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 달 살기
핫한 치앙마이
여기가 그렇게 핫하다면서요?
치앙마이가 한 달 살기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틀어진 계획으로 도착한 치앙마이는 실제로 따가운 햇볕만큼이나 핫한 게 사실이었다. 한 달 넘게 머무른 올드타운 지역과 치앙마이의 가로수길이라고 불리는 님만해민 지역은 태국인만큼이나 외국인을 자주 마주치는 곳이다. 어쩌면 외국인을 더 많이 마주쳤는지도 모르겠다. 치앙마이가 관광지로 핫한 이유를 나름대로 추려보았다.
저렴한 물가
몇 년 전, 태국 방콕에서 50일간 머물며 살아보는 여행을 했다. 처음 밟는 동남아 땅은 여러모로 놀라웠고 그중 단연 놀라웠던 건 저렴한 물가였다. 라오스에서 조금 주춤했던 물가에 대한 놀라움은 치앙마이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먹고 자고 사는 건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지만 치앙마이는 객관적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면 길거리 옥수수가 치앙마이는 15바트지만 방콕은 20바트인 사실을 들 수 있다. 한 달 살기를 할 때,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은 숙소 비용인데 치앙마이는 이 부분에서 한 달 살기로 적합한 자격을 갖추었다.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깔끔한 숙소를 구할 수 있는 치앙마이 물가는 서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어마어마하다. 큰 마트라고는 마야몰과 깟수언깨우가 거의 전부인 치앙마이를 고층 빌딩에 고급 백화점이 즐비한 서울이나 방콕 같은 도시와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성을 저렴한 물가로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http://www.mylifeelsewhere.com/cost-of-living/bangkok-c5250/chiang-mai-c5252
곳곳에서 열리는 마켓
높은 빌딩이 즐비한 도시인 방콕과 다르게 산이 보이는 시골 같은 치앙마이지만 볼거리는 뒤지지 않는다. 매일 열리는 야시장 덕분에 배고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밖에도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 마켓(Saturday Market), 일요일마다 열리는 일요 마켓(Sunday Market)과 러스틱 마켓 & 진자이 마켓(Rustic Market & JinJai Market) 그리고 큰 광장이 있는 곳이라면 수시로 마켓이 열린다. 여러 공간에서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마켓은 내 지갑도 쉽게 열었다. 맛있는 음식을 손에 쥐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부터 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까지 치앙마이 감성을 가득 담은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
둘 말하면 입 아픈 맛있는 동남아 음식! 치앙마이도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태국 음식부터 각종 서양식 브런치와 멕시코 음식까지 맛있는 음식이 많아 삼시세끼 행복을 제대로 누렸다.
초록초록 싱그러운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
높은 빌딩이 없고 나무가 많아 하늘과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느린 삶의 속도를 느끼기 위해 한 달 살기를 온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한 달이 아닌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여유로움이 있을까? 내가 느낀 경험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물론 바가지 씌우는 상인들도 있지만 대체로 정을 느낀 적이 많다.
힙한 카페
치앙마이 카페는 치앙마이 감성을 담고 있다. 뉴욕도 런던도 도쿄도 아닌 곳에서 그런 곳에 있을 법한 카페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상을 치앙마이 감성이라고 가볍게 해석해본다. 커피 맛이 수준급이라며 소문난 카페도 이미 여러 곳이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에 카페 투어라는 테마를 가지고 오시는 분도 많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이미 알려지지 않은 곳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직접 찾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
올드 타운에는 사원이 많고 그 안에서 명상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원에 들어가 걷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또한 님만해민과 올드타운에는 요가원이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스타일로 언제든지 요가를 할 수 있다. 요가원이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무려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다. 공원에서 하는 요가, 원님만에서 열리는 댄스와 요가 프로그램 등 찾아보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할 만큼 다양한 활동이 열리고 있다.
치앙마이가 좋아진 이유
위와 같은 핫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처음 일주일은 방콕으로 떠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모두가 맛있다고 하는 맛집도 내가 맛없으면 그만이고 모두 짜다고 해도 내 입맛에 알맞으면 그만! 치앙마이는 처음 한입이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조금은 삼삼한 게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라 먹다 보니 중독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은 치앙마이가 좋다.
저렴한 식당 가격에 감탄하며 한 접시 시킬 걸 두 접시 시키게 되고 안사면 손해 보는 것 같아 하나 둘 담다 보면 쓰게 되는 돈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치앙마이의 저렴한 물가는 과감히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내 취향대로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제 취향은요
옷 세벌이 전부여도 괜찮아
중국에 갈 때 옷만 해도 짐이 한가득이었다. 중국을 떠날 때 택배로 보내려다가 과감히 버리거나 나눔을 하고 왔다. 옷장에는 옷이 쌓여가는데 매년 입을 옷이 없다는 아이러니를 끊고 단순하게 입는 옷만 입고 싶었다. 유행하던 미니멀 라이프를 이제야 실천하게 된 격이다. 그렇게 요가 복과 후드 집업과 긴팔 티를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다. 치앙마이에서는 무슨 옷을 입고 있던 눈치가 보이지 않아 마음대로 입고 다녔다. 쫄쫄이 요가 바지에 나시티만 입고 서울 지하철을 타면 추워서 못 입고 다닌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간편히 입고 다닐 수 있어 편했다.
1일 1 팟타이
팟타이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조금 과장되었겠지만 나는 팟타이를 정말 사랑한다. 팟타이와 사랑에 빠진 건 방콕 여행을 하며 길거리 음식으로 처음 접한 우돔쑥 아저씨를 만나고부터다. 나는 치앙마이에서 매일 한 끼는 팟타이를 먹었고 보석 같은 나만의 식당을 단골로 만들어 놓았다. 참 뿌듯하다.
팟타이뿐만 아니라 태국 음식은 과장을 조금 더해서 무조건 맛있다. 길가다가 먹은 꼬치도 봉지에 넣어 파는 다양한 반찬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진정한 1000원의 행복이다.
하늘
치앙마이에 더 머물러야겠다는 결정적 이유는 하늘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색과 구름이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들어준다.
유기농 가게
유기농이 소용없다는 말도 많지만 나는 유기농이 좋다. 특히 올가닉이라는 단어를 보면 일단 들어가게 된다. 인도에서 모든 유기농 가게를 돌아다닌 발걸음을 치앙마이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다 좋은 것만은 아니야
무엇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 치앙마이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벌레와 동물이었다. 하루에 한 번은 깔려 죽은 쥐와 비둘기를 발견했고 걷다가 바닥을 보면 어렵지 않게 살아있거나 죽어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위가 약해서 생에 첫 쥐를 보고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못 먹던 나는 치앙마이에서 조금 달라졌다. 아직도 보기 불편하지만 무심해지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소름 끼치는 기억이 있다. 바로 식당에서 바퀴벌레를 마주한 순간이다. 구글 평점도 높고 깨끗해 보이는 내부와 친절한 주인아저씨의 인사에 망설임 없이 들어갔고 음식 또한 맛있었다. 그렇게 네 번째 방문했을 때 내 접시로 뽈뽈거리며 다가오는 바퀴벌레를 보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바닥도 아닌 식탁 위 그것도 내 접시로 다가오는 바퀴벌레라니! 주인아저씨한테 말하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데 나는 괜찮지 않았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로 추천해요
라고 말할 수 없다. 장단점이 있고 각자가 느끼는 장단점도 또 다를 것이다. 치앙마이는 나에게 의식주에 있어 완벽에 가까울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나에게 치앙마이는
심플하고 맛있고 편안한 곳
한 달 살기로 도시를 선정할 때는 내게 맞는 도시인지가 중요하다. 뮤지컬을 즐기고 싶거나 미술관을 매일같이 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치앙마이는 당연히 맞지 않을 테니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도시를 선정해야 한다. 상황과 취향을 고려해 선택한 도시라면 진정 꿈꾸던 생활을 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