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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희 Oct 30. 2022

어디든 떠나보던 시절

2020년 9월 8일 : 글쓰기 70일 차,


이십 대에는 어디든 떠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반복되는 회사 생활로 마음이 지쳐갈 때 즈음, 남도로 훌쩍 떠나 겪은 에피소드가 문득 생각나 써 내려간 글이다. 




이십 대를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분은 들썩거림이다. 청춘, 모자라기만 한 시기에 무엇이든 채워 넣어야 한다며, 스물의 들썩거림과 떠나감을 당연시 여겼다. 어디든 떠날 수만 있다면 성당 여름 캠프, 대학 엠티, 친구들끼리 주말여행 등 무조건 짐을 꾸려 집을 나왔다. 떠나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처럼 어딘가로 가기 위한 작당 모의가 가득했던 시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적 제약이 생겨 떠나지 못한다면, 주말에 영화라도 보고, 서울 어디라도 다니며 주체 못 하는 떠남의 에너지를 감당하던 시절이었다. 


퇴근을 하고 친한 언니와 저녁을 먹던 어느 날,


"언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회사 다니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밥도 못해, 빨래도 못해, 청소도 제대로 못해... 난... 회사일 빼고는 아무것도 못해... 이거 좀 큰일 아니야?"

"다들 그렇게 지내다 결혼하고 배우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럼 결혼이 아니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도 된다는 말인가?"

"아니 뭐 굳이 그런 걸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밥이야 사 먹고, 엄마한테 부탁해서 먹으면 되고, 빨래는 정 못하겠으면 세탁소에서 해결할 수도 있고, 청소는 진짜 심하다 싶으면 아주머니 쓰면 되잖아."

"그래도... 이 나이 먹도록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 하나 못한다는 게 참 별로다. 난..."

" 넌 참 별게다 문제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여행에 다시 꽂혔다. 홀로 여행을 하다 보면, 그래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언니 나 혼자 좀 떠나볼까 봐."

"뭐? 혼자? 혼자 어딜 가! 위험하게!"

"혼자 다녀보면 좀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살면 좋을지?"

"아냐, 그게 혼자 다닌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혼자 어디로 갈 건데?"

"남도 여행 한 번 다녀올까 봐. 지난번 민지 언니 남도 여행 사진 보니까 꽤나 멋지더라고."

"맞아, 좋아 보이더라! 그럼 나랑 같이 가자. 혼자는 위험해!"

"남도로 갈 거야. 난 휴가 내서 한 열흘 정도 갈 건데 언니는 휴가 얼마나 쓸 수 있어?"

"함 봐야지... 근데 나 지난번에 엄마 뵈러 다녀올 때 써서며 칠 남지 않았을 텐데..."

"그럼 나 혼자 다닐 테니 시간 맞을 때 합류해 언니."

"혼자는 안된다니까! 남쪽 동네 무서워 너!"

"그럼 우리 연이도 부를까 봐. 연이 요즘 회사 휴직하고 쉬고 있으니깐 연락해보자. 언니랑 시간 맞을 땐 언니랑 같이 다니고 연이랑 시간 맞을 땐 연이랑 같이 다니면 되지."

"그래, 그럼 최소한 너 혼자는 아니니 괜찮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미덥지 않았던 언니의 염려와 사랑이 느껴졌다. 덕분에 여행하던 열흘 동안 혼자 지낸 시간은 단 하루도 없었지만, 언니 그리고 연이와 함께 떠난 남도 여행의 끝자락에 남은 우정의 깊은 맛을 마음에 꼭꼭 담아 올 수 있었으니 아무런 불평을 할 수 없다.


이제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어디가 좋을까? 남도는 경주, 포항, 남해 정도만 다녔었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 끝에 책 한 권을 샀다. 남도 여행지에 대한 소개와 괜찮은 숙박 시설을 소개하는 친절한 책이었다. 그 책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여수로 들어가 순천, 장성, 담양을 거쳐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각 지역마다 유명한 사찰을 돌고, 낙안 읍성의 조선시대 건축물도 만나가며 그야말로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맞고 다닐 상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여자 셋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수 향일암을 쭈욱 돌아보고 내려와 눈에 보이는 아무 곳에나 들어가 백반을 시켜 먹던 점심을 해결했다. 그저 백반을 시켰을 뿐인데 어찌나 인심 좋게 반찬을 내어 주시던지... 아주머님께 "저희는 이거 회 안 시켰는데요? 아무래도 이게 잘못 나온 것 같아요." 순진한 서울 처자들의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아가씨들 다 먹으라고 내어 주는 게니 걱정 말고 들라고 하신던 사투리 흥건하던 주인아주머니의 말투가 떠오른다. 여수에는 먹을거리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인심도 너무 후해서 어딜 가나 배는 두둑이 불렀고, 마음도 넉넉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들은 또 얼마나 다정하시던지. 우리의 서울 말씨 듣고 나면, 어디로 가느냐, 왜 왔느냐, 맛있는 음식 먹으려면 어디로 가라 등등 소중한 정보를 묻지 않아도 알아서 우수수 남겨 주셨다. 그분들 덕분에도 여수가 더 구수하고, 정겹게 남았다.


순천의 선암사는 낭만의 정취가 흐르는 곳이었다.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걷던 그 산길, 자욱하게 끼어있던 아침 물안개를 아직도 아름답게 간직한다. 선암사에 다다라 절을 만나고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듣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지만, 그 길을 따라 내딛던 한 걸음 한 걸음, 조르르 흐르던 물소리와 우거진 나무 그리고 여름 아침의 흙내음은 지금 이 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함께 걷던 언니와 연이도 그 정취에 흠뻑 취했는지 한동안 말을 아꼈다. 


순천을 마지막으로 언니는 서울로 향했고 연이와 나는 장성으로 향하는 저녁 버스에 몸을 실었다. 꽤나 늦은 저녁이었고, 순천에서 장성까지 가는 길도 좀 길었다. 우리는 장성도 번화한 순천역과 비슷하겠지 가늠했다.


"연아 우리 장성에 도착하면 한 여덟 시는 넘을 텐데 숙소도 없이 어쪄지?"

"뭐 가면 순천처럼 역 근처에 어디라도 잘 때 없겠어? 일단 가보자."

"그래 뭐라도 있겠지. 설마 우리 둘 누울 곳 없겠냐!"


털털하고 걱정 없던 연이는 숙소도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버스에 오르는 우리 둘의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난 그런 연이를 참 좋아한다. 그저 어서 버스에 올라 피곤한 몸 쉬면서 잠이나 한 숨 잘 요량이었던 모양이다. 버스에는 몇 사람 없었다. 우리 둘을 포함, 한 열 명도 채 안 되는 승객을 싣고 버스는 달렸다. 한 여름이라 저녁 빛이 길었지만 그래도 여덟 시가 가까워 오니 밖은 캄캄해졌고, 중간 역마다 한 명씩 내려 이제는 우리 둘, 할머니, 할아버지 한 분씩, 그리고 중년 아저씨 두 분 이렇게 단출히 남았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버스가 흐르는 듯하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연이는 이제야 나와 몇 마디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중년 아저씨 한 분과 버스 기사 아저씨가 말다툼하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두 분은 서로 잘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속사포 같은 찐한 사투리로 우다다다 쏟아내는 말에 도통 무슨 이유로 언성을 높이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연아 너 알아듣겠어?"

"모르겠어. 근데 사태가 좀 심각해 보이는데?"

"그렇지, 야 일단 우리 뒤로 좀 옮기자."

"어,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두 분의 언성이 점점 더 높아지며, 험한 말이 오고 간다. 구불한 산길을 따르느라 기사분이 운전하는데 힘드실 텐데... 저 아저씨는 왜 저렇게 운전하시는 분 신경을 건드리는 걸까. 우리는 칠흑 같은 까만 밤 버스 안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안전벨트를 더 단단히 메는 일뿐이었다. 결국 두 분의 화는 끝까지 차 올라 버스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평생 들어도 다 듣지 못할 온갖 험한 말이 무성히 도 쏟아지고 있는데,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두 분을 그 험한 말을 말려보신다.


"에이,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래... 저 아가씨들도 겁먹었잖아. 장성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화 가라앉히고 어서 갑시다. 우리 할망구 잘 시간도 다 되어간당께!"

"아니, 할아버지, 지가 운전하는데 저 놈이 별 말을 다 씨브린다 안하요. 그니께 내가 부화가 나 운전을 못 하겠다 아닌교."

"아이 그게 아이고, 저 운전기사 놈이 그저께 지한테 씨부린 말이 있다니께요."


다시 시작이다. 이제 할아버지까지 합세해서 세 분이 사투리 속사포를 쏘아내신다. 그렇게 차는 십 여분을 서 있었고, 우리는 이러다 버스에서 하루 자겠구나 싶은 맘에 서로의 눈만 꾸벅꾸벅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그 세 분이 경찰서에 가서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한다. (엄마야...)


"거 아가씨 둘, 거기!"

"아..... 네?! 왜..... 요.....?" 

"거 지금까지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들었으니께 경찰서 가믄,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랑께!"

"아뇨... 저희가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서...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이해를 못 했어요.... 아마.. 경찰서에 가도 별... 도움은 되지 않을...."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저 놈이 내 운전하는데 협박을 했다 아이가, 긍께 가서 고 말만 해주면 된다 아이가!"

"아.... 뭐..... 네..... 근... 데...."


우리 둘이 말을 흐리며 최대한 경찰서행을 미루고 있을 때, 저 뒤에서 눈 감고 있으시던 아저씨 한 분이 크게 호통치시며, 아니 왜 애꿎은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하냐며, 둘이 예전부터 앙숙이었던 거는 나도 알고 장성 사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니 어서 운전해서 집에나 가자고 따끔히 다그치신다. 그제야 두 분은 서로 잡은 멱살을 놓으며, 옷자락을 털어낸다. 살았다...


운전사 아저씨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아저씨는 자리에 가 앉았다. 그 후로도 목적지까지 꽤나 긴 시간을 달린 듯하다. 그렇게 장성까지 무사한 듯 무사하지 않은 듯 도착했다. 진짜 큰 문제는 두 분의 말다툼이 아니라 장성은 순천과는 완전 다른 도시였다는 게 문제였다. 순천역 근처에는 네온사인이 주변을 감싸며 어디라도 들어갈 수 있는 숙소들이 쉽게 보였는데, 장성에 도착해 내린 그곳에는 칠흑 같은 밤공기에 깜박이는 가로등 하나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등줄기에서 땀이 쭈르륵 내리는 듯하다.


"연아 여기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곳이 아니네... 완전 시골이야. 버스 정류장도 우리가 탄 버스가 마지막인가 봐. 이일을 어쩌냐."

"그러게... 하하하하 어쩌지? 갑자기 머리가 굳는 거 같다."

"우리랑 같이 버스 탔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그 할머니라도 따라가 볼걸 그랬나?"

"이미 다 어디론가 사라지셨어... 깜깜하고 너무 조용한걸..."


주변을 둘러보니 택시라고 쓰인 조그만 불빛이 보였다. 우리가 살 길은 저곳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얼른 달려갔다. 그곳에는 아저씨 두 분이 담배를 물고 지루한 듯 앉아 계셨다.


"저기요..."

"어! 어디로 가시게?"

"아, 아저씨.. 말씀 좀 물을께요. 저희가 오늘 묵을 숙소가 없어서 그러는데 혹시 이 근처에 민박이나 숙소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매퀘한 담배연기 맞으며 내가 물었다. 벽에 느긋하게 기댄 허리를 바짝 펴고는 아저씨 한 분이,


"아니 이 아가씨들이 큰일 날 사람들이네! 여기가 어디라고 이 밤에 잘 데도 없이 와서는 우리 보고 숙소를 알아봐 달래! 그러다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떽끼! 이렇게 다니면 큰일 나 진짜."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더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무모하고 위험한 상황에 우리를 내맡겼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마다 그 반응이 한결같았으니... 세상 위험한 줄 모르니 그렇게 다니지 어떻게 장성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대책 없이 다닐 수 있냐며 진짜 운이 좋았다고 한다. 한 친구는 그때 내 십 년치 행운을 다 쓴 거라며, 절대 그렇게 여행하지 말라 당부했다. 


택시 기사분이 분주히 전화를 돌린다.


"아지매요 거기 방하나 있는교? 여기 아가씨 둘이 있는데, 서울서 왔다는데 오늘 잘 곳이 없다네... 아 그래요? 그럼 여 아가씨 둘, 데리고 갈게요. 그럼 이따 봬요." 이내 전화를 끊고는, "아, 아가씨들 운 좋네. 아주머니 한 분이 본인들 쓰는 방 하나 비었으니 얼른 데리고 오란다. 좋은 분이야."

"아... 정말요? 정말 감사드려 요!"


한숨 돌렸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었다. 아저씨를 따라 택시를 타고 다시 산길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어둠은 숲 길을 따라 더 어두워졌고, 택시를 탄 지가 제법 지났는데도 사람이 사는 불빛은 보일 생각을 않는다. 아저씨께 맞게 가고 있느냐 묻기도 겁나 그저 침묵하고 있는 우리 둘의 눈빛엔 이제야 진짜 두려움이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자 하나가 보이고 불빛 여러 개가 반갑게 빛나고 있었다. 다 왔다며 기사 아저씨는 먼저 차에서 내리셨다. 우리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내렸다.


아주머니라기보다는 할머니에 가까운 여자분이 덤덤하게 우리를 반기신다. 소담하고 깨끗한 방을 보여주시는데, 손님방이라기보다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사용하시는 듯한 그야말로 가정집 방이었다. 창호지 바른 커다란 창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저녁은 먹었냐며 먼저 물어 주셔, 아직 저녁 전이라 미안스럽게 대답했다. 기사 아저씨는 우리 둘에게 앞으로는 잘 곳은 미리 정해두고 움직이라는 말씀을 걱정스럽게 남기시고는 떠나셨다. 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소박한 한 상을 앞에 두고 그날의 모든 일을 철없이 그저 신나게 주고받는 연이와 나도 참으로 유별나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긴장감이 풀린다. 씻고 나니 피곤이 한 껏 밀려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꿈나라로 향했다. 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눈을 비비며, 커다란 창문을 열었는데, 이런 멋진 풍광을 본 적이 없다. 커다란 산 봉우리 하나가 와락 나를 안는다. 산 중에 자리한 이곳은 개울물이 옆으로 차근히 흐르고, 커다란 산봉우리들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아늑하고, 그윽한 곳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한여름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 아침에 산자락에 안겨, 지난밤을 떠올렸다.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떠나지 않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며, 지금 삶을 돌아보겠다고 떠난 그 여름, 이십 대의 호기로움이 가득했던 그 시간이 아련하다. 이십 대에만 누릴 수 있는 감성이 있다고, 누누이 말한다. 그 촉촉한 감성을 떠나감으로 증폭시켜보려던 욕심은 지금 돌아보니 본능적 선택이지 싶다. 세상을 알아가고, 생경한 장면에 나를 놓아보며,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 마음의 답을 찾아가려던 인간적 본성이 아니었을까? 어디든 떠나보던 시절에 만난 예상치 못한 해프닝들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풍족하게 넘쳐나던 감성은 이제 사그라들었을지 몰라도 어디든 떠나보려던 시절이 남긴 깊은 추억의 향기는 아직도 찐한 설렘으로 남아돈다. 스물의 감성, 어디든 떠나보려던 시절이 남긴 보물 같은 것. 어디든 가까운 곳이라도 자꾸 떠나보라고 얘기하는 호탕한 고모가 되고 싶다. 그런 아주머니가 되고 싶고, 그런 이모도 되고 싶다. 무어라도 스물의 감성은 기억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에. 그 아침, 예상치도 못한 절경을 지금 마주했다면, 나와 연이는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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