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a 2025 #4
우울은 하얀 물감과 같다
깊이도, 명도도, 채도도 알 수 없는
하얀 물감은 아무리 진한 것이라도
한 번, 두 번, 세 번에 걸쳐
색을 빼앗는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순수한 척 다가와
색을 덮는다
급한 마음에 휘휘 저을수록
속절없이 옅어진다
한 번 하얀 물감이 울고 간 자리는
바짝 말랐다가도
손을 대는 순간 탁해진다
이건 하얀 저주와도 같아서
덮고 덮어 잊어보려 하면
종이가 버티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2025.07.23 by 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