식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이다. 밀레니얼 시대 소비자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다. 이들은 소비(할 수 있는 권리)를 통해 기업활동에 참여한다. 소비자 개인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기업이 해주길 바라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에 열광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 브랜드는 '고객만족'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소비자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할 만큼 '자랑스러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고 내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대변하는 기업에 그들은 고마워하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옹호자•전도사가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까?
'전달'해서는 안된다. 전달이란, 전달자(Deliver)가 의도한 메시지를 수렴자(Receiver)에게 이동시키는 행위 속에 일방적인 방향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메시지를 받는 소비자의 의사나 메시지를 받는 시점과 방식에 대한 수렴자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은 더 이상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얼마나 더 반갑지 않은 마케팅 광고나 이벤트를 불쑥불쑥 경험해야 하는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를 찾고 이를 브랜드가 마케팅 활동을 통해 '대변(Representer)'해야 한다. 이는 '전달'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기업과 마케터에게 요구한다. 소비자와의 관계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관점에서 마케팅 메시지는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는 그라운드 룰 또한 깨진다. 소비자가 충분히 공감하고 대변해주길 원하는 이야기라면, 이를 과감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브랜드 - 21세기 소비자들은 그런 브랜드들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가 어떤 가치를 이야기해주길 원하는지 마케터가 들어야 한다. 책상에서, 회의실에서 마케팅 시즌마다 매번 달라지는 카피 메시지를 고민하는 노력을 이제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타겟 소비자가 가치 있게 생각하지만 개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야기들이 찾아내야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며 '한 팀'으로서 브랜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마케팅 예산을 태워야만 마케팅 효과가 나는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때로는 눈 앞에 보이는 마케팅 성과를 희생해야 한다. '가격 할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메시지를 포기하는 것은 조직 안에서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신규 조인한 마케팅 담당자가 바로 다가오는 시즌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는 마케터 개인이나 팀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혁신이 아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하며, 마케팅 외 유관부서 전체 업무방식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적어도 작은 변화라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환경과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대변자 위치의 마케팅 방식은 장기적 관점으로, 브랜드에 대한 꾸준하고도 열정적인 팬덤을 형성하는 접근방식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가격 할인이나 이벤트에 상관없이 브랜드를 꾸준히 열정적으로 사랑해주는 소비자가 필요하다.
기업규모가 커서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먼저 마케팅 기조를 변화시켜나갔으면 좋겠다. 혹은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함으로써 더 높은 마케팅 효과를 제안함으로써 마케팅 혁신의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혁신의 움직임이 어느 기업 속에서, 어느 조직 속에서, 어느 한 명의 마케터 업무 속에 다양하게 시도되는 대한민국 2020년이 되길 권면하며 응원한다.
마케팅에서 데모그래픽은 주로 타겟 소비자를 정의하거나, 마케팅 채널에서 타겟팅을 할 때 사용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즉 연령, 성별, 지역과 같이 통계학적 요소를 사용해서 소비자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코스메틱 브랜드의 타겟 소비자는 '25~35세 여성'으로 본다. 가장 화장품을 많이 다양하게 사용하는 소비자를 타겟팅 하는 방식인데, 비유를 하자면 물고기가 많은 부분에 그물을 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고기가 많다 보니 잡으려는 어부도 많이 모여든다. 경쟁이 발생하고 어느새 많던 물고기들은 그 근방을 빠져나와 결국 어부들만 서로 피해 보는 발생이 발생한다. 마케팅 상황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데모그래픽으로 소비자를 정의하지만, 마케터는 여전히 자사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추가로 정성적인 소비자를 정의하는데 이것이 바로 '페르소나'다. 현업에서 소비자 리서치를 통해 소비자 페르소나를 정의하기도 하는데, 사실 리서치에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지 않은 형편이다. 혹은 외부 리서치 업체를 통해 몇 천만 원을 지불하고 자사 브랜드, 타겟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사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자신의 소비자의 정보를 외부 업체를 통해 사야 하는 아이러니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리서치 내용 역시 다분히 '나이브(Naive)'한 경우가 많고, 혹은 소수 인터뷰어를 중심으로 한 국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보 속에 매일매일 우리가 만나는 소비자 관련 인사이트를 뽑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
개개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모두 제각기 다른 시대, 데모그래픽 기준으로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접근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데모 접근방식은 오늘날 기업과 마케터가 소비자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마케터들에게 '당신의 소비자가 누구인가?' 물었을 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에 원인에 있다. 자신의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꾸준히 구매하는 '실존하는 고객 세그먼트'를 찾아야 한다. 해당 고객군이 데모그래픽 성격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사 브랜드의 소비자를 찾는 방식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소수여도 괜찮다. 그들이 왜 자사 브랜드에 열광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한 곳에 우르르 모여있는 '소비자 물고기 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직시하자. 흩어져 있는 소비자를 자사 브랜드 어망에만 자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는 힘 - 지금 우리에게는 그 힘이 필요하다.
자사에 열광하는 소비자 소수를 찾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이해했다면 이를 행동(Action)으로 보여줘야 한다. 마케팅 시즌에만 우르르 몰려왔다가 다시 흩어지는 소비자층이 아닌, 프로모션에 상관없이 자신의 소비 아이템으로서 꾸준히 구매하는 고객군 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더 비용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쌓아가는 데 건설적이다. 억지스러운 댓글 참여나 수동적인 리트윗 이벤트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브랜드는 행동을 보여주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이를 열광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향후 PR(Public Relations) 매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신문기사 등을 통해 자신들의 행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메일과 같은 DM(Direct Marketing)채널이 다시 중요해질 것이다. 광고로 마케팅 예산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사 소비자와 언제든지 직접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채널(Owned Media)을 강화해야한다. 브랜드의 행보를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쌓아나가야 한다. 이들은 이벤트나 혜택에 덜 민감한, 자사 브랜드를 좋아하고 구매하며 브랜드와 소통하길 원하는 소비자다.
마케터조차 알지 못하는 소비자를 쫒기 위해 수천만에서 수억의 마케팅 예산을 쏟아붓는 행위를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마케팅을 이제는 중단하자. 우리 브랜드의 '덕후'를 찾고 그들이 왜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다층적으로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 그런 고객층이 없다면 늦지 않았다. 코어(Core) 소비자*를 명확하게 찾고, 그들이 열광하는 가치 하나를 선정해서 브랜드에 입힐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때 코어 소비자가 브랜드 가치를 이야기해줄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이때 브랜드 메시지가 주변부로 확장될 수 있는 마케팅 기술적인 장치(메시지 내용, 고객 참여방식 등)가 필요하다.
이는 마케터에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요구하게 된다.
* 코어 소비자(Core Consumer)란 데모 그래픽 타겟 소비자와 대조되는 의미로써 한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별과 같이 흩어져있는 소비자 개인 혹은 소수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개로 연결되며 브랜드의 옹호자이자 동시에 매출을 발생시키는 소비자로 정의될 수 있다. 브랜드의 추종자로서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부로 마케팅 효과가 발생한다.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 월간 칼럼으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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