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김밥을 먹었다.
소고기를 잘게 다져 볶고, 치즈와 계란 지단을 듬뿍 넣어 말아준 꼬마 김밥이었다.
혹시라도 뱉을까, 저 잡은 입에 들어가기는 할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던 내게 아이는 놀라운 장면을 선사했다. 작은 손으로 김밥을 야무지게 집어 통째로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어 삼키는 것이 아닌가. 한 조각, 두 조각. 김밥 한 줄을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워내며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너도 이제 드디어 김밥을 먹을 줄 알게 됐구나!
내가 만든 음식을 아이가 남김없이 먹어주는 기분. 그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성취감이었다.
늘 밥을 먹이기 위해 이유식의 영양 성분표를 따지고 밥의 질감을 살피던 시간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내 손으로 만든 김밥을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나긴 육아의 터널을 통과해 아이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장을 보러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나는 아이에게 종알거렸다.
"나중에 유치원에서 소풍 가면 어떤 김밥을 싸줄까?"
"엄마가 연습 많이 해서 엄청 맛있게 만들어줄게!"
아이는 그저 창밖 풍경을 보며 지나가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할 뿐이었지만, 괜찮았다. 이 작은 소고기치즈김밥 한 조각이 우리 사이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 등굣길, 엄마가 밥에 대충 싸준 김 하나에도 세상 맛있게 먹던 때가 있었다. 물론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김에 싼 밥처럼 단순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소박한 정성은 깊은 감동을 주는 법이다.
참새처럼 입을 벌려 꼬마 김밥을 받아먹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에게는 음식에 대한 새로운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고, 나에게는 비로소 '진짜 엄마'가 된 듯한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훗날 아이가 내가 싸준 김밥을 가방에 넣고 신나게 뛰어나갈 그날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아이가 잘 먹을만한 새로운 김밥 재료들이 또 없을지 탐색하며, 이제 막 시작된 우리들의 '김밥 공감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갈 준비를 한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채워갈 작고 소중한 김밥 한 조각들이 든든한 사랑의 증표이자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