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의 대부분은 주먹밥이나 김밥, 볶음밥처럼 손에 익은 메뉴들로 차려진다.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려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익숙한 메뉴가 우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메뉴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혹시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온 가족의 하루 기분마저 망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집어 든 미역줄기 한 봉지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최근 씹는 맛을 좋아하게 된 아이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지만, 내가 아는 미역으로 만든 요리는 미역국밖에 없었다. 염분 제거부터 잡내 잡는 법까지, 나에게 미역줄기볶음은 완전히 낯선 세계였다.
급한 마음에 엄마에게 sos를 쳤더니 "미역줄기볶음이 은근히 만들기 까다로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서 요새 다들 사 먹더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로운 요리를 향한 열정은 진작 꺾인 지 오래였다.
에라 모르겠다, 도전은 접고 냉장고에 놀리기를 몇 날 며칠. 문을 열 때마다 미역 줄기가 고개를 내밀어 그 옛날 '미나리 사건'처럼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다.
(https://brunch.co.kr/@a-se06/73)
나는 결국 다시 한번 칼을 들어야 했다.
엄마에게 전수받은 비법과 인터넷 레시피를 섞어 조리를 시작했다.
'과연 잡내가 잡힐까?' '너무 볶아서 퍼지면 어쩌지?'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양념을 넣고 볶았다.
아이를 위한 무염식과 어른용 고춧가루 버전으로 나누어서.
참기름 향과 어우러진 미역줄기볶음은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잡내는 깔끔하게 잡혔고,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입맛을 돋웠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뱉지 않고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나도 이제 미역줄기볶음을 할 수 있구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역줄기볶음은 더 이상 단순한 반찬이 아니었다.
이 작은 도전은 뜻밖의 용기를 주었고, 도전을 이겨냈을 때 얻는 성취감은 하루를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제 미역줄기볶음은 주먹밥만큼이나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아침 메뉴가 되었다. 오늘도 이 반찬에 밥을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했으니 말이다.
냉장고를 찬찬히 훑어보니, 용기가 없어 미루고 있는 또 다른 '미역줄기' 들이 눈에 띈다.
차마 손대지 못한 채, 나만 아는 구석에 남겨진 것들. 그것들을 꺼내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망설이지 않기로 한다. 미역줄기볶음의 성공이 삶의 다른 영역으로 이어질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작은 용기가 가져다주는 의외의 맛과 성취감이, 우리의 식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