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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Jan 17. 2020

지금까지 없었던 마케팅, 이를 위한 도전적인 생각들 2

2편.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브랜드 시대


Intro. 자아실현하지 못한 어느 마케터의 이야기



"또 캠페인을 제안하나요......?"


'커서 남을 돕고 살거야!'라고 말하고 다니던 어릴 적 꿈 때문인가. 대입 시절,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꿈을 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공을 불어불문학과로 선택했더랬다. 그 어린 시절 꿈과 대학시절 전공은 무용지물이 돼버린 채 거리가 아주 먼 마케터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내가 작성한 마케팅 기획 안에서는 타인을 향한, 사회를 향한 에너지가 빠진 적이 없었다. 그 에너지는 주로 '캠페인'이라는 실행방안으로 구체화되곤 하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캠페인(Campaign)이란 브랜드가 사회참여 성격을 갖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거북이를 키우고 있어요! 저는 이것을 '라이프스타일 캠페인'이라고 부른답니다.


마케팅 에이전시 시절, 마케팅 제안서와 기획 안을 'PPT공장'처럼 뽑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광고주의 사정과 목표에 맞게 플로우는 다양하게 분화되었지만 결론이 되는 실천방안은 타인과 사회로 향했음에 큰 차이는 없었다.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이 브랜드에 긍정적인 가치로 선순환되는 구조를 가진 전략 말이다. 매번 다른 아이디어와 방법으로 설계되지만 결국 사회를 향한 '캠페인'을 실행방안으로 가져오는 나에게, 직장상사인 사수와 팀장님•대표님께서는 비슷한 코멘트를 하셨음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혼자 미소 짓는다. 명확한 가이드, 충분한 직무교육이 없었기에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촉박한 일정 속에서 허덕이며 기획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플랜들이 어느덧 '마케터 이세라가 가질 수 있는 마케팅 스타일'로 관통하는 것을 깨닫는 이 순간이 신기하기만 하다.


전편 글의 핵심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케팅은 사회변화를 만들어내는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한다.
2. 브랜드는 소비자 가치를 대변하는 대변자(Representer)로서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3. 데모 그래픽 기준으로 타겟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4. 흩어져 존재하는 '코어 소비자(Core Consumer)'를 찾아 이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며 동시에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되어야 한다.

이번 글을 통해서도 마케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생각들을 하나씩 이해해보자. 바라건대 이 글이 엄청 큰 느티나무와 같아서 마케팅 산업 틀을 변화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시대 대한민국을 변화시켜나가는 뿌리가 되었으면 한다. 열매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마케팅 현업 각자의 가지가지에서,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주렁주렁 맺을 것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저의 글을 맛있게 드시고 현업 그 자리자리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주세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지금, 당신으로부터.


4. 경쟁구도는 사라졌다.


J군은 탈모가 고민이라 모근을 강화할 수 있는 A브랜드 샴푸를 사용한다. 바디워시 제품은 시원한 페퍼민트 향을 좋아해서 L제품을 사용한다. 클렌징 폼은 순하고 나에게 잘 맞는 M 제품을 좋아한다.

S양은 사용하는 아이섀도우가 20개가 넘는다. 각 제품별 용도가 다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캐주얼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매트해서 잘 지워지지 않는 E 제품을 사용한다.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에는 색감이 화려한 C브랜드 제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M인데 백화점 제품인데, 가격대가 비싸서 알바로 번 돈을 모아 기분전환을 하거나 나에게 맞는 색상이 신제품으로 나왔을 때에만 구매한다.

J군과 S양이 사용하는 브랜드들은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첫 번째 J군이 사용하는 세 가지 제품 모두 크게 H&B(Health & Beauty)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제품 카테고리별 선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선호의 기준은, '나에게 필요하거나' 혹은 '나에게 잘 맞고 좋아해서'라는 개인적인 필요(Need)와 기호(Taste)를 바탕으로 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기준이 한 개인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S양 사례에서 언급된 3개의 브랜드 동일한 제품 카테고리에 속한다. 같은 제품군에 속하기에 J군 경우보다 경쟁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쟁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사용 과정에는 각 브랜드별 특징이 주관적인 기준으로 구별되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소비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용도(Usage)'라는 기준에 따라 브랜드를 구별해서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비자가 A브랜드 특징을 인지하기까지 타브랜드와의 비교과정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브랜드 A와 B의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고 '선택'한 것이지 '비교평가'과정을 통해서 제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A와 B를 비교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A가 가진 특징 자체를 인지하고 선택한다는 것에서 타제품 간 경쟁을 통한 구매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케터의 관점이 소비자의 관점과 간극을 발견한다.


위 사례를 조망해봄으로써, 소비자 구매행동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발생한다는 논리는 사실상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이것은 마케터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케터의 시선을 '경쟁사'가 아닌 '소비자'로 돌려야 함을 의미한다. 경쟁사와 비교하여 자사 브랜드의 차별점을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닌,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접근방식으로의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


마케터의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 그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시선(Gaze)'은 우리의 인지(Awareness)를 결정하고, 인지은 우리가 생각(Thinking)이 뻗어나가는 방향성을 결정하며, 그 생각들은 결국 행동(Behavior)으로 보이기에 우리가 모든 업무를 진행하고 결정하는 푯대가 되기 충분하다.


여전히 매대에 놓여있는 쉐도우가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소비자는 하나의 제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고 싶어 할 뿐이다.


대학생 시절 마케팅 수업에서, 한 때 몸 담았던 경영전략 학회에서 경쟁자 위상 맵핑(Mapping)을 그리곤 했다. 브랜드 간의 차이를 한 두 가지의 기준만으로 2차원의 도면에 거리로 환산하기도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위상을 맵핑한 뒤에도 자신의 브랜드와 유사 브랜드 찾는 것 또한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거리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경쟁사를 이미 정의하고 그에 맞춰서 역으로 기준을 짜는 억지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로 다른 가치를 말할 때 경쟁은 의미가 없다. 사과와 바나나를 비교하며 둘 중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사과는 사과만의 특징이 있으며, 바나나는 바나나만의 맛과 영양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과를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바나나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우리는 어서 속히 하나의 카테고리나 제품군에서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겨루는 마케팅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더 이상 제품을 비교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마케터의 경쟁구도적 시각은 '가격 할인'이라는 마케팅 방식으로 여전히 실행되는 중이다. 브랜드나 제품이 가진 특징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행위보다는 갑자기 가격에 경쟁력을 크게 부여한다. 다른 특징을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기도 전에 '저렴한 제품'이라는 특징만이 남는다. 마케팅 활동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많은 기업 내 영업기획과 마케팅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 '가격 할인'에 대한 문제에서 기인한다.


더 나아가 경쟁의 정의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 나온 어느 세탁소 사장님의 인터뷰가 경쟁에 대한 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은 자신은 단순히 옷을 세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옷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서 오랫동안 옷을 입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탁소 사장님은 단순히 동네 근처 세탁소와 경쟁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셨다. 그분의 경쟁사는 '스타일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스타일러가 세탁소만큼이나 확실하게 옷의 얼룩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그분은 경쟁이 없는 영역에 위치한 것이었다. 어쩌면 옷을 오래 입어 다른 옷을 살 필요가 없기에 의류 브랜드와 경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경쟁의 영역이 확장되었을 때 자신의 강점이 확실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쟁적인 분위기를 새로운 구도로 전환시킨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일한다는 세탁소 장인. 이분의 마인드는 사실 경쟁을 뛰어넘은 지 오래 일지도 모르겠다. / 출처 : 채널 25 유튜브 채널


경쟁에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브랜드 간 차이가 명확하지 않거나,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경우 경쟁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확실히 제품 간의 비교평가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세제와 같은 경우다. 다 괜찮은 브랜드이며,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이 비슷하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제품일 경우 경쟁상황을 완전히 붕괴시키진 못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점 가장 저렴하게 할인하는 제품이 선택되는 경우가 높다. 이런 경우 할인을 하면 그만큼 매출이나 판매량이 나오는 경쟁구도를 빠져나오긴 쉽지 않다.


'갓뚜기'의 사례는 위 성격을 가진 브랜드·제품군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터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맛있고 좋은 재료를 추구하는 제품력에서부터, 계약직이 전혀 없고 모두가 정규직으로 일하는 고용 근무형태. 게다가 재벌 3세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행보까지. 오뚜기의 행보는 '갓 뚜기'로 만들기 충분했다. 매대에 수많은 라면이 있는 상황에서 제품과 맛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뚜기'라는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의 행동을 만들어내기 충분한 그들의 행보는 경쟁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와 함께 비상하는 중이다.


자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가? 표면적인 답변에서 나아가 좀 더 근본적인 속성을 파고들어야 한다. 혹은 경쟁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영역에 있다면 기존 경쟁요소와는 아예 다른 차원의 요소를 제시하여 시장의 경쟁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 두 가지 접근 모두 경쟁이라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비교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명확하게 자신의 가치를 알려주는 제품을 선택할 뿐이다


편의점 매대 속 수많은 라면 제품들 중에서 '오뚜기' 브랜드를 구분해서 찾는 나의 일상이 신선하다.


5. 마케팅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이 되어야 한다.



2년 전쯤 저렴한 예산으로 브랜딩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80만 원도 채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영상 스토리를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해야만 했다. 회사 내부에 영상기획•제작 역량이 없기에 외주를 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예산 사이즈를 뛰어넘을 만큼 뛰어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고, 그 영상은 정말 '예산만큼의 퀄리티'로 진행되었다. 영상 콘텐츠에서 마케터인 나의 능력은 형편이 없었다. 영상을 기획-제작-릴리즈할 때까지 내가 가진 '어색함과 자신 없는 태도'는 도통 사라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마케터가 어색하면 결국 소비자들도 그 어색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화려하고 충격적인 '과대포장' 스토리가 먹히는 시대는 지났다. 저자의 과거 경험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자신 없는 스토리 역시 위험하다. 실행하기 전에 기획단계에서 당장 조정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단 몇 초만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포장하는 방식은 기업에게 오히려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만들어내는 보이스까지 고려해본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접근이 돼버렸다. 오히려 살짝 부족해서 투박하더라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그런 스토리에 반응한다.

'제품을 사지 말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인 카피 문구 아래에는 재킷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그렇게 영상이 망하고(?) 속상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택시 안. 모바일 상으로 위 포스터를 마주하고 정신이 버쩍 들었다. 어머나, 쟈켓을 사지 말라니. 내용을 찾아서 확인해보니 하나의 의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끈한 카피도 참 신선했지만 그 표면적 의미 속에 숨겨진 그들의 가치 -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제품을 만드는지를 진솔되고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분명 나에게 울림이 되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핵심들과도 연결이 되는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브랜드의 행보는 해당 가치를 실질적으로 액션으로 담아내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목소리로 꾸준하게 소개하는 통일성이 중요시된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마케팅 문구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가 중요해진다. 매번 다른 마케팅 메시지를 꾸며내느라 고통받는 카피라이터 혹은 크리에이터에게 조금은 부담이 줄어들진 않을지. 하지만 한결같이 핵심 가치를 이야기하되, 다양한 이야기와 실천 방식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영국 러시 매장에서 진행한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의 모습. 때로는 침묵으로 더 큰 울림을 주는 방법도 잊지 말자.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6. 디지털 마케팅은 마케팅의 진보된 모습이 결코 아니다.



전 세계 마케팅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한 시점은 이제 10년이 되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채널의 변화가 마케팅 그 자체의 변혁(Innovation)을 도모하진 못했다. 단지 전달하는 수단이 바뀐 것뿐이었다.


첫 번째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케터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관심사를 반영한 배너이지만 여전히 그 배너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페이스북은 사실 계속해서 접속자 수, 이용시간이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빠른 속도만큼 매체의 흥망성쇠 또한 빠르게 변화한다. 엄청난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가며 페이스북 팔로워를 늘린 마케터들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버리지도 그렇다고 중심 채널로 가져가기에도 애매한 '계륵'과 같은 채널이 돼버렸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돈으로 마케팅 기회(광고)와 데이터(타겟팅, 로그 등)를 사지만 결국 그 데이터 역시 브랜드 플랫폼에 남는 것이 아닌 구글 플랫폼 안에 들어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사의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 구조다. 제3자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유지하거나 광고를 통해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제는 가치를 따라 소비자가 브랜드에 찾아와야 한다. 마케팅 예산을 투입한 만큼 소비자가 방문하고 참여하는 구조를 바꿔야만 한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 채널(Owned Channel)에 찾아올 수 있게 하며, 그 데이터는 기업이 보유-관리-분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한번 방문한 고객은 계속 방문할 요인을 제공하며, 이는 다른 유사 소비자로 오가닉하게 유입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향후 홈페이지, 앱과 같은 자사 채널과 이메일과 문자, PR매체와 같은 다이렉트 마케팅 채널이 좀 더 정교화되고 활성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써드파티 플랫폼에 자신의 마케팅 유산을 모두 의존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마케팅 활동으로 발생한 소비자 데이터의 주권이 자신에게 있느냐, 혹은 써드파티 영역에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는 자신들의 환경보호와 관련된 캠페인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 출처 :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크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작지만 확실한 소비자 세그먼트와 핵심 가치를 찾고 그 스토리를 자사 채널을 중심으로 쌓아나가야 한다. 물론 고객이 동참하는 방식의 내용도 좋다. 전달하는 자사 채널로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면 매장 내 경험을 활용해보자.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시리즈 형태로 마케팅 효과를 이어나가는 방식이 중요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또한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자.



Outro. '깐느(Cannes)'에서 만나요.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전 세계 No.1 광고축제 - 칸느 라이언즈(Cannes Lions). 아이러니하게도 '불문학 전공이 이렇게 마케팅에서 연결이 되는 건가'하며 내심 프랑스로 출장 기회를 기대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가보진 못했지만 칸느 광고제는 매년 전 세계 가장 훌륭한 광고를 선별해 상을 주는 행사다. 모바일 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탄소 발생량을 추적해주는 어느 스웨덴 핀테크 기업의 사례, 에이즈 환자 간병인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존슨 앤 존슨. 광고주들에게 미디어 지출의 일정 부분을 동물 복지 프로젝트에 기부할 것을 제안한 브랜드 등등.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만한 힘을 가진 이야기를 외쳤다. 그 스케일이 그들의 마케팅 사례를 전 세계 No.1으로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대한민국 -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를 감히 놀라게 할 마케팅 시도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으면 좋겠다.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아주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보는 차세대 마케터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기성 마케터들은 그 에너지와 열정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도전적으로 시도하고, 제안하고 협상해나가는 그 용기 - 그 에너지를 차세대 마케터들이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도들을 가능하도록 기존 마케팅 선배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실행해나갈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와 시스템이 기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온 핵심을 정리해보자.

1. 마케팅은 사회변화를 만들어내는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한다.
2. 브랜드는 소비자 가치를 대변하는 대변자(Representer)로서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3. 데모 그래픽 기준으로 타겟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4. 흩어져 존재하는 '코어 소비자(Core Consumer)'를 찾아 이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며 동시에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되어야 한다.
5. 브랜드 제품 간 경쟁구도는 희미해졌다.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전략이 더 중요하다.
6. 마케팅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이 되어야 한다.
7. 디지털 마케팅은 마케팅의 진보된 모습이 결코 아니다. 자사 채널을 중심으로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는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글을 맺는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캠페인'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대변하는 메시지에 열광하며 자발적으로 브랜드 채널로 모여든다. 그들은 가격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브랜드가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캠페인 행보를 지켜보며 기꺼이 제품을 소비한다.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며 참여하는 코어 소비자들이 핵심이 되는 브랜드. 이 과정 속에 브랜드는 타브랜드와의 경쟁논리를 철저히 무너뜨리며 소비자와 함께 비상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마케팅 물결이 크게 바뀌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 물결이 사회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대부분의 캠페인을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시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해냈으면 좋겠다.


'개념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의식 있는 소비문화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뿌듯합니다.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 월간 칼럼으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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