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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Sep 07.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5-2 메인인터뷰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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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이야기 - Raptor

버닝맨 4년차 숙련된 버너이자 우리 캠프의 리더 랩터씨. 터프해 보여도 그는 누구보다 자상하고 섬세한 캠프장이다. 제작년 처음에는 두명이서 시작한 캠프가 작년에는 열명이 되고 올해는 서른명이 넘는 중형캠프가 되었다. 캠프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멤버들중 대부분은 이전에 다른 캠프들을 경험해본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우리 캠프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쿨하고, 또 가장 따뜻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산드라도, 슈퍼맨도, 바스도 작년에 이 캠프를 찾았던 사람들은 올해도 똑같이 이 캠프의 멤버가 되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그의 아내와 함께 사막에 왔기 때문에 그에게는 더더욱 뜻깊은 의미가 있는 한해라고 한다. 그는 왜 버닝맨을 찾을까. 왜 캠프를 만들어 굳이 사람들을 모으는 걸까.



왜?

버냉맨이 시작되기 5일전, Early-Pass 입장권을 가진 그는 텍사스에서부터 대형트럭하나에 모든 짐을 싣고 사막을 향해 자그마치 24시간을 달려온다. 남들보다 3일 먼저 도착해서 그늘막 치고 물을 나르고 주방을 짓고 샤워장과 세면장을 만든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멤버들로부터 캠프 유지를 위한 최소비용만을 기부받으면서도 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내지 않아도 좋다고 그는 말한다.

도대체 왜?

"처음 버닝맨에 참여했을 때, 우리 캠프가 너무 마음에 안드는 거야. 규칙도 너무 많고, 지루하고. 그때 캠프에서 만났던 이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 다음 번에는 그 친구와 둘이서 캠프를 만들었어. 그때 만난 사람들이랑 내년에는 다같이 캠프를 만들어보자 해서 열명쯤 모인게 작년이고, 올해는 서른명이 되었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캠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캠프를 차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럼 그 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캠프를 만들면 되지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해서 다른 버너를 모집한걸까.

"많을수록 재밌잖아."



무엇을?

랩터씨의 일상을 지켜보면 정말 버닝맨이 좋아서 참여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신나게 노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같이 캠프를 나가 노는 것도 아니고,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캠프 유지에 관련된 일들 뿐이다. (사진촬영, 오수배출, 우편배달 등등...)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놀로 나가는 것만 봐도 즐거워한다. 그런 그에게 버닝맨을 찾는 이유를 물었다.

"이곳에 오면 왠지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야. 많은 도움을 나누고 많은 생각을 나누고. 그렇게 집에 돌아가보면 확실히 전보다는 분명 뭔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지. 결국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다보면, 언젠가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거야. 그거면 충분해."

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 그동안 들어온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도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한 가지 더있어. 버닝맨에서는 항상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 열정이 넘치는 사람. 사실 캠프원을 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야. 이번에는 어떤 재밌는 사람이 들어올지 모르니깐. 다가오는 인연을 마다하지 않는 셈이지."

공감할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혹은 나보다 더 멋진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마음이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찬다. 의미없는 대화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때면 마치 또 다른 나를 찾은 듯한 즐거움이 생긴다.

"그런 인연들을 위해 그늘막을 치고 주방을 짓고 음식을 만들어. 그 과정이 힘들기는 커녕 너무 즐겁거든."

참 버닝맨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누고 공유하고, 그 과정을 즐거워한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그를 돕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눔의 의미가 많이 전파되었나 보다. 그리고 다음번에 버닝맨을 찾은 그 사람들은 받았던 거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와서 더 많이 나눌 것이 분명하다. 나도 정말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아서 다음번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 캠프에 다시 와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으니깐. 사람들의 한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다음번에는 모두가 한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준비해서 요리를 해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팁?

팁이라기 보다는 다음 캠퍼들을 위한 요구사항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Being helpful -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기"

"사교성이 넘치는 사람도 좋고, 편안히 쉬러온 사람도 좋고, 파티에 열광하는 사람도, 괴짜들(weirdo)도 모두 환영이야. 다만 서로가 서로를 돕는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꼭 가지고 왔으면 좋겠어. 그래야 더 나은 캠프가 될 수 있거든. 모두들 자기 생각만 하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고 하면 캠프는 도태될 거야."

이때 그의 아내 메이가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다음 해는 무슨. 집이 아주 인간창고가 따로없어. 이번 버닝맨 끝나면 싹다 갖다버리든가 해야지."

하지만 사실은 꽉찬 개러지의 물건들은 집안 어디로 옮겨야 할지 대화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남편을 향한 무한한 믿음과 사랑이 엿보인다. 그녀도 버닝맨에 푹 빠져버려서 앞으로도 쭉 매년 이맘때면 남편을 따라 사막을 찾을거라는 사실이 안봐도 비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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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에게 나는 어떤 멤버였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답이 두려워서 마지막 질문은 묻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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