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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희 Jul 06. 2024

멀리서 바라본 오늘

공감에세이

한 달이 넘었네요. 토요일의 수다가 말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무슨 말을 먼저 꺼내면 좋을까 망설임이 먼저 앞섭니다. 가족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런던에 와서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지난 글들을 차분하게 읽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던 일을 멀리 두고 바라봤던 시간이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매일 하는 일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붙나 봐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책상에 앉으면 하고 싶은 말이 흘러넘치던 시간을 멀리 두어보니 제가 좋아하는 수다라도 글로 적어 내려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게 사실이니 말입니다.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기세 좋게 책을 쓰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던 자신이 말입니다. 지금까지 적어둔 초고를 다시 읽으며 이런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던졌죠. 아주 위험한 일이죠. 의미를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이런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의심은 독약과도 같습니다. 며칠을 누워 생각했죠. 괜한 짓을 시작했구나, 이제 어쩐다지? 말은 꺼내놨으니 뭐라도 하고 끝을 내야 하는 건 아니야? 하는 약한 모습으로 몇 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별 수 없더군요. 


그래도 써보는 수밖에. 결국은 일어나 다시 뭐라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의미라는 건 굳이 내가 찾지 않아도 언젠가는 찾아지게 된다는 믿음으로 말이죠. 포기하지 않는 일,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의지로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수다도 의미를 찾게 되더라고요. 몇 분이나 와서 읽는 걸까? 이렇게 쓰는 시간이 무슨 의미일까? (이렇게 쓰고 보니 꽤나 의미를 찾는 일에 진심인 것 같네요.) 결국 모든 물음표를 내려두기로 했습니다. 너무 많은 물음표는 움직임을 잡아채는 갈고리로 전락하게 되고 마니까요. 일단은 해보자. 어서 일어나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니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 같던 일상을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별 수 없이 비슷한 날들을 보낼 테고요. 멀리서 바라본 오늘에 담긴 열정이 예쁘더군요. 언제 다시 이런 열정으로 오늘을 살아낼 수 있을까? 누워 지낸며 칠 동안 이 열정의 시간이 그리워졌습니다. 다시 앉은 오늘, 런던에는 비가 내립니다. 바람도 불고 여름날은 가을이 된 듯 빠르게 감겼지만, 글 쓰며 아침을 맞이하는 지금 이 순간은 어제와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편하게 내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길 잘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우산 쓰고 산책 가려고요. 다닥다닥 런던의 빗소리에는 낭만은 없지만 편안함은 담겼답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에요.

다음 주에 

또 만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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