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길 참 잘했지
행복하고 기뻐하는 것이 하느님이 당신에게 원하는 유일한 소망이다. 그것은 진정 가장 훌륭한 감정적인 가치이다. 그것이 삶의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이해하고 기쁨이 되는 것은 모든 인류 - 그들이 어떤 차원에 살건, 그들이 어떤 이해를 성취했건 - 에게 부여한 유일한 운명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기쁨과 행복의 상태로 돌아왔을 때, 신의 상태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기쁨이 바로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항상 기쁨 속에 있는 것이 바로 있음이다.
람타 화이트 북
햇볕에 투과되어 찰박거리는 물결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물결 보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내 인생의 공백기를 깨뜨릴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공식적인 여가 활동은 수영장에 가서 강습을 받는 일이었다.
수영은 나의 오랜 열망 중 하나였다. 그런데 나는 수영과 인연이 약한 건지 좀처럼 꾸준히 다닐 수가 없었다. 내가 처음 마음먹고 수영장을 찾았을 때는 동생과 함께였는데, 우리는 의지를 불태우며 그 자리에서 3개월짜리 회원권을 끊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수영 강습을 받은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일이 터졌다. 세무감사를 받는다고 전 직원이 야근을 해야 했다. 그것은 미리 끊어놓았던 3개월 치 회원권이 기간을 다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다음에 나는 회사 친구들을 따라 수영장을 다녔다. 리더십이 있고 야무진 성격의 친구는 여러 친구들을 수영장으로 인도했다. 첫 수영 강습 시도를 제대로 실패했던 나는 수영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당장이라도 친구들을 따라 수영장을 다니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거리 문제가 내 발목을 잡아끌었다. 친구들이 다니는 수영장은 당시 내가 살던 집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늦은 저녁 친구의 차를 얻어 타지 않으면 오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오래 애태웠던 만큼 모처럼 시작한 수영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그동안 맺어지지 않은 인연이 방아쇠라도 된 것처럼 수영에 대한 나의 열망은 배가 되어 수영장을 찾는 매 시간이 즐거웠다. 수영장을 애매하게 들락거렸던 탓에 수영장을 다닌 시간에 비해 수영실력이랄 것도 없어 엉망인 상태였지만 그동안 그것마저 재밌었다. 드디어 기초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온 것만 같아서 더욱 반가웠기 때문이다. 기초반부터 시작해 중급, 고급반까지 대략 6개월을 꾸준히 배우니 나는 네 가지 영법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자세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던 것이다.
수영을 꾸준히 하다 보니 도중에 매우 명확한 목표라는 것도 생겼다. 그건 바로 호흡이 트이는 것이었다. 수영장을 찾을 때마다 나는 호흡이 트이고 싶어서 애가 타곤 했다. 하지만 수개월을 매일 같이 나가 연습을 해도 물속에서 호흡은 좀처럼 트이지 않았다. 수영장 시작점이 시야에 보이면 잘 참아 왔던 숨이 갑자기 턱 끝까지 차올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기 일쑤였다.
이미 숨이 트여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이 이는 동시에 나도 어서 하고 싶다는 조바심과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내가 정말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연습을 거듭하던 날이었다. 수영을 시작한 지 6개월 하고도 2주 정도 지났을까, 수영을 하는 동안 갑자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25m 수영장을 왕복으로 다섯 바퀴 돌고도 전혀 숨이 차지 않은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숨이 트였다. 그야말로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고도 갑자기 그런 순간이 내게 왔다. 이 경험은 나에게 실로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틈만 나면 싫증을 느끼고, 포기를 밥 먹듯 해대던 내가 처음 제대로 겪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얻어낸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수영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이룬 재미, 수영을 어느 정도 하게 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노력에 대한 보상… 수영은 나에게 많은 보상과 재미를 주었다. 그로 인해 일상에는 활기가 돌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져 인간관계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수영은 여러 방면으로 장점만을 가져다주었다.
1년 정도 강습을 배우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강습을 받고 있지는 않다. 수영이 하고 싶은 날에는 종종 공설 수영장을 찾아 혼자 수영을 하곤 한다. 수영 자세를 고쳐가며 연습해 보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그냥 아무 동작이나 취하며 찰박찰박 물놀이를 하다 오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물속에 들어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볕에 찰박거리면 반짝이는 물결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오다 했다.
어느 날, 너울 치는 물결 위로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수영장 바닥에 앉아 그 물결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문득 물결 너머로 어떤 영감이 나에게 빠르게 달려오는 것 같았다.
불현듯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영하길 참 잘했지’ 그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저 깊은 내면에서 이런 느낌이 올라왔다.
이건 영혼의 제안이야.
나를 제대로 돌보기를 바라는 영혼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