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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Sep 07.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5-1 메인인터뷰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바리스타, 영화감독, 설치예술가, 요리사, 소프트웨어디자이너, 기자, 목수, 전문마사지사, 건축가, 프로그래머, 환경운동가 등등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전부 일일이 기록하지는 못했다. 때로는 수첩을 안가져나왔고 때로는 적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대화에 너무 빠져서 적는 것도 까맣게 잊곤 했다. 지나고 수첩을 펼쳐보니 제대로 적은 것은 4개정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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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야기 - Tim
할머니를 위한 아트카.

사막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는데 멋진 아트카 안에 노부부가 타고 있다. 이런 광경을 사막에서는 자주 보게되는데 특별히 애틋해보이는 부부가 있었다. 왕년에 기계좀 만져보셨다는 할아버지는 1년에 걸쳐 할머니를 위한 아트카를 만드셨다.



어떻게?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버닝맨을 즐기실 수 있도록 아트카 곳곳에 마련해둔 할아버지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딱 1년정도 걸렸지. 은퇴하고 할 일도 없고 마누라를 즐겁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이 작업에만 매달렸던 것 같아. 처음에는 그냥 뼈대만 만들려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깐 욕심이 생기더라고. 이것저것 예쁜 소품들도 들여놓고 안전장치와 조명도 달아놓으니 보기 한결 나아졌어. 모든 작업이 끝나고 막상 아내가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아주 좋네."

그런데 도대체 버닝맨은 어떻게 아시고 오셨을까.

"아내는 올해가 처음이지만 나는 올해가 두번째 버닝맨이야. 몇 년 전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왔는데 지금은 다 죽고 없지. 혼자라도 죽기전에 한번은 다시 오고 싶었는데, 아내가 갈려면 같이 가자는거야."

하지만 아내분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다. 사막의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려면 우선 체력이 가장 관건. 마음만 앞선다고 누구든 도시를 찾아올 수는 없다.

"그래서 그때부터 꼬박 1년을 투자했어. 티켓은 아들네가 구해주었고 나는 열심히 차를 만드는 데만 몰두했지."



무엇을?

하지만 그들은 왜 굳이 그 아트카를 가지고 버닝맨을 가는 편을 선택했을까. 또 세상을 떠날 날이 머지않은 노인들에게 버닝맨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올해가 우리의 마지막 버닝맨이 될거라고 확신해. 내년에는 죽고없든 살아있든 다시 찾아올 자신이 없어."

할아버지는 처음 친구들과 버닝맨을 찾게 된 이야기를 내게 말해주셨다.

"나이 70먹은 친구들이 이상한 티켓을 가져와서는 죽기전에 여기에 꼭한번 가야된다고 하는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버닝맨이 뭔지 들어본 적도 없었지. 그냥 캠핑같은 건 줄알고 왔는데, 그해에 사막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난리도 아니였어.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지 아마."

상상이 안갔다. 버닝맨 창립이래 최고의 날씨로 꼽힐만한 올해의 날씨도 나에겐 혹독했는데 여기서 비오고 바람불면 뭐가 진행은 될려나. 나였으면 그때 이후로 버닝이라는 단어도 꺼내기 싫었을 것같은데 그럼에도 다시찾은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인생이 뭐 그런거 아니겠나. 힘들고 지치고 생각도 못했던 시련들 투성이지.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 나아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 힘들었던 기억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지. 그때 그 힘든 사막의 경험이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니깐 추억이 되고 또 그립더군."

80세 버너의 연륜에 나는 다음 대사를 잃고 말았다.



팁?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질문을 이어나간다. 참가자들에게 줄만한 팁이 있냐고 물었다.

"별거 있겠나. 젊음, 도전정신, 사랑. 이 셋중 하나라도 있으면 누구든 상관없어. 사막은 매섭지만 도시는 관대하지. 80먹은 노인네도 하잖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거야."

몇년 전 <디어 마이 프렌드>라고 하는 노인들의 삶을 주제로 만든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났다. 칠십, 팔십이라는,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을 압도하는 나이임에도 나름대로의 열정과 즐거움이 가득한 모습에 그동안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팀 할아버지를 보니 그 생각이 다시 났다. 인자한 미소에서 흘러나오는 당대함과 태연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할아버지가 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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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트카들 중에서 가장 빛났던 그들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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