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몰 잘 만내야 앞길이 열릴 긴데
DNA는 우리의 운명이다?
“총기 있게 생기나 마나 부몰 잘 만내야 앞길이 열릴 긴데.”
지나는 말이 아닌, 서글픈 독백 같다.
토지 2부3권 286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강포수는 사냥꾼이 되고 싶다는 아들 두메를 공노인에게 맡긴다. 한편 자식이 없었던 공노인은 총기 있게 생긴 애들만 보면 탐이 난다.
강포수는 두메가 지 에미를 닮았으면 어쩔까 걱정한다. 두메는 살인죄로 감옥에 갇혔던 귀녀가 낳은 아이다. 강포수는 또 두메가 평생 살생을 한 사냥꾼인 자기처럼 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아들 두메는 ‘글 배와서 선상질이나 시키야제. 그기이 마 제일이다.’라는 마음으로 용정에 있는 공노인을 찾아온 것이다.
부모를 잘 만나야 앞길이 열린다?
예전에는 아니 어릴 적에는 이런 말을 부정했다. 노력하면, 최선을 다하면 아니 죽도록 노력하면 앞길이 열리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일정 부분은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를 잘 만나야 앞길이 열린다.’라는 그 말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말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온다는 말이겠는데,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배경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엔 정서적 금수저와 정서적 흙수저라는 말도 한다.
어쩌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는 우리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지능과 신체의 건강과 성격과 그 외의 더 많은 것을 우리는 이미 받아가지고 나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DNA는 우리의 운명이다?
이런 부모를 만난 것도 나의 운명이고, 저런 부모를 만난 것도 나의 운명이라면 우리는 운명론자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엄마 아버지가 나를 낳으시고, 내게 생명을 주셨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잘난 부모든 못난 부모든 부모님 덕에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조건 없이 감사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살다보면 더러는 눈물 흘리기도 하지만 산다는 건 좋은 것이니까.