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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04. 2016

베이징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

여행의 시작

소문이 좋지 않은 Air China를 타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처음 베이징에 가는 항공은 2시간의 짧은 비행이고 정신없이 자느냐 불편을 느낄 틈도 없었다. 그렇게 베이징에 도착하여 3시간을 기다렸다. 중국 사람들에게 편견이 있었는지 상점 구경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와이파이를 잡았는데 여권을 스캔해야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찝찝함을 무릅쓰고 여권을 스캔하였다. 의외로 와이파이는 잘 터졌다. 잠깐 동안 친구와의 카톡 대화로 기분이 좋아졌다. 인터넷의 장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러나 매우 따분한 대기시간이 지나고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기대치가 낮아서일까? 비행기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좁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쾌적하였다. 물론, 앞 쪽의 비즈니스 석이 매우 탐났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탑재되어있었다. 생각보다 볼 건 없었지만. 저번 비행에서 나는 신데렐라 영화를 열 번은 본 것 같기에 이번에 매우 만족할 수 있었다. 한국 영화인 베테랑도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나는 영화 인턴과 미드 Glee를 보았는데 보는 동안 중국어로 방송을 해서 여러 번 하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기내식은 두 차례 나왔는데 두 번 다 모닝빵과 버터가 제일 맛있었다.

 

의외로 귀여운 중국 화장실과 여권을 스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in 베이징 공항


해산물과 모닝빵과 소스는 같지만 닭고기에 국수가 담긴 기내식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무작위로 짐 검사를 매우 철저히 하고 있었는데 걸리지 않아 짐을 빨리 찾아서 금방 나올 수 있었다. 이제 하이델베르크에 가는 일만 남았다. 기차보다 저렴한 버스를 선택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유럽에서는 버스가 저렴한 대신에 정류장 찾기가 매우 힘들다. 6시 30분 버스를 타야만 했는데 이미 시간은 6시 5분이었고 나는 버스 정류장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져서 구글맵을 켰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는 빵빵했다. 목적지까지는 15분을 걸어야 했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기에 무거운 짐을 끌고 메고 들고 달렸다. 반쯤 갔다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거리에 조급해진 나는 지나가는 신사분께 길을 물었고 그는 내가 돌아온 길을 가리키며 거기로 가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기서 왔노라고 말하였지만 거기가 맞다는 말 뿐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내가 달려온 길을 다시 달려가야 했다. 가는 중에 두 차례 길을 다시 물어보았고 그들은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러다가 29분, 내 눈 앞에 하이델베르크라고 크게 쓰인 버스가 지나갔다. 나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전력질주를 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 짐을 들고 어떻게 뛰었나 싶다. 버스 기사님이 나를 보고 멈췄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적처럼 멈춰 섰고 나는 하이델베르크 가는 버스가 맞는지 2~3번 확인한 후에 버스에 탑승하였다. 12유로라는 값을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한 나는 매우 뿌듯해하며 쪽잠을 잤다. 그렇게 한 시간 후 다행히도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하였고 내가 내리려고 하자 버스 기사님은 나를 저지하였다. 그리고는 한 10분 정도 더 달려갔다. 내가 내리려고 한 곳과는 동떨어진 어느 골목에서 내려주며 25유로를 청구하였다. 나는 갑자기 억울함과 원망스러움이 밀려왔지만 이번에도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내 짐과 함께 중앙역으로  20분가량을 걸어가야만 했다. 체력이 바닥나니 긍정 에너지까지 바닥이 나버리고 말았다. 서러움이 밀려오며 버스 기사님은 왜 나한테 2배가 넘는 돈을 청구하고도 이상한 곳에 내려주었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하니 돈이 얼마가 되었든 일단 내가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도착하였다는 사실에 감사하였다.


인생의 태도와 목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공항에서 머물러야 할 때, 버스 정류장을 찾으며 열심히 걸어갔는데 반대 방향임을 알았을 때와 같이 인생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존재한다. 썩 내키지 않는 상황에 머물러야 한다던가 열심히 달려갔는데 전혀 다른 방향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때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는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내 마음을 바꾸면 된다는 걸 공항에서 느꼈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잘하고 흥미가 있는 분야를 찾는데 열심히였고 그 결과 대학교도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하는 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무심하게도 입학하자마자 깨달았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아직 1학년이라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1년을 더 있었고 2학년 때는 나름 공부에 재미가 들렸다. 3학년 때는 학과 공부가 싫어서라기보다 다른 더 재미있는 걸 찾았는데 그때 나는 바로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아깝고 두려워서. 긴박하게 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깨달았다. 나는 그때 바로 방향을 바꾸지 못한 이유가 무엇보다 다른 목표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던 나는 (그만큼 달려간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방향을 바꾸었는데 또 잘못 찾아가면 어떡하나) 두려웠지만 (버스를 타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서 달려갈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목표를 찾는 건 버스를 타야 하는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지만 버스에서 한 번 잘못 내렸다고 목적지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니 오늘도 가봐야겠다.  


+이번 여행의 처음을 기억하며 앞으로 여정에서는 감사함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 일단 부모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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